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캠퍼스는 신록의 물결로 넘쳐난다. 사실 이곳 송도는 사시사철 서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다 바람이 드세고 거기다가 아직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탓에 어느 지역보다 황량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겨울철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요즘같이 서울 시내에서는 이미 한 여름 패션이 한창인 때에도 여전히 한 겨울의 꺼풀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요 며칠 사이에 을씨년스럽던 이곳 황무지에도 새 생명의 전령들이 계절의 변화를 다투어 전하고 있다. 동북아경제통상대학에서 내다 보이는 잭 니클라우스 CC의 푸른 페어웨이가 더 없이 평화롭고 따뜻하다. 무엇보다도 새 학기를 맞아 입학한 신입생들도 지난 몇개월 사이에 어색했던 옷차림이나 몸짓이 한결 여유로워 져서 캠퍼스의 봄 풍경을 훨씬 활기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겨울 휑하니 썰렁해 보이기만 했던 학교가 이젠 웬지 비좁게만 느껴지는 것도 이런 감상의 변화가 일조를 했을듯 싶다.
강의동 곳곳에 봄철 축제행사를 알리는 각종 써클의 안내문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우리들 대학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다. 그 당시의 대학축제는 운동권 써클에게는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아 대정부 투쟁의 불꽃을 한 바탕 사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늘 데모진압대와 날선 긴박한 대치를 하기 일수였지 요즘과 같은 분위기는 결코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쌍쌍파티라는 게 있어서 파트너를 자기네 학교로 불러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금남의 여학교도 방문할 수 있는 짜릿한 낭만도 있었으니 동토에도 꽃은 피었던가 보다. 천천히 교정을 걸으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본다.
오늘은 해상손해에 관해 강의를 했는데 방대한 내용을 3시간에 소화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강의진행을 몹시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공동해손 정산실무는 학교강의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은 부분인데 이번 학기에 한 번 시도해 보았다. 또한, 비용손해부분도 구조비, 손해방지비용, 특별비용 그리고 공동해손비용까지 각각의 개념을 비교하고, 그 성립요건과 보상한도까지 다루었다. 3시간의 강의시간 중에 하나의 토픽을 마무리지으려고 애쓰긴 하는데 이번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간적 제한이 있는 경우에 지나치게 원칙에 엄격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쉬운 부분들을 짚어보다. 정해진 시간에 말들을 쏟아 내다보니 입맛이 쓰다. 다음 시간에 보충을 통해 완성을 시켜야 할 것이다. 이찬근 교수님과 월요일 강의시간이 중첩이 되어 이 시간마다 마주친다. 그 분의 학문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늘 젊고 싱싱하시다. 이런 분이 학교에 계신다는 건 학생들에게도 학교에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존경스러운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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