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어린이학교에서의 조촐한 축제행사 관람을 끝내고 우리 두사람은 남걀사원과 쭐라캉을 향했다. 비는 그쳤지만 짙은 안개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남걀사원(Namgyal Gompa)은 인도에 있는 티벳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장소이자 달라이 라마 직할 사원으로서 국가적 대사와 관련된 종교, 정치의식을 집행하는 곳이다. 봄, 가을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대중설법(Teaching)도 이곳에서 이루어 진다고 한다.
사원을 입장할 때는 소지품 검사를 다소 까다롭게 받았으나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국정부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인 티벳 망명정부의 중심시설에 대한 이 정도의 보안조치는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몇 차례에 걸친 중국측의 달라이 라마 암살 시도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사진을 통해서만 보았던 티벳 본토(현재 중국내 티벳 자치구)의 수도인 라사(Lasa)에 소재한 포탈라궁(Potala Palace)의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에 비한다면 콘크리트 건물인 남걀사원은 턱없이 초라해 보였다. 그렇지만 오체투지(五體投地) 절을 하는 티벳인들의 모습은 너무 경건하고 아름다워 가슴에 진한 감동을 전해 주기에 충분했다. 오체투지 절은 신체의 다섯부위를 땅에 닿게 하는 절로, 두 무릎을 꿇어 땅에 댄 다음 두 팔을 땅에 대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땅에 대어 절을 하는 방식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자신을 낮추고 신을 경배하는 의식으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을 것이다.
사원내부에 들어가기 위하여는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보관하여야 하는데 등산화를 신은 우리는 신발의 분실이 우려되어 부득이 한사람씩 번갈아 가며 내부관람을 해야 했다. 한사람이 내부관람을 하는 동안에 나머지 사람은 밖에서 신발을 지키고. 아무리 '불여튼튼'이라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부처님이 보셨으면 뭐라고 하셨을까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여행 팁; 인도 여행중에는 이처럼 실내입장시 신발을 벗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큼지막한 비닐 봉지를 미리 준비해서 배낭에 넣고 다니다가 사원같은 곳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비닐봉지에 담은 뒤 이를 배낭안에 집어넣고 입장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듯 하다.)
사원내부에 들어서서 부처님께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렸다. 우리네 법당에서와 같이 부처상 앞의 제단에는 가지가지 예물들이 놓여져 있었는데, 그 가운데 초코파이가 박스채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누군가의 손에 들려 이렇게 먼곳까지 온 초코파이에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우리와 다른 점 하나는 시주함이 따로 없고 제단위에 시줏돈을 올려 놓는 것이었다.
사원외부 벽을 따라 설치된 마니차(manicha, mani wheel)를 돌리며 조용히 옴마니반매흠을 읊조려 보았다.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말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오로지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오래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남걀사원 옆 건물은 쭐라캉(Tsuglagkang)이다. 티벳 말로 궁전을 뜻하는 쭐라캉은 현재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자택이다. 쭐라캉의 외부는 인도군에 의해, 내부는 개인 경호원에 의해 지켜지고 있어 경계가 삼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어떤 긴장감도 느낄 수 없이 평화롭기만 했다.
달라이 라마(Dalai Lama, 達賴)는 티벳 불교에서 가장 지배적인 종파인 게룩파(Dge-lugs-pa)의 교주를 일컫는 칭호로서, 티벳인들은 곌바 린포체(위대하고 존귀한 정복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1959년 중국 공산당이 티벳을 지배하기 전에는 티벳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동시에 실질적인 통치자였다.
티벳사람들은 달라이 라마 1세부터 지금까지 쭉 하나의 영혼이 다른 몸에서 환생하다고 믿고 있다. 환생자를 찾아내는 방식은 종파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몇가지 예를 들면 환생자가 자신의 전생을 기억해 내고, 머물던 사찰로 달려가 자신이 환생자임을 증명해 낸다고 한다. 현 달라이 라마 14세도 어린 시절 말을 배우자마자 부모에게 하대하며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한 어린 달라이 라마를 찾아 나선 고승 한 명이 달라이 라마 13세가 소지하던 지팡이를 들고 다니자 자기가 쓰던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중의 하나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 텐진걈초(Tenzin Gyamtso; Bstan-'dzin-rgya-mtsho)는 제14대로 1935년 7월 6일 중국의 칭하이 성(靑海省)에서 티베트인 부모밑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1940년에 티벳의 통치자인 달라이 라마가 되었지만 1950년부터 티벳을 강제 점령한 중국공산당에 대항한 저항운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1959년에 인도로 망명하게 된 것이다. 텔레비젼이나 사진 속의 달라이 라마는 얼굴 하나 가득 온화하고 자비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 전혀 낯설지 않은 친척 할아버지, 살아있는 부처님같은 이미지를 가지신 분이다.
아쉽게도 달라이 라마는 해외 순방중이라 단체접견의 기회를 가질 수는 없었다. 가까운 시일내에 이 분의 한국방문이 꼭 실현되길 기대하면서 달라이 라마와 하워드 커틀러라는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행복이라는 주제로 대화한 내용을 엮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 나오는 한 귀절을 음미해보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마음의 상태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들로 구분되는데, 부정적인 것을 물리치고 긍정적인 것을 키워 나갈수록 우리의 마음은 건강해지고 더욱 행복해 진다. 결국 행복은 우리의 마음 속, 즉 생각에 달려 있는 것이다. 때문에 행복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나가야 할 것이다.' 나를 찾아 떠난 이번 여행길에서 구해 낸 메세지 중의 하나다.
그려!!! "인생 뭐 별 거 있는감?"
*운무속의 남걀사원과 쭐라캉
*오체투지(五體投地) - 자신을 가장 낮게 낮추는 경배의식
*남걀사원 내부전경
*나걀사원 내부 부처님 앞 제단에 우리나라 초코파이가 올려져 있다
*사원 외부 뜰에 있는 불상
*사원 외부벽을 따라 설치된 마니차(manicha)
*달라이라마 자택인 쭐라캉의 외곽
*온화하고 자비로운 모습의 달라이 라마 14세
*티벳 본토의 수도인 라사에 있는 포탈라궁의 웅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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