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스크린 골프를 통해 유승식 사부로부터 샷교정을 받아 온 나와 이봉훈이 유사부를 대동하여 용평CC로 1박2일(6월7일, 8일)의 필드레슨을 떠났다. 지난 6월3일 보성 63회 정기총회 모임에서 만나 막걸리 몇 잔 걸친 뒤에 즉석에서 이루어진 번개 행사다. 봉훈이는 나보다 앞서 미국 워싱턴에서 골프를 시작했고, 나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했으니 각각 20년 이상 골프채를 잡아 온 셈이다. 그러나 이 둔한 영미 유학파들을 토종 골퍼가 샷을 교정해 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것은 좋은 거여"라는 어느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동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봉훈이 차로 함께 이동을 하였다. 일행이 3명이니 한 대의 차로도 한갓지다. 친구들 사이이니 소풍을 떠나는 양 마음은 마냥 흥겹고, 르노삼성 전직 마케팅기획담당 임원이 운전하는 차에 느긋하니 몸을 기대니 남부러울게 없다.
가는 길에 진부IC에서 빠져나와 이곳에서 안경점을 운영 중인 이우재의 아카데미안경원을 방문했다. 고등학교시절 MRA라는 서클활동을 함께 한 친구다. 몇 년 전에 전문대학에 재입학하여 안경사자격을 취득한 우재는 업종내 경쟁이 격심한 분당점을 접고 이곳에 자리를 잡았단다. 고려대를 나와 직장생활까지 잘 해 온 친구가 남은 여생의 재설계를 위해 전문대학에서 수학을 했다니 놀랄만한 결심이 아닌가? 식구들은 서울에 남겨 두고 혼자서 가게를 운영한다니 어쩐지 마음 한구석 짠한 느낌이 들었다. 안경점 한켠에 전자오르갠과 악보가 수북히 놓여 있어 사연을 물으니 지역 성당에서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단다. 멋진 일이다. 함께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서둘러 용평으로 향했다. 용평은 대한화재 시절 직원들과 겨울철 스키를 타러 몇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이다. 92년 초쯤에 회사직원 모임에 어쩐 일인지 우리 가족들 모두가 동행을 했었는데, 초고추장을 찍은 펄떡이는 빙어를 통째로 입에 문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던 어린 관백이의 모습만은 지금껏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첫날은 퍼블릭코스에서 9홀 레슨을 받았다. 퍼블릭코스는 산등성이와 실개천을 오르고 건너는 느낌으로 9홀 답지 않게 다양함을 느낄 수 있게 설계 되어 있었다. 특히 9번 홀은 좌측으로 콘도를 바라보면서 물을 가로질러 티샷을 하게 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이 었다. 오랫만에 남자캐디로부터 코스진행의 도움을 받았는데, 나의 경헙상 여자캐디에 비해 남자태디들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사실 영국에는 캐디가 드물긴 해도 캐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남자캐디이고, 그것도 할아버지들 아니면 20살 안팎의 아주 젊은 애들이 대부분이다. 유사부는 아주 작심하고 사사를 한다. 어프로치 샷거리에서는 핀까지의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볼에서 그린까지를 분주히 오가며 백스윙의 반경까지 꼼꼼히 챙겨준다. 티샷시 볼과 목표지점의 얼라이먼트 요령, 세컨드 샷에서의 클럽의 셋엎요령이며, 퍼팅자세에 이르기까지 레슨프로가 따로 없다. 9홀을 마치고, 야외 연습장에서 1시간 30분 가량 복습까지 하고서야 첫날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저녁식사자리에 다시 우재를 불러 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방에서 우리들 어릴 적 모습을 되찾다.
콘도내 온도조절밸브를 맞추어 놓는 걸 일행 모두가 잊고 자서 밤새 더위에 고생을 해야 했다. 중간에라도 일어나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귀찮다보니 몸이 고생을 한 셈이다. 새벽에 황태국으로 아침요기를 하고 우재를 진부까지 가는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다.
둘째 날은 여름골프의 절대지존이라는 용평CC에서의 라운딩이다. 이곳은 해발 700미터 고지에 자리잡고 있어, 인간의 가장 좋은 생체리듬을 유지시켜 주는 천혜의 입지조건을 자랑하고 있다. 잘 자란 나무들이 하늘숲을 이루고 있고, 티박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활한 페어웨이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골프장에서 삼림욕과 라운딩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자랑할 만하다. 세계적인 골프코스 디자이너인 Robert Trent Jones Jr.가 설계를 한 이곳은 산마루코스(out)와 강나루코스(in)의 18홀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 레슨지도를 상기하며 출전한 라운딩은 흥분과 아쉬운 탄성이 교차했다. 봉훈이가 후반에 43타로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 주었고, 나는 숏게임에서 놀랄만한 발전을 보여 두 사람 모두 유사부를 조금 기쁘게 해 주었다. 80대 진입을 위해 노력했지만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지만, 숏게임, 퍼팅의 짜릿함을 맛보았던 것은 이번 행사의 큰 소득이라 하겠다.
귀성길에 운전까지 하며 우리 제자들을 감동먹게 한 유사부의 열정의 바탕에는 오로지 베품과 순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골프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친구들과의 한없이 솔직한 마음의 교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