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친구 송정훈의 귀국

양현재 사색 2011. 6. 26. 17:29

지난 6월2일 강원도 양양에 가 있는데 김시일군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송정훈이 부부가 귀국하여 이 날 자기네 집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했는데 정훈이가 나를 보고싶어 하니 시간이 허락되면 함께 자리를 하자는 얘기다. 아무리 도로사정이 좋아졌다지만 서울에 도착할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데다가 김시일군의 집이 덕소여서 우리집에서의 거리가 결코 만만치 않으니 확답을 주기는 어려운 사정이었다. 그러나, 늦더라도 괜찮다면 어찌 해 보겠노라고 막연한 약속을 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7시가 되었지만 전철편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정훈이는 일찌기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캘리포니아에서 벤츠자동차 딜러로 탄탄한 기반을 다진 친구다. 2003년 고등학교 졸업 30주년을 기념하여 홈커밍행사를 할 때 행사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이 친구 부부를 만나고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렀다. 모교 홈페이지를 통해 이 친구의 근황이나 친구들간의 험한 이메일 교환내용을 훔쳐보곤 해서 그리 멀리 있다는 생각은 없더라도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학창시절에는 함께 웅변반 활동도 했었다. 연습시간에는 한 껏 정치인 흉내를 내며 사자후를 토해 내곤 했던 모습이 떠 올라 웃음이 절로 난다. 문학적 소질도 있어 다소 과장된 감정을 담은 시며, 수필을 발표하곤 했었다. 눈썹이 유난히 짙고 말 할 때는 늘 눈 웃음을 치며 호감을 주던 낙천적이던 친구다. 이 친구 부인 말마따나 '이 남자와 살면 근심, 걱정하며 살 일은 없을꺼라'고 해서 결혼을 약속했다니 말이다. 그런 남자가 미국에 가서 자동차 딜러를 하며 낮에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 판매상담을 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선 말없는 남자가 되버려 실망이 많았다며 눈을 흘긴다. 그런 부인이 요즈음에는 자신보다 고객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이는 유능한 세일즈 맨이 되었다며 친구가 자기 부인을 치켜 세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나도 영국에 있을 때 집에 돌아 오면 별로 바쁘고 머리 아픈 일도 없었는데 왜 그리도 피곤해서 녹초가 되었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그 원인이 영어로 인한 피곤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경험이 있다.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남의 언어로 대화를 하고 사고를 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요로 하는지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어찌 되었건 타국에서 이런 역경을 모두 극복하고 바르게 살고 있다니 내  친구가 대견하기만 하다. 정훈이는 어렸을 적에 동두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으니 내가 자란 의정부와는 지척이다. 우리 시절에 이 지역은 미군 주둔지여서 주위 환경이 썩 좋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보성중학교에 입학한 것은 지역의 자랑거리가 될만큼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 교육감상을 받았다니 짐작이 된다. 학창시절에 가졌던 내 기억속의 친구의 모습보다 훨씬 의젓해진 모습에서 나이에 걸맞게 완숙한 중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니 참으로 보기가 좋다. 이번 방한은 결혼 30주년을 기념하여 부인에게 뭔가 의미있는 선물을 하기 위해 결심을 했단다. 마침 5월28, 29일 양일간 고교 동창 산악회에서 거제, 부산간 추억의 수학여행행사를 기획하고 있어 여기에도 부부가 함께 참석하여 많은 친구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하니 30주년 결혼기념행사에 걸맞다. 정훈이 아들이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고급장교로 한국에 1년간 근무중에 있어 방한길에 아들도 만나볼 수 있으니 이럭저럭 호사다.

 

이 날 우리를 집으로 초대한 시일이는 부인이 친구들의 방문을 늘 즐겨하여 언젠가 여름날 운길산 등산길에 친구들 10여명이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이 집으로 몰려가 환대를 받았던 일이 있다. 젊었을 때야 남편의 객기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도 변함없이 부인네가 그리하기는 절대로 쉬운 아니다. 부인의 음식 솜씨가 빼어나고, 손님을 맞는 태도가 각별하다. 덕분에 친구들 모두 흐뭇한 시간을 가지니 즐겁고 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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