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월은 가고

양현재 사색 2011. 5. 31. 23:57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말을 아낀 지혜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이해인,"5월의 시"에서 순서없이 발췌)

 

5월31일이다.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 한 달이었다. 자유인이 된지 벌써 6개월이다. 꽃은 피고 또 지는데 마음은 자꾸 조급해 진다. 무얼 붙잡으려는 헛 손질만 허공을 자꾸 가른다. 5월을 보내기가 아쉬운지 종일 비가 내린다. 마음 같아서는 차라리 한바탕 화끈히 쏟아지면 좋으련만.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흐르게 하십시오/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 뜨는 빛의 자녀되게 하십시오"(이해인의 같은 시에서 순서없이 발췌)

 

아침 나절 부터 무려 6시간 이상의 논쟁에 입안 가득히 가시가 돋다. 피곤한 일이다. 여지껏 과거사에 매이게 되다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불과 6개월여의 시간에 인간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다. 세상 인심의 무상함도. 한가지 교훈을 얻은 일이라면 어두운 표정에 분명치 못한 어투, 씨니컬한 태도를 보이는 자는 절대로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자들에게서는 묘한 음모의 기운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우리의 본능이 전달하는 경계의 암시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 언덕배기에 위태롭게 피어있는 장미 꽃을 발견하다. 봄비 속에 붉은 빛깔이 당당하다. 발바닥 통증이 보름이상 계속되고 있다. 정형외과에 세번 째 방문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회복이 빠르지 않다. 발이 건강해야지 등산이라도 할텐데. 내 마음의 수심을 날려 보내려면 어머니 품 속같은 산으로 가야 할 듯하다. 지금쯤 아카시아가 한철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