오래된 이야기

2021-01(2)

양현재 사색 2022. 4. 27. 17:57

1월12일(화)

 

그리움은
바람되어 옵니다
하늘보다 먼 곳

 

1월13일(수)

 

나풀나풀 떨어지는 눈을
누가
하얀가루 떡가루라고 노래했던가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은백색으로 덮힌 길을 더듬으며 귀가하는 발길은
늘 느긋하기만 하다

어둠을 덮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
외딴 산간마을엔
은빛 동화도 함께 내렸겠지

그리움을 풀었다 감고
다시 보듬으며
뒤척이는 밤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이
밤늦도록 눈치우는 
가래질 소리
밤이 가면 새벽이 오지만
언제쯤 이 겨울은
추억이 될까

 

1월14일(목)

 

열병처럼 어둡던 젊은 날
나의 나무가 되어주신 분
흰 눈이 소복히 내린 다음 날
하얀 미소를 남기고 
떠나셨다

균열된 세월의 끝에서
방향을 알 수 없는 
슬픔이 너무 무거워

이제 
긴 윤회의 여행을 마치시고
밤 하늘 빛나는 별이 되시라

 

1월18일(월)

 

밤에 내리던 눈은 그치고
하늘은 어둑

낮동안에 다시 눈소식
전국 대부분지역에 폭설주의보

설국에 갇혔으면
그 안에서 꿈을 풀었다 감고
다시 보듬으며 뒤척여도 좋아

아이는 꿈을 꾸고
어른은 꿈을 버린다는데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눈송이처럼 팔랑
당신의 하얀 마음속으로
마음껏 달려가는 
머뭇거리지도 서성대지도않는 
무한의 자유를

 

1월19일(화)

 

바람이 세상을 
더 추운 나라로 끌고갑니다. 마른 풍경을 흔드는 삭풍
흔들리는 건 
나무만이 아닙니다
따뜻한 햇살이 그립습니다
가슴을 더듬어
마음을 데워
당신께 아침인사 드립니다

 

1월20일(수)

 

아쉬운 만남의 잔영
한기를 녹이고
그 위에 재주넘는
결고운 아침 햇살
바람은 가지끝에 매달린
잔설을 쓸어갔다 
다시 실어오고
아, 가슴속 심연에 흐르는 
이 안타까운 연정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