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9일(금)부터 2박3일간 강원도 강릉과 평창에서 개최된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SAAH)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였다. 나는 지난 해 10기로 입학하여 두 학기의 본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금년도에 11기 43명이 입학하여 과정을 이수 중에 있다. 이번 행사는 10기 원우 13명을 포함하여 모두 70여명이 참석한 제법 큰 행사였다. 이 행사를 위해 기획과정에서부터 진행에 이르는 세세한 부분까지 빈틈없이 수고해 준 고재석 주임교수와 김경미 CR위원장의 노고가 눈부셨다. 그만큼 행사결과도 만족스러웠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8기로 본과정을 수료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평창 발왕산 엄홍길로"를 4시간 가량 트레킹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엄홍길로 입구에서 발왕산 정상까지는 6km 구간인데, 중간에 독일 가문비나무 치유숲길, 국내 최대 주목군락지를 둘러볼 수 있어 산멍길멍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을 가졌다. 엄대장은 이 코스를 "함께하면 넘지 못할 것이 없다는 화합의 기운이 가득한 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장 6km동안 고도를 700m나 높이는 건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래도 엄대장이 숨이 깔딱할 때쯤에 적절히 휴식시간을 주면서 주변 초목에 눈길을 이끌어 주니 견딜만 했다.
발왕산은 해발 1458m로 왕(王)이 난다는 산이다. 원래는 여럷 명의 왕의 묏자리가 있다 하여 팔왕산(八王山)이었으나, 발왕산(發旺山)을 거쳐 발왕산(發王山)이 되었다고 한다. 백두대간 등줄기 해안산맥에 북쪽으로는 황병산(1407m)과 서남쪽으로 박지산(1391m)을 어깨하고 있다. 남한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소백산(1439m)과 가야산(1433m)보다 더 높다.
몇 년 전 발왕산 모나파크는 정상부에 잘 보존된 주목 군락지를 발견하였고, 수년간 산림청, 평창군과 협의하여 주목을 한 그루도 베어내지 않고 식생을 살린 무장애 데크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의 발로 인한 식생 파괴를 최소화 하면서 원래 있었던 케이블카 정류소인 드래곤 캐슬과 연계했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기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스카이워크를 구경했다. 스카이워크 끝에 서자 동해바다를 거쳐 설악을 넘어온 시원한 바람이 가슴속 시름을 말끔히 날려보낸다. 몸과 마음이 매우 상쾌하다. 발왕산의 기(氣)를 가슴 가득히 빨아 들였다.
이번 산행은 엄홍길 대장이 이끌어 주었는데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엄대장과 사진 한 장 찍겠다고 몰려들었다.
우리 일행 중에는 내가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이영진 재판관이 있었는데 등산온 분들이 그 분은 알아보지 못해도, 세계 최초 해발 8000m 이상 산악 16좌를 완등한 엄대장에 대한 인지도는 남녀노소 불문이었다. 그야말로 전국표 인기다.
다만 우리 일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해고 뭐고 없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니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대장은 이런 일에 익숙해서인지 워낙 성품이 그러한 것인지 얼굴 표정 하나 찌푸림 없이 선선히 응하면서 거기에 덧붙여서 덕담 한마디씩을 건네는 모습에서 세계적인 산악인 엄대장의 인품을 보는듯하여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유명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력이 깊은 스님 처럼 얼굴이 아주 선하고 낯빛도 맑았다. 대단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엄대장은 1960년생으로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나 3실 때 도봉산 아래 의정부 호원동으로 이사하여 이곳에서 자랐다고 하니 나의 고향인 의정부에서 같은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셈이다. 아마도 나의 셋째 동생('59년생)이나 막내 동생('61년생)과 같은 연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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