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목) 오후 4시 큰 맘먹고 일산 동구 식사동의 그린골프연습장을 찾았다. 유승식 사부로부터 한 수 지도를 받기로 이봉훈과 약속을 했던 터이다. 1992년 영국에 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으니 골프입문이 무려 20년이나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구력에도 불구하고 귀국 이후 제대로 된 스윙점검도 받지 않은 채 오직 과거의 잠깐의 화려한 기억에만 의존한 채 오늘날 까지 버텨왔던 것이다. 그러니 실력은 나이에 반비례하여 줄어들고 동반자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게 요즈음의 나의 모습이다. 예전에 비해 시간의 여유를 갖다보니 오히려 골프라운딩의 기회가 늘게 되었는데 뭔가 변화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실력이 못 쫓아가니 공연히 성질만 버린다고 하던가? 지난 번 대한화재 전직 임원들 모임에서도 스윙의 템포를 찾지 못해서 김낙문 회장의 조언을 받았고, 아트밸리 CC에서도 조동진으로부터 드라이버 샷 궤도의 우수꽝스러움을 지적받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구력도 훨씬 낮은 동반자들이 실력을 발휘할 때는 나는 한 없이 쪼그라 들고 나의 게으름과 자신을 콘트롤해 나가지 못하는 무능을 마구 자책하게 된다.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무엇이 그 원인인지 또 그 처방이 무엇인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함만 커지는 형상이다.
유사부와의 만남은 이번에 두번 째인데 이 날은 주로 어프로치 샷과 퍼팅에 대한 지도를 받기로 하였다. 이 둘은 모두 거리감각을 체득하는 게 포인트다. 마침 그린골프연습장에는 어프로치 샷을 연습할 수 있는 야외공간이 있어서 직접 현장실습을 통해 거리감을 익힐 수 있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유사부는 정말 열성적으로 우리 두 사람을 지도해 주었다. 샌드웨지의 백스윙크기에 따른 거리감 익히기, 퍼팅스트로크의 세기에 따른 거리감 익히기는 복잡하고 현학적인 프로레슨보다 훨씬 실용적이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샌드웨지의 다운스윙시 채를 떨어뜨리는 감을 유지한다든지, 퍼팅시에는 3m 거리를 기본 스트로크로 하여 이를 토대로 실거리에 따라 퍼팅의 세기를 조절하는 기법은 압권이었다. 문제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 감각을 몸에 익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야외연습장 관리인 아저씨가 1인당 볼 2개씩만 갖고 연습하라고 2차례나 주의를 줄 정도로 유사부는 볼 하나라도 더 연습하게끔 우리를 독려하였다. 그런데 유사부의 지도라는게 사실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칭찬과 격려가 70%이상인 점이 특이했다. 자신감을 가지게 하려는 배려일 것이다.
비소식이 있어서인지 야외에는 바람이 제법 강했다. 6시까지 연습을 한 뒤 그 곳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지난 번 갔던 실내스크린골프장으로 이동했다. 오늘 학습한 사항을 실전에 응용한다고나 할까? 이 스크린 연습장은 알바트로스 체인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골프 존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솟게임의 현장성은 훨씬 뛰어나다고 유사부는 평가한다. 물론 일산지역에 친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여럿이 모여 한가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편의성과 이동성이 좋다는 점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7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전태완 원장이 병원 문을 닫고 이곳까지 달려왔다. 정성이다. 전원장은 유사부가 배출한 수제자 중의 한 명인데, 요즘 한창 재미를 붙여 불원천리 찾아 오는 것이다. 오늘도 3 오버파를 기록해서 나를 적잖이 놀라게 했다. 아무리 스크린골프라지만 믿기지 않는 꿈같은 스코어다. 11시가 되어 게임을 마치고 근처 오뎅집에서 간단히 간식을 하고 헤어졌다. 전원장는 저녁식사도 못했는데. 시간만 허락된다면 당분간 은 매주 수요일을 전투체력의 날로 삼아 유사부의 지도를 받고자 한다. 골프란 공을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오는 매우 정직한 경기다. 공부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시험성적 잘 나오는 것은 아니더라도, 공부 안하고 시험 잘 볼 수는 절대로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