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두 차례에 걸친 강의에서는 이제까지 해 왔던 방식과는 사뭇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강의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게 내세울 만큼 창조적이라 할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익숙한 길이 아닌 만큼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평소 학생들 앞에 서면서 스스로에게 경계하는 두가지 화두가 있다. 첫번째는 학생들이 이 강의를 통해 얻어들은 지식이 훗날 현장에서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 과목이 다른 무역학부 강좌들과 상호유기적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첫번째가 학문의 실용적 효용의 문제라고 한다면, 두번째는 각각의 지식이 백과사전이나 장학퀴즈 문제풀이식으로 단편적이서는 안되고 하나의 지향점을 향한 유기적 복합성을 지녀야 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학문의 실용적 효용성의 문제는 나처럼 실무 현장에서 수많은 신입사원을 받아 일을 시키면서 느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고, 두번째의 문제는 문제해결을 위한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구비시키는 것이 학문을 하는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때문이다.
가령, 이번 학기에 강의 중인 국제무역보험론 과목의 경우 이 과목은 무역학부의 다른 강좌, 예를 들면 무역관습론, 위험관리론, 무역실무, 해상운송론 등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목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이 다른 과목에서 이미 공부했거나 앞으로 학습할 내용들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가를 놏치지 않도록 주지시켜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을 때 이들의 지식체계가 훨씬 입체적일 수 있을 것이고, 또 현장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그 해결방법의 모색이 용이해 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난 주에는 개별 국제무역거래조건이 담고 있는 내용을 밝히고, 이들이 어떤 형태의 무역보험의 가입을 요구하게 되는지를 탐구하였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국제무역위험을 개관하고 이를 통해 확인한 위험을 무역거래 당사자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운송인, 화주 그리고 보험자의 관점에서 규명하였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다소 실험적인 것이고, 그래서 강의준비에 시간도 많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힘들기는 해도 이번 주까지 강의를 마치고 나니 뿌듯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새로운 청량음료를 제공해 준 것 같은 기분은 색다른 감정이었다. 위험관리론에서 위태(hazard)의 종류를 맨날 설명한들 그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또 운송인의 책임분담의 원칙이 화주나 보험자에게 어떤 위험부담으로 귀결되는지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앞으로도 이런 관점의 시도를 계속해 보고자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뿐 만 아니라 내게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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