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3일간의 연속골프

양현재 사색 2011. 7. 30. 22:48

골프복이 터졌나 보다. 3일 연속 골프라운딩이라니. 만울님 말마따나 '그러다 골프선수 나겠다'. 말은 그리해도 속내는 땡볕에 건강이나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하는 말이다.

 

1. 첫날(7월22일, 금) ; 화산CC

1개월여 전에 약속된 일정이었다. 이찬의 사장의 제안으로 외대 변해철 교수, 조정현 사장과 함께 라운딩을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사장과 이사장의 건강상태로는 35도를 넘나드는 더위속의 라운딩이 절대무리라는 결론을 내려 대신에 임창수 사장, 남기영 사장으로 대체되었다. 모두 허물없는 친구들 사이이니 이런 급작스런 변경도 가능한 일이다. 

조사장은 방광암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고, 이사장은 신경치료를 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무리할 일이 아니다.

이사장은 얼마 전 지방에 문상을 다녀오다 새벽 빗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차량이 전손처리되는 끔찍한 일을 당해서 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었다. 넌 틀림없이 장수할꺼라며 액땜한 셈치라고 서로 웃으며 얘기는 했지만, 그런 사고에도 다친 데 한 곳 없다니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이 친구 사고처리 후에 집에 돌어오니 새벽 4시반이더란다. 1시간정도  거실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는 정말 피치못할 분들과 약속된 골프를 나가야 했다니 그저 '대단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 밖에.

조사장은 지난 6월초 모임자리에서 난데없이 암수술을 받는다고 마치 남의 일처럼 말을해서 듣는 친구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더니 결국 항암치료까지 받는가 보다. 항암치료가 그렇게 고통스럽다는데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2. 둘째날(7월23일, 토) ; 비에이비스타CC

업계에서 업무담당부장으로 함께 일한 분들과의 라운딩이었다. 현 LIG 노문근 전무, 전 쌍용화재 정준섭 부장(현 Gen Re대표), 전 제일화재 전태옥 부장(현 탑손해사정 대표)이다. 정대표와 전대표와는 같은 기간대에 영국에서 주재소장으로 함게 근무한 경험까지 있으니 그 인연이 질기다.노전무는 LIG의 미국지사장으로 파견되었다가 귀국해서 보상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니, 유일하게 같은 회사에서 계속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각기 다른 회사에 근무를 했지만 젊었을 적에 맺어진 우정이라 격의가 없다. 특히 전대표는 영국에 주재할 때 골프를 막 시작한  나를 끔찍히 챙겨준 고마운 분이다. 전대표의 친구인 김영태씨라고 영국 현지 증권사 대표를 하던 분이 Surrey지역에 있는 Gotton Manor GC의 멤버쉽을 갖고 있었는데, 이곳에 갈 때는 나를 꼭 끼워주곤 했던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골퍼들은 자기보다 한수 위거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게임도 흥이 나고 서로 도전의식도 생기는 것이어서  이것저것 챙겨 주고, 때로는 자기 플레이의 리듬도 영향을 받게되는 하수와는 라운딩을 꺼리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에이비스타CC는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소재하고 있는 회원제 36홀, 퍼블릭 9홀을 갖추고 있는 대형 골프장이다. 2003년 7월 공식 개장을 했으니 금년으로 8년이 되었으니 신설골프장이라고 하기에는 뭣하다. 

1981년인가 여름에 나는 이곳 백암의 선경암이라는 암자에서 친구와 한 철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절 바로 밑에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하면서 산을 깎고 땅을 파댔는데 어느 때인가는 절 진입로를 돌무더기로 봉쇄해버리기 까지 하면서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사찰측과 적지않은 갈등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당시 주지스님은 한 쪽 다리를 저시던 분인데 조계종으로서는 매우 이레적인 일이라 들었다. 나중에 결혼을 해서 첫딸애를 낳은 뒤까지 여름휴가를 이곳 절로 찾아갈 정도로 특별한 인연을 가진 곳이었다. 현재 하나은행장으로 있는 김정태 선배도 이 절에서 공부를 했고, 내가 이 절에 있을 때 부인과 찾아와 한 나절을 쉬고 갔던 일이 있다. 이곳과의 깊은 인연 덕택인지 금년들어 처음으로 80대에 진입을 했다. 나무관세음보살.

 

3. 셋째날(7월24일, 일) ; 아트밸리CC

4명의 멤버들과 7월 모임을 가졌다. 도착하기 전부터 쏟아지는 폭우속에서 전반 9홀을 가까스로 마쳤으나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강행을 해대는 역시 대단한 보성인이지 않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