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처음 찾아올 땐 막연한 기대도 있었는데. 야속하게 등을 보이며 그렇게 표표히 돌아서 간다.
첫 사랑 처럼.
모든 떠나가는 건 슬픔을 진하게 남긴다.
그래서 인생은 허무.
I.
앙상했던 가지에
초록의 그늘이 드리우면
내 생의 사잇길
봄비에 지는 꽂잎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웃고 있다
지는 그리움으로
II.
찔끔 내리던 비에
화사했던 봄꽃
죄다 스러지고
공연히 짖궂은 바람에
봄날은 가네
III.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듯이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고
적어놓고 보니
마음만 허망
IV.
황사를 씻어낸 비
꽃들이 떠나가는 봄 날
그래서
이 계절은 눈물이 많아
봄은 이렇게
끝까지 눈물겹다
V.
4월이 간다
꽃진 자리에
그래도 일어서는 풀잎들
운명처럼
물이 떨어질 듯 진한 초록
안개 밀어낸 눈부신 햇살
울음 터뜨리며
그렇게 가는 4월
Olga Kvasha (1976~ )
우크라이나의 서쪽 도시 리비우에서 살고 있는 '올가 크바샤'는, 조국의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
특히 황금빛 햇살이 건물 벽에다 만드는 나무 그림자를 평온한 느낌으로 잘 표현했다.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 우크라이나의 자연이 하루 빨리 평화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모닝글로리_2023.04.28. 정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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