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졸업식 답사

양현재 사색 2023. 6. 16. 18:26

봄볕이 유난히도 완연했던 4월의 마지막 주 대성전뜰에서 생전 처음 경건히 허리를 숙여 입학 고유례를 치렀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두 학기 동안의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고 오늘 졸업례를 갖기 위해 저희들은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희들 마음속에 이는 감정은 뿌듯함보다는, 좀 더 배우고 익히고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아직은 많이 필요한데 라는 진한 아쉬움이 더 크게 밀려오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과정 중 인문동양학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저희들의 인생을 되돌아봄으로써 자아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보다 가치있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값진 시간을 가졌다고 감히 자평할 수 있겠습니다.

 

성균관, 바로 이 배움의 터전 위에 뿌리내린 600여년이란 장엄한 시간의 무게, 인의예지의 유학의 도덕률을 교시로 하고 있는 세계유일의 학문의 전당에서 각 분야 저명한 교수님들의 명품 강의로 알차게 채워진 프로그램은 그 내용면에 있어서나 전문성 및 완성도에 있어서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단연 최고의 과정이었습니다.

AI가 선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휴머니즘과 창의융합적 역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때문에 이와 같은 인문동양학과정을 10년째 이어올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고 계신 이사장님, 총장님 그리고 학교당국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모쪼록 본과정이 앞으로 20기 아니 50기까지 계속 이어져서 우리 사회에 인문학적 가치창달의 본산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저희들이 지난 두 학기기간의 빡빡한 강의일정을 알차고 보람있게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지도교수 고재석 교수님의 넘치는 열정과 학자로서의 진지함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성균인문동양학 아카데미를 이끌어 나가는 데 최적의 인품을 갖춘 고교수님과 함께 한 시간은 이 과정이 저희들에게 준 또 하나의 보람이었고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배 원우로서 우리 10기의 행사를 아낌없이 지원해 준 7기 김경미 선배님과 본과정의 정신적 지주이신 이영진 헌법재판관님 같은 분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두 분이 아카데미에 쏟아준 사랑, 헌신, 봉사정신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감사했습니다.

이 두 분 이외에도 자애로운 눈길로 저희 원우들을 곁에서 응원해 주신 전통 유학자의 복장이 너무 잘 어울리시는 이천승 교수님, 아카데미의 숨은 살림꾼인 이경진 연구원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두 차례의 수학여행은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인문동양학의 현장답사라는 기본 취지를 견지하면서도 원우들간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따뜻하고도 소중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의 끝자락에 가진 전체 원우회 골프대회를 통한 선배 원우님들과의 만남은 인문동양학의 높은 정신적 가치를 찾고자 성균관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수학했다는 동문의식을 만들어 주고 고취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1기부터 10기까지 이어온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의 확장이라는 뿌듯함과 아울러 이러한 동문의식이 우리 뒤의 후배기를 넘어서까지 계속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저희들이 담당하여야겠다는 사명의식도 갖게 되었습니다.

강의시간 이후에 가진 교분의 시간엔 자연스럽게 그 날의 강의 내용이 주제로 올라왔고, 강의실에서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자리에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참여해 주신 지도교수님의 애정과 책임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오늘이 지나고 나면 매주 화요일 저녁시간을 어찌 보내야할지 그저 허전하고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저만의 감상일까요?

더 이상 이경진 연구원의 다정한 강의안내 문자메세지는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엘리베이터앞에서 늘 환하게 저희들을 맞이해 주던 고재석 교수님도 뵐 수 없게 되었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도 누군가 들어서면 너나없이 왁자하게 일어나서 손을 잡아 반기던 원우님들과도 이별이고,

대성로 길을 따라 걸으며 느꼈던 신선한 고전의 향기도 이제 더 이상 없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싸하니 아려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권혁신 10기 회장이 누누이 외쳤던 바대로 ‘국적은 바뀔 수 있지만 학적은 결코 바꿀 수 없다’, ‘우리는 필례온천 알탕사건의 공범자이자 과잠까지 맞춰 입은 스스럼없는 형님, 동생 지간’을 서약한 보석처럼 소중한 인연이라는 선물을 가슴 가득히 담았습니다.

큰형님 남문식 고문/ 회장단 권혁신 회장, 안근모 사무총장, 총무 윤희중 사장, 박정원 대표/ 우리들의 직우(直友) 박충용 대표/ 그리고 만도린 김용목 학장/ 뷰티플 김경남 본부장/ 송곳처럼 핵심을 꿰뚫는 질문으로 강의를 마무리 해준 최종길 변호사, 구재범 대표, 이홍배 대표, 조경희 상무/ 당진에서 서울까지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이경용 조합장/ 심장약허(深藏若虛)의 실천자 윤석희 부사장, 하현진 전무, 정상태 대표, 변상훈 상무, 도신규 전무, 성학중 대표/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숨은 실력자 남궁원 부행장, 장영순 대표, 조영기 대표, 김세연 부회장, 송성근 대표, 김경수 상무/ 강의실내 존재만으로도 10기의 무게감을 더해준 최대건 부장검사, 이기선 부장판사, 임근구 부대표, 윤지섭 교수, 김학선 교수/ 과정기간 중에 영전의 기쁨을 가졌거나 사업 및 책임범위가 확장되는 등 누구보다도 분주한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졸업 후에는 더 큰 활약이 기대되는 김익현 부사장, 마송훈 대표, 박일근 국장, 서희석 상무, 성병준 부사장, 윤보현 대표, 조영수 부행장 등등 38명 우리 모두모두 변치않는 우정을 이어나가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함께 일깨워 주며 살아갈 날들이 훨씬 많고 길기 때문에 이 아쉬움은 가슴 떨리는 설레임이 되리라 굳게 믿습니다.

 

끝으로, ‘가던 날이 장날이었다’라는 말이 있죠? 저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가던 곳이 장터였다’고. 저희들에게 성균관 인문동양학 아카데미는 그런 장터였습니다. 많이 배웠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느꼈고, 무엇보다도 성균관의 심오한 정신적 가치를 가슴에 담고 이제 저희들은 명륜골을 떠나갑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11월 29일(화)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SAAH) 졸업고유례의 답사*

 

 

해외(일본) 탐방

 

고재석 주임교수의 해외탐방 후기;

"세상을 보는 시각이 사뭇 다른 일본 여행을 마치고,
맴도는 생각 적어봅니다.

마늘과 쑥으로 상징되는 돌봄의 수양이 이어지면,
깊숙히 내재되어 있는 처음 마음이 자각되어,

지금 바로 여기가 지극히 좋은 곳이 될 수 있다는
한국의 사유 역시 의미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여전합니다."

 

 

2022년 11월29일(화) 졸업고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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