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골프는 골패

양현재 사색 2011. 4. 10. 18:46

새벽녘에 몇 번이나 잠을 뒤척였는지 모른다. 4시 30분 어둠이 상기 드리원진 길을 더듬어 김사장집으로 차를 몰았다. Art Valley CC는 북진천 IC를 나와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하는 먼 길이다. 예전같으면 박주임이 모는 차에 올라 지긋이 잠을 청할 수 있으련만, 이제는 그럴 처지가 못된다. 그래도 김사장의 호의로 오며 가며 피곤함을 덜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집에서 김사장네 서초 아크로비스타까지는  새벽길에 불과 20분 안짝의 길이니 운전의 부담도 덜 수 있어 좋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곳 골프장에서의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라운딩. 나는 이 친구들에 비해 안정되지 못한 샷 탓에 늘 민폐만 끼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식과 골프만큼은 자기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잖던가? 핑계일 것이다. 정성을 드리고 연습을 통해 샷감각을 올려 준다면 어찌 통제 불능일 것인가? 샷 하나 하나가 늘 불만스러울 따름이다. 자신에 대한 끝없는 질책에 영 뒷 맛이 개운치 않다. 어이없는 실수에도 분을 속으로 삭여야 하는 이 운동은 바보들의 오락인가, 아니면 해탈군자들의 마음 드러내기인가? 오늘따라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 어찌된 노릇인지. 18홀 내내 자학을 일삼다 난 꼼짝없이 성질 다 버리고 만다. 친구들 앞에서 속좁은 모습을 드러내는 게 더 짜증스러울 따름이다. 더 나아질 가능성도 딱히 보이지 않는 이 족쇄에 또 다른 인생의 굴레를 맛 볼 뿐.

 

그래도 라운딩 후에 시원한 샤워 물줄기로 피곤한 몸을 세척하면 마음까지 상쾌하다. 그래 이 맛 이야! 오리 구이에 청국장 그리고 소주를 기울이니 라운딩 중에 가졌던 짜증은 멀리 달아나고 또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 짧은 기억력 덕분일까? 참 야릇한 운동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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