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일동안 3회의 라운딩을 가졌다. 모임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이 주간은 골프 풍년이 들었다.
주말 골퍼들이 대략 그러하듯이, 겨우내 동면을 하다가 봄 철에 라운딩을 개시하면 조금 과장하면 '골프장갑을 오른손에 끼웠던가, 왼손에 끼웠던가 조차 헷갈리며' 머리올리던 초보시절의 실력수준으로 되돌아가 내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다가도, 10월달쯤 되어서 어느덧 납회할 때가 가까워 오면 '어, 나 요즘 골프 좀 되네'하는 수준까지 반짝 끌어올리기를 반복하며 아쉬운듯 1년간의 라운딩을 마감하곤 하는 게 나의 모습이다. 이런 순환법칙에 따르자면 요즈음에는 '그 분'이 찾아옴직도 할텐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것 참, 바람직하지 못한 일은 예외없이 규칙적으로 착착 잘도 돌아가면서 좋은 일은 기대하는 그대로가 아니라는게 미워 죽겠다". 나는 지난 8월 한 달간 인도여행으로 인한 공백때문일 것이라고 애써 핑계를 대 보지만 솔직히 운동신경이 둔한 건 사실이다.
1. 10월9일(일) 아트밸리CC
10월 정례모임이다. 나로서는 10월 들어 첫번째 라운딩이다. 새벽 4시50분까지 김영덕 사장댁으로 가기 위해 조금 여유있게 4시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리모콘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싶었지만 별다른 생각없이 골프백과 옷가방을 차 트렁크에 넣으려고 트렁크 손잡이를 잡는 순간 그 힘에 트렁크문이 제절로스르르 열리는게 아닌가. 이 때까지도 차량상태에 아무런 의심을 두지 않고 짐을 넣은 뒤 수동으로 운전석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걸었으나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20분 이상 시동을 걸기 위해 용을 써 보았으나 허사다. 방전이 된 모양이다. 큰 일이다. 이러다가는 약속시간에 늦을 것만 같다. 택시라도 잡아타고 가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트렁크 문을 열고 넣었던 짐을 꺼내려고 운전석 밑에 있는 트렁크 열림손잡이를 당겼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전원이 끊어졌으니 먹통일 수 밖에. 차에서 내려 트렁크문을 열려고 열쇠구멍을 찾았으나 '아뿔싸, 구멍이 없다'. 이럴 수가! 전원이 나간 상태에서는 수동으로는 문을 열 방도가 없는 것이다. 기막힌 "머피의 장난(Murph's Law)"이 아닌가? 아마도 만울님이 쇼핑을 갔다 오면서 짐을 꺼낸 뒤에 트렁크를 제대로 닫질 않아 이렇게 된 모양이다.
벌써 4시30분. 아무리 친구사이지만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택시를 잡아 타고 김사장댁 지하주차장까지 달려갔다. 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곧바로 타고 갔던 택시를 되돌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080-600-6000)에 긴급출동서비스를 신청했다. 서비스신청을 접수한지 20여분만에 도착한 직원의 도움으로 밧데리 충전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평생을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나이지만 그 새벽시간에 고객의 부름에 달려와 준 현대자동차의 고객만족 서비스시스템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시간은 벌써 5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티엎시각 6시44분안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서두른다면 두, 세홀을 지난 뒤에 합류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생전에 이렇게 과속으로 차를 몰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두번째 홀을 마치고 세번째 홀로 이동중인 친구들과 합류를 하게 되었다. 이런 괴상한 일들을 겪고 난 뒤라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으니 오늘은 단지 라운딩자체에 그 의미를 둘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래도 나를 환호로써 맞이해 준 친구들이 있으니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해야 할 것 같다.
2. 10월11일(화) 웨스트파인 GC
금년들어 세번째 대한화재 퇴직임원들 정례모임이다. 조기동, 이병규, 김건백, 김동우, 정진호의 불참으로 6명의 인원만 참석한 단출한 행사가 되었다.
웨스트파인GC는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동향리에 소재하고 있어 접근성이 양호한 퍼블릭 골프장이다. 개장한 지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양레저의 파인크리크CC, 파인밸리CC의 명성을 이어서인지 골프장 관리나 조경시설이 어느 회원제 골프장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되어 있었다.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양호한 편이다. 연단체 부킹을 할 수 있어 정례적인 단체모임을 갖기에 좋을듯 싶다.
제1팀은 서득주, 전해룡, 이창길 3명, 그리고 제2팀은 김낙문, 김후석, 안영구의 3명으로 라운딩을 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전반 중반까지는 샷 방향을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레귤러 티에서의 거리는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대신 페어웨이가 좁아서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했다.
조기동 사장은 며칠 전 모친상을 입고 이 날이 삼우제일이라 참석을 못한 것이다. 전화로 위로의 말을 전해 주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3. 10월12일(수) 비젼힐스 CC
손보협회에서 주관하는 퇴임한 손해보험사 대표이사 및 유관단체장 초청 정례모임이다.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의 행사를 갖는데 이번 모임은 지난 4월26일(화)에 이어 두번째 행사인 셈이다. 이 날 행사에는 문재우 협회장을 비롯하여 6명의 대표이사(방영민, 권처신, 이철영, 김관수, 송면섭, 이창길 사장)와 2명의 유관단체장(정채웅, 김치중 원장)이 챀석하였다.
늘 그러하듯이 골프라운딩 자체도 그렇고 오고가는 담소도 모두 흥겹다. 현직에 있을 때 가졌던 찌뿌듯한 업무스트레스의 중압감으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날은 정채웅 전 보험개발원장이 79타로 winner겸 medalist, 김관수 전 제일화재사장이 롱기스트, 이철영 전 현대해상사장이 니어리스트가 되었다. 정원장은 싱글스코어를 기록하여 주위분들로부터 골프연구소를 개설했느냐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톡톡 튀는 패션과 헤어스타일로 세인의 주목을 받더니만 드디어 톡톡 패션에 걸맞는 튀는 스코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단한 일이다.
나는 전반 첫 홀에서 파를 잡으며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더니 전반에만 모두 5개의 파를 기록하며 더블보기 없이 전반을 4오버타로 마치게 되었다. 드라이버 샷의 리듬을 유지함으로써 평소의 제 거리를 내게되니까 전체적으로 그린 공략이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을 마치고 그늘집에서 막걸리 한 대접을 들이킨 게 직방으로 효과를 나타내면서 후반 첫 홀에서 트리풀 보기로 시작하며 기운을 빼더니 더믈보기와 보기를 각각 3개나 범하고 파는 마지막 홀을 포함하여 2개밖에 잡지 못해서 결국 12오버파로 마치고 말았다. 이로써 이날 전후반 88타를 기록하였는데. 이 앞 주에 유사부로부터 받은 지도가 큰 보탬이 된 것 같다. 유사부에게 이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다. 가능성을 보았으니 레슨의 고삐를 바짝 붙들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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