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봄비다. 실같은 빗줄기가 거리를 조용히 적신다. 안개같은 운무가 도시를 휘감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이런 날에는 지하철보다는 버스로 이동하는 게 이런 경치를 감상하기에 적격이다. 아침 러시아워를 피하면 버스 안도 한가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서두를 것 없는 길을 마음에 담으며 짚어 갈 수 있다. 이 버스에 있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심사일까? 어디를 찾아 가는 사람들일까?
오늘은 역삼회 월례 정기 점심식사일이다. 당초 강남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한 달에 한 번 날짜를 정해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얼굴도 보고 근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기 위해 시작한 모임이었다. 1년 반 전부터는 강남뿐 아니라 시간이 허락되는 친구들도 자연스레 참석하게 되어 그 숫자가 20여명에 이르게 되었다. 전체 동기회 모임의 소모임으로는 꽤나 큰 그룹이 되어서 동기회 모임이 활성화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대우건설에 다니다 퇴직한 심괌영 친구가 총무역할을 맡아 보고 있는데, 모임 날짜에 임박해서는 핸드폰 문자로 장소를 통보해 주고, 참석여부도 확인받는 등 그 꼼꼼함과 열성이 보통이 아니다. 무슨 모임이건 이런 친구의 헌신적인 관심과 노력이 있게 마련이지만 고등학교 친구들이란게 너무 막역하다 보니 총부역할은 그 만큼 신경이 더 쓰이게 될 것이니 이 친구가 더 대단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모임장소는 구옥천이라고 생태집이었는데, 모두 9명이 참석하였다. 평소보다 2,3 명이 적은 인원이다. 대신 홍찬기가 처음으로 참석했다. 오늘은 얼마전 홀인원을 기록한 남기호가 모임의 점심식사비를 부담하였다. 홀인원하면 3년간 재수가 좋다는데, 우리 나이에 앞으로 3년간 운이 좋다면 밥 살만큼 자축할 만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정기적인 모임자리가 있어 한 달에 한 번씩은 얼굴을 보고 마음에 담을 것도 없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음 풀어놓고 나눌 수 있으니 편안한 자리다. 식사를 마치고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운 친구들은 당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우정의 대화를 이어 가려나 보다.
나는 친구들과 헤어져 김영덕 사장 회사를 방문했다. 전달해 주기로 약속한 물건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다. 전철로는 한 정거장 거리이니 10분밖에 안되는 가까운 곳이다. 젖은 우산을 건물 현관에서 빗물 모음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사무실로 올라가니 마침 회의 중이라 비서의 안내를 받아 접견실에서 잠시 기다리게 되었다. 잠깐 동안이라지만 대낮 근무시간에 남의 사무실에 앉아 있자니 갖가지 상념이 들다. 비가 오는 날씨때문만은 아니다. 우산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걸어서 사무실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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