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봄은 그다지 멀지 않은 어느 곳에 있을 것이다
월요일 아침. 하늘은 흐림. 길바닥은 마치 비라도 살짝 내린듯 군데군데 젖어있다.
겨우내 얼어있던 토양이 봄기운에 녹고 있는 중인가 보다.
요즘은 서정시를 쓰기가
무척 힘든 시대입니다
그래도 따뜻한 손길로
희망의 등불을 건네는
사람이 있는한
세상은 살만 합니다
지금 어디선가 눈속에서
싹을 준비하는
얼음새꽃의 잔뿌리가
꿈틀거리는 듯합니다
우리에게도
봄은 머지 않았겠죠
II. 겨울이 야위어 가고 있다
오는 봄을 시샘하는듯 아침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입춘이 지났는데
봄을 시샘하는 바람
거저 피는 꽃은 없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지난 겨울
그 많은 입김을 토해냈을 것이다
서로를 적시지 못한
우리들의 겨울 이야기
그대여
겨울이 야위어 가고 있다
III. 길 비켜라 겨울
길 비켜라겨울아
철 모르는 너
아직도 산으로 거리로
헤매고 있느냐
이제 그만 차가운 손 거둬라
그리움 좇아 찾아온
봄기운
그 길을 막지 못하리
2월의 허리에 감긴 추위
도도한 발길에 바스러지면
그 자리에 여린 봄볕이 좇아와
빗질하고 있다
IV. 봄을 기다림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
보드라운 봄볕에
차가운 가슴 말리고
달려드는 구름에
마른 가슴 적시며
하루치의 얇은 꿈을 들고
나서는 출근길
마음이 따뜻한 사람에게
봄은 신발 벗고 달려온다
V. 봄은 온다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의 해외탐방일정으로 2월17일(금)부터 2박3일간 짧은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여기는 이번 주 초, 중반에 걸쳐서
반짝 추위가 있다지만
머언 일본 동경 신주쿠엔
벌써 매화가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강물은 쉼없는 빗질로
얼음장을 녹이고
대지 곳곳
겨울의 앙금위에 투신하며
새 계절 맞이에 분주할 것이다
봄, 그 경쾌한 반란
아직 외투를 벗지 못한 당신에게 느낌표 하나 띄운다
봄은 꼭 온다는
연두빛 희망을 담아
VI. 이 세상 영원한 당신
새벽하늘 나의 별이
오늘따라 저 멀리 흐릿하다
언젠가 당신은 내게 말했지요
이 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고
영원하다는 말은 믿지않는다고
한움큼 손에 쥔
바닷가 모래알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듯이
세상일은 결국
사라지고야 마는
그렇게 허망한 것인가요
VII. 봄의 소리
오늘은 스포츠센터에 7시부터 정전이라고 하여 60분을 단축해 서둘러 운동을 마쳤다.
늘상 해오던 일상의 루틴을 아주 조금만 바꿨을 뿐인데도 영 어색하다.
생체리듬이 이미 그렇게 세팅되어 버렸나 보다.
오늘 낮부터는 기온이 차츰 올라간다고 한다.
꽃샘추위가 있지만 마른 가지엔 어김없이 봄 물이 오르고 있을 것이다.
들어봐요 저 소리
돌 돌 돌
얼음장밑에서
볼 비비며 기지개켜는 소리
눈을 들어 봐요
저 여린 물기
옴직옴직
마른가지 속을 흐르는
새 생명의 빛을
살얼음판같은 세상
웃으며 살라고
바람은 살랑살랑
귓볼을 간지르네요
VIII. 겨울이 떠나간 빈자리에 봄이
새벽은 흐림. 지금은 맑음.
둘째 딸이 내일 대치동으로 이사를 간다. 가까이 있다가 떠나가니 마음이 허전하다.
특히 훌쩍 자란 손녀와 정을 많이 붙였던터라 더욱 그러하다. 헤어짐은 늘 힘겹다.
쩌억 쩌억 갈라지는 얼음장
울음을 먹고 피어난 동백
그 붉은 빛으로
산과 들이 일어선다
햇살
그 작은 힘들이
거대한 겨울을 녹이고
세상을 바꾼다
겨울이 떠나간 그 빈자리에
봄이 눈물겹게 달려온다
IX. 이별 예감
외투를 걸칠까 말까 고민이 되는 날씨.
어제 저녁엔 고등학교 전체 총동장회 신년하례식이 있어서 참석했다.
우리보다 20년이나 선배부터 40년 후배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흥겹게 즐겼다. 초청가수들도 신이 나게 흥을 돋으고.
하늘이 저토록 푸르른 건
밤새 별들이 흘린 눈물이
강이 되었기 때문
간 밤에도 누군가 길 떠나고
별똥별 소리없이스러졌을 것이다
그래도 햇살은 거짓말처럼 찬란하여
더욱 가슴 싸한 아침
정깊을수록 이별은 더욱 애절하고
먼 구름은 추억으로 흩어진다
X. 목마름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당신은 더디게 아주 더디게 내게로 오셨습니다.
마음 속 건조주의보
그리움만 쌓이는
봄밤이 아프다
밤에 키운 생각들이
아침 햇살에 속절없이
야위어 간다
그대여
길손이 되어 보시라
길위에 그리움을 뿌리며 걷다가 길이 되는 것이니
누가 알겠나
어느날 그리운 님이
밟고 지나가면
나의 가슴에 삶의 환희를 심어줄련지
(2023.2월에)
Barbara Peirson (1957~ )
영국의 '바바라 피어슨'은 화가이면서, 배우로도,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예술가이다.
그래서 그녀의 일러스트 작품에는 항상 스토리가 담겨 있단다.
자신이 살고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아침마다 산책하면서 밀물과 썰물, 강아지, 철새, 파도 등과 대화를 하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에서는 파도소리가 들리고, 아기자기한 행복이 느껴진다.(모닝글로리_정선구 202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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