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치지 못한 어느 봄날의 사연

양현재 사색 2023. 6. 16. 17:30

I.

사랑은 
모든 방황하는 배의
북두칠성

이 봄
애틋하고 달달한  
봄꽃같이 향기로운
사랑 하시길

 

II.

마른 가지끝에
새 생명이 돋아나는 
봄이 오늘 걸 보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집니다
몸을 휘감아도 
상처가 되지않는 바람
단단히 감고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 보이는
나무들의 눈시울

 

IV.

이른 아침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밀려오는 그리움
오늘도 당신을 만납니다

 

V.

금요일.
창밖에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긴 겨울을 견뎌낸 자연의 미묘한 섭리입니다. 

마음은 가볍게 기분은 즐겁게. 

 

VI.

추억이 서린 이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한 점 봄바람 
살짝만 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까이에 있다

 

그래도

한발짝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리움이란

이다지도 모진 것

 

VII.

일찍 핀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저 꽃잎 하나를 피우기 위해 모진 겨울날을 견뎌왔을텐데 말입니다. 

단 며칠 세상을 밝히다가 허망하게 지는 봄꽃의 일생이 애처롭습니다.

봄향기가 그리운 것은
단지 그 향기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향기를 핑계로
당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매화와 벚꽃이 
이토록 보고싶은 것은 
그 꽃이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꽃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 모습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9일, 수요일.. 바깥 공기가 포근합니다. 아침길 청계광장에서 묘목을 나누어주고 있더군요.

다음주가 식목일이고 청명, 한식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오늘도 행복하길 빕니다.

 

VIII.

3월30일. 세월은 어쩌지 못하는 것인지 오늘보니 아파트 단지내 곳곳에 벚꽃이며 목련이 만개.

흘러간 세월 절반
떠나간 사랑도 절반
세월의 강은
무심하게 흐를뿐

 

IX.

3월의 마지막 날.

당신의 3월은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겨울 모진 추위는
봄을 위하여 견뎌온
인고의 시간


잿빛으로 말라있던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새 순

따순 햇살을 모아
봄은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한다
불러주지 않아도

 

(2023년 3월의 날들에)

 

송태정 (1968~ )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송태정 작가는, 한지의 부드러운 멋을 살려 동양적인 미감을 표현하고 있다.
한지에 채색하거나 찢어 붙여서 동화적인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연출한다고 한다.

도라지꽃과 조팝나무 등 그림 속 고즈넉한 시골 풍경은 어릴 적 향수와 추억이 담겨져 있다.
향수 가득한 계절의 이야기들이 한지의 부드러운 질감에 담겨져  아련한 느낌을 준다.

(모닝갤러리_정선구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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