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45

4월(2)

4-4 찻잔위의 벚꽃 함박눈처럼 바람에 날리던 벚꽃 그 아래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을 짓던 아름다운 당신 웃고 있는 그 모습이 꽃보다 더욱 눈부셔 수없이 입가에 맴돌던 그 안타까운 고백 이 세상 무엇을 다 준대도 당신에겐 못미쳐 당신만은 못해요 4-5 연두빛 수채화 새벽안개 빗질하는 4월의 바람 새 옷 갈아입은 연두색 풀잎 흔들어 봄날을 노래한다 미루나무 어린 가지에 일렁이는 소리없는 저 아우성 꽃잎 흩뿌려 마른 대지위에 꽃방석 수를 놓는다 내 가슴에 꽃여울 흘리는 그대 당신은 내 마음을 채색하는 계절의 수채화 4-6 봄날은 간다 지난 겨울 한파를 이겨내고 태어난 봄꽃 눈부신 한 세월을 내던지고 장렬히 진 자리에 어린 새 잎이 돋아나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그렇게 봄날은 간다 그래도 서러워 마라 가..

선물 2022.04.22

4월(1)

4-1 4월의 첫 날 4월의 첫날 너를 닮고 싶다 매화 추워도 향기를 팔지않는 일생 부끄러워라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나의 예순하고도 여덟의 삶 뻔한 길을 헤맨 안개속 세월 돌아보면 말은 빗나갔고 눈빛은 어긋났다 4-2 나도 그대앞의 한 잎 봄꽃이고 싶다 꽃뿌리며 찾아온 4월 나도 봄꽃처럼 나풀나풀 웃음짓는 한 잎 청초하게 피어보았으면 좋겠다 그 잎 잔잔하여 아지랑이 맨 끝 조롱조롱 매달린 그리움이 부스스 깨어나 봄바람에 날리고 아스라한 향기에 젖은 가슴 흔들리면 눈부시게 눈부시게 다가오는 그대 그대가 벌이라도 좋고 나비라도 좋고 지금 그대로도 좋아 나도 그대앞의 한 잎 봄꽃이고 싶다 4-3 아침 아홉시의 봄날 살포시 내려앉은 벚꽃위로 아침 햇살이 찬란하다 다시 바람을 부르는 새아침의 고요한 아우성 꽃은 ..

선물 2022.04.22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겸손의 미덕

아침 하늘이 참 곱다.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날고 있다. 아득히 먼 곳. 그곳엔 지금쯤 코스모스가 한창이겠지? 들판엔 땀의 결실들이 고개를 숙이고. 그리보면 남을 부려만 본 사람들은 웃자란 고개를 좀처럼 숙일줄 모르는 것 같다. 핏발 선 항변, 분이 넘치는 표정들... 그들을 저 들녘에 세워라, 허수아비곁에. 오늘은 금요일. 딱히 기다릴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반가운 날이다. 한 주일의 노동의 댓가로 찾아온 선물같은 날이다. 어둠을 밀치고 눈뜨는 아침 긴 장마에 삼세번의 태풍까지도 이겨낸 금빛 들녘 주렁주렁 늘어진 빛고운 사과 옹골지게 살이 차는 땀의 결실들 고개를 숙인다 익으면 고개를 숙일줄 아는 어김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법칙 비스듬히 서있는 허수아비 말없이 일러준다 이렇게 살라고 러시아 화가 Se..

선물 2020.09.18

화요일의 권태

자꾸 게을러지는건지.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 권태로운 일상. 여름인지 가을인지 분간하기 힘든 시절. 이번 주 월요일부터 스포츠센터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앞으로 2주간은 더 스스로 자가격리를 지속해야 겠다. 구름이 살짝 얼굴을 숨긴 햇살은 안개빛 잠귀 밝은 산비둘기 구구구구 새벽을 깨우면 솔가지 이슬 쪼던 참새 한마리 햇살 그림자에 놀라 푸드득 그제사 기지겨 켜는 숲 나이테 짙어가는 여름날의 끝자락 자벌레 종일 이파리재듯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화요일의 권태 황주리 작가의 작품.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그림을 시작해 해바라기 등 꽃 속에 사람들의 삶을 담아냄. 꽃같이 아름다운 삶, 해바라기같이 따뜻한 삶. 10여편의 사눈집도 출간.

선물 2020.09.17

음력 8월 초하루

어제 못다 내린 비가 아쉬워 아침 하늘은 비를 살짝 뿌렸다. 기온은 매우 선선. 계절의 변화에 예민한 거리의 여인들은 벌써 가을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이 음력으로 8월 초하루이니 그럴만도 하다. 조락(凋落)의 계절, 가을! 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은 늘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이 가을엔 떠나지 마옵시고, 오로지 사랑이 더욱 깊어지게 하소서. 당신이 떠난 빈자리에 한 그루 나무를 심는다 거친 바람에도 빛 더욱 고운 꿈 가슴에 담아 성글은 대지에 잎새 우거진 그 푸르는 날을 기도하리 우리 못다한 사랑 피어나라 노래로 부르자 스위스화가 Felix Vallotton 나비파 작가. 색채 분석에 의존하여 대상을 묘사하는 인상파에 반하여 화면을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재구성하는 나비파의 대표적 화가.

선물 2020.09.17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아침은 맑음. 익어가는 가을. 새벽녘 홑이불 두께가 아쉬워 몸을 웅크릴 때, 선풍기바람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그렇게 가을은 '불현듯' 우리에게 다가온다. 엊그제 가까운 친구, 김영주 군이 맑은 웃음만 우리 가슴에 남겨놓고 먼길로 영영 떠나갔다. 오늘이 발인식이다. 아침 출근 길에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빌었다. 영주야, 잘 가거래이~ 오후, 서울 하늘엔 눈물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내가 동기회장을 맡고 있을 때인 2015년 7월7일 보성63카페를 개설하고 스스로 카페지기를 맡아오면서 한번도 힘들거나 언짢은 내색을 않던 친구. 오히려 이 일이 가슴 설레고 재미있다며 63동창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이 일은 절대로 대충할 수 없다던 친구. 우리들 정기모임 때 공식식순에 들어가 있는 '먼저 간 교우..

선물 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