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밸리CC는 충북 진천에 위치한 개장한지 불과 4년정도 밖에 되지 않은 신설골프장이다."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고 했던가? 살아서 진천에 머물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는 말이다. 진천사는 동생과 용인사는 형이 서로 어머니를 모시겠노라고 고집을 부리자, 진천원님이 판정을 내리기를 어머니가 살아계사는 동안에는 진천 동생이 모시고, 돌아가신 뒤에는 용인에 산소를 쓰고 형으로 하여금 제사를 모시도록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단다. 어찌되었건 진천은 자연재해로부터의 피해도 크게 없어 농사 짓고 살기에 편안하고 넉넉한 고을이었던 모양이다.
아트, 밸리, 마운틴의 3개 9홀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트는 정확한 코스공략을 필요로 하고, 밸리는 헤져드를 건너 티샷을 해야하는 만큼 자연의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자제력을 요구하고, 마운틴은 올려치는 홀이 많아 거리도 길고 점수관리가 만만치 않은 남성적인 코스다. 전체적으로는 자연을 최대한 살려 코스를 조성한 탓에 생생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조동진, 임병현, 김영덕 친구들이 이 골프장 멤버쉽을 갖고 있어 매월 한차례씩 함께 라운딩을 갖고 있다. 그 덕에 내가 멤버쉽을 갖고 있던 썬밸리CC보다 이곳을 더 자주 찾게 되었다. 이렇게 정기 출격을 하고 있는 유일한 그룹이니 그 의미가 유별나다고 하겠다. 중고등학교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이니 허물이 있을 수 없고, 제각기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으니 좋은 일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네 라운딩은 다소 특이한 모습을 띄고 있다. 세 친구들 모두 80대 초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실력자들이고, 나는 90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니 만년 하수다. 조사장과 임사장 두사람은 후반 9홀에서는 스트로크 내기를 할만큼 모두 승부욕도 강하고 실력도 백중세를 보이고 있어 옆에서 보기도 즐겁다. 김사장의 실력은 이들에 전혀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스트로크내기는 삼가는 편이다. 대신 4사람 모두 전 18홀을 소위 뽑기라는 것을 하는데, 홀마다 승자 두사람은 임사장이 준비해 온 인삼주나 복분자주 한 잔을 마셔야 하는게 우리들의 일관된 규칙이다. 어쩌다 초반에 연거푸 몇 잔을 마시고 나면 정신이 몽롱해 지기도 한다. 결국 매홀 내기에 딴 자들은 축하주인지 아니면 벌주인지를 마셔야 함으로써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실력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이루게 해준다고 할까? 홀을 딴 사람은 한 잔 들이키며 몸을 부르르 떠는 엄살을 부리고, 따지 못해 섭섭한 사람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으며 다음 홀에서의 복수를 다짐하니 그 모습이 재미있다. 친구들 사이이므로 즐겁자고 하는 일이다.
금년 들어서 기사없이 자가운전을 하게 된 나를 위해 김사장은 자기 차량에 나를 동행해 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김사장과는 고등학교 졸업이후 늘벗이라는 모임을 통해 지금껏 각별한 우정을 이어 오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인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의 라운딩은 7시29분 마운팅코스에서의 티샷으로 시작했다. 요 며칠 비가 내린 뒤라서 처음 3개홀은 안개속으로 티샷을 해야만 했다. 이 와중에 조사장과 임사장이 2개씩의 버디를 각각 기록했고, 나는 후반 밸리코스 6번홀에서 버디를 낚았다. 한 라운드에 5개의 버디가 생산되었으니 특별한 날이었다. 평소대로라면 김사장도 최소한 한, 두개의 버디를 기록했을텐데 전날 덕유산 25km를 13시간 반에 걸쳐 종주를 한 후유증으로 다소 고전을 한 셈이다. 그래도 13시간 반의 산행을 한 뒤 바로 이어서 골프라운딩을 하는 김사장의 체력은 대단하다고 하지 않겠는가? 김사장은 작년부터 백두대간 정복을 목표로 거의 매주 산행을 나서고 있는 중이다. 내가 기록한 밸리 6번 홀은 350m의 다소 긴 파4홀로 좌우측 OB이고 길고 정확한 드라이버샷이 요구된다. 그린 우측에 높은 벙커를 피해 투온을 하는게 중요하고, 파온이 되더라도 원그린의 특성상 세컨드 샷도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팀의 실력자 조사장이 아직까지도 이 홀에서만 유독 버디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만만치 않은 홀이다. 캐디 언니가 버디를 축하하며 모자에 파란 나비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기분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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