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CC에서의 친구들과의 만남
6월12일(일) 오후 1시43분 Tee-off. 30도를 넘나드는 철 이른 더운 날씨에 라운딩하기에는 차라리 적절한 시간이다. 한 달 전에 약속이 된 모임이다.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감독을 맡고 잇는 신치용,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갑순, LIG화재 권중원 전무가 한 자리에 모였다. 권전무와 나는 일찍이 같은 손해보험업계 기획담당임원으로 함께 활동을 하면서 친분을 갖고 있던 터였고, 나중에 내가 롯데손보를 떠났을 때 에르고다음에 나를 대표이사후보로 추천해 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사이다. 사실 우리는 그 때까지만 해도 서로 같은 대학동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 오던 사이였다. 나중에 권전무가 LIG화재의 배구단 단장을 맡으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신감독과 내가 행정학과 74동기라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언제고 한번 같이 자리를 하자고 별러오던 것이 이제서야 성사가 된 것이다. 이 자리에 역시 행정학과 동기인 김청장도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신감독과 김청장과는 일년에 두세차례 정도씩 함께 골프모임을 통해 만나왔기 때문에 서로 익숙한 사이였기에 결국은 권전무가 새얼굴이 되었다. 그래도 신감독과 권전무는 국내 배구리그를 통해 서로 인사를 나누어 온 사이여서 전혀 어색함이 없는 벗들의 자연스런 모임이 되었다.
김청장이나 신감독과는 행정학과 동기이지만 내가 일찍이 군입대를 하는 바람에 같은 시기에 함께 공부할 기회는 갖지 못했으나 같은 캠퍼스에서 같은 교수님들로부터 사사를 받았고, 군제대후에 복학하면서 함께 공부한 소위 복학생들과 서로 엮이면서 늦게서야 우정을 쌓은 사이다.
김청장은 행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하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2년전 퇴임하여 지금은 모회계법인에 재직중에 있는 친구다. 최근에 전현직 공직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명예롭지 못한 모습들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이 친구가 더욱 자랑스럽기만 하다. 30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철저한 자기관리가 몸에 배어 있으면서도 남들에 대하여는 한없이 관대하고 유연하면서 또 소박하기 그지없는 친구다.
신감독은 2011년 NH농협 V리그 남자부 우승을 일궈내면서 4회 연속 챔프전 우승에 통산 5회째 우승의 기록까지 만들어 낸 국내 최고의 배구감독이다. 특히 금년도 리그에서는 2라운드까지 3승9패의 전적으로 창단이래 처음으로 꼴찌로 떨어지는 위기를 극복하고 4연속 챔프전 우승을 만들어 냄으로써 '코트의 제갈공명'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집단적 응집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신감독은 선수들의 인성을 그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수비조직력에 기본기를 근본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지는 것보다도 이기는 것에 익숙한 행복한 사나이, 비전으로 도전하고 열정으로 승부하는 강인한 사나이다. "信汗不亂(신한불란)" -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 삼성화재 용인체육관에 걸려있는 글귀란다.
나는 우리 모교의 교가중에 있는 "배움만이 보배아닌 ~"이라는 귀절을 좋아한다. 김청장이나 신감독같은 친구들을 보면 이 귀절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 우리를 올바르게 이끌어 주는 경책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