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간송미술관 "풍속인물화대전" 관람(2)

양현재 사색 2011. 11. 1. 16:00

10월 18일(화) 다녀 온 간송미술관 "풍속인물화대전"의 관람후기를 작성한 친구 안문배의 글을 옮겨 싣는다. 친구의 풍류가 이 날의 전시작품만큼이나 돋보인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간송 미술관을 찾아서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天高馬肥) 계절.
북한산 등선 야생 단풍나무처럼, 성북동 어느 가정집의 몇 십 년 된 감나무에 주먹만 하게 달린 감처럼,
요즈음 가을이 뻘것케 익는다.

예전, 1995년 중국에서 언어 연수시, 북경대 국문과 교수가 나의 가정교사이었다.
연수기간이 거의 끝나가면서 집도 그리워지는, 하늘이 높은 늦가을 어느 날,
“天高馬肥의 계절이라, 마음이 평안하고 풍요롭다”는 표현을 했더니,
원래, 천고마비의 계절은 옛 중국 사람들에게는 불안하고 긴장하는 계절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매 년 북방의 기마민족인 흉노족이 침범하여, 양식 등을 약탈해 가기 때문이란다.


또한, 천고마비의 계절은 책을 읽는 계절이라 했다.
“하루라도 책을 안 읽는다면, 입에 가시가 돋은 것 같다”는 안중근 의사의 명언을 생각하면서,
전시물들은 눈의 책이라고 했듯, 지식과 교양을 재 충전하기위해,
이 가을에, 중국 사람처럼 조금 긴장하면서, 또한, 높은 하늘아래에서 말이 살이 찌듯,
이마에 땀과 지혜를, 그리고 마음과 정신을, 조금이라도 살찌우기위해, 간송미술관을 갔다.

이번 전시물은 “진경시대(眞景時代)의 인물풍속화”
김옥철사장의 배려로, 역시, 탁현규교수가 가이드하며 재미있고 풍요럽게 설명해주었다.

진경시대는, 조선성리학의 고유이념을 토대로, 우리의 자연과 사회를, 개성적인 미감과 화법으로 형상화하여,
조선적 풍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숙종에서 순조에 이르는 17,18세기의 150여 년간의 시대를 구분하는 명칭이라 한다.
인물화의 그림분류를 3가지(초상화, 풍속화, 고사도)로 나눌 수 있는데, 금번전시는 인물풍속위주로,
안견을 필두로 50여명의 화가들 그림이 전시됐고,
선비화가인 겸재 정선과 조영석등이 풍속화의 기틀을 확립하고, 중인인 화원화가들에게 전수하여,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의 화원화가들이 우리 풍속화풍을 발전적으로 완성시켜, 최고의 절정기를 맞이했다한다.
하지만, 선비화가들은 교화론적 엄격성과 신분상의 거리감으로 관찰자의 시각으로 묘사됐지만,
화원화가들은 생활의 일체감속에 선악의 구별 없이 보고 느낀 그대로, 묘사됨이 차이점이라 한다.
(일사철리로 뱉어내는 은쟁반의 옥 구르는 강의소리를 받아 적느랴, 고생 많이 했슴)

잠시 우리 친구들 지식을 높이기 위해, 그림분류의 3가지를 간략히 소개한다(강관식 한성대교수 글 인용).
1. 인물초상화; 조선시대의 사상적, 정치적, 문화적 특징을 총체적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화상으로,
화문석에, 단아한 관복정장에 자존적 주체의식의 상징인 운학흉배(雲鶴胸背)를 그려넣음
(문관은 날짐승, 무관은 길짐승.)
2. 인물풍속화; 동시대의 현실에 살아가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일상적 삶의 모습으로,
성리학적 세계관과 예술관을 사실적, 감상적으로 묘사하며, 궁중화원의 시험과목으로 법제화됨.
3. 인물고사도; 고사도(故事圖)는 옛 고전에 나오는 성인과 명인들의 행적을 그려,
감계(鑑戒)와 우의(寓意)로 삼는 그림으로, 현실 향유적이고 문예 지향적인 특징.

이상과 같은 간략소개로, 진경시대의 인물화에 대한 이해함이 조금 수월해졌으면 바란다.

강의내용을 수첩에 열심히 적었던 우리친구들을, 각기 특징과 개성을 살려, 오직 한사람,
진경의 대가인 신윤복의 그림으로만 비유한다면,
우선 주빈인 김옥철사장: 미인도(美人圖) --미인 그 자체.
강건구사장: 월야밀회(月夜密會) --달밤의 몰래 만나는 낭군.
김승태사장: 쌍검대무(雙劍對舞) --쌍검 들고 마주보며 춤추는 것을 보는 대나무등침에 기댄 사대부.
김태환교수: 주유청강(舟遊淸江) --맑은 강에서 뱃놀이에 기녀에게 매우 친절한 선비.
박상인사장: 단오풍정(端午風情) --단오날 훔쳐보는 악동.
성하운주필: 야금모행(夜禁冒行) --야간통행금지의 순라군인.
이봉훈사장: 계변가화(溪邊佳話) --시냇가의 활든 청년.
이창길사장: 상춘야흥(賞春野興) --봄 들놀이 기녀 둘 옆에 두고 잔뜩 무게 잡은 선비.
양세광사장: 주사거배(酒肆擧杯) --가운데 술잔을 분배하는 홍포 입은 선비.
유승식사장: 청금상련(聽琴賞連) --가야금소리 들으며 연꽃을 감상하지 않고 기녀를 껴안고 있는 왼쪽선비.
그리고 나 : 무녀신무(巫女神舞) --신 춤을 추는 무녀.

재미있으라고 표현했는데, 신윤복 한사람 그림에 다 집어 넣다보니 무리한 비유도 있겠지만,
각기 그림을 회상해 보고, 생각 안 나면, 인터넷 등을 통해 찾아보기 바란다.

어느 책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만주로 독립운동 하러 가는 청년에게, “왜 독립운동 하려 가느냐?”고 물었을 때,
“나 자신을 위함이 아니요! 나의 조국을 위함도 아니다! 오직 내가 자란 산천(山川)을 지키기 위해 간다!”는 문귀가 생각난다.
이 청년의 고귀한 정신은 ,바로 현실에 닥친 주체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판단하여, 귀결된 사상을 실천함이,
진경시대의 화가들 정신 같다. 조선시대 사실적 미학예술의 정점을 찍은 진경시대 화가들은 경이롭다고 생각한다.

오늘을 기회로, 이 해가 가기 전에 더 많은 책을 접하고, 많은 문화탐방를 해야겠다.
그리고 우리가 회자하고 있는 여분이라 할 수 있는 것, 즉, 한해의 겨울, 하루의 밤. 비오는 날을,
슬기롭게 이용하여, 재 보충해야 될 많은 것 중에서, 소위 말하는 교양을 높여보자.

미술관에서 열심히 공부한 후, 맛있는 단백한 음식과 달콤한 키스 같은 향기로운 커피, 돈독한 우정을 다지는 생맥주가
끈이지 않고 밝게 웃는 친구들의 환한 얼굴과 어우러져, 유머와 재치가 만발하여, 헤어짐이 아쉽다.
근간 중, 모처럼 오늘, 귀한 “뜻있고 보람된 참 행복”을 느끼었다.

이는 박물관/음악회/고궁/미술전시등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하려는 우리 동창들의 “문화교양모임의 시초”가 될 것 같다.

이런 커다란 행복을,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준, 김옥철사장에게, 다시금 감사한다!

-- 간송미술관을 다녀와서(2011.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