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살라에서의 첫 날 밤! 참으로 먼 길을 돌아 이곳까지 왔다.
지금까지 거쳐 온 곳들과는 달리 짙푸른 녹색의 자연경관도 그러하거니와 티벳인들의 선한 표정, 관광객들의 여유로운 발길, 그리고 이번 여정의 마지막 행선지까지 도착했다는 안도감...등등이 혼합되어 나그네의 마음을 참으로 편안하게 감싸주는 곳이었다.
이 앞의 스리나가르가 아름다움 속에 뭔지 날이 선 듯한 긴장감을 감추고 있는 곳이었다면, 이곳은 그저 평화롭기가 한량이 없는 곳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조그마한 집이라도 한 채 구해서 이곳에 아주 눌러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게 하는 그런 곳이었다.
시내에 있는 티벳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어느결에 잠이 들었다.
스치는 바람에도 알 수 없는 설레임이 깃들고
간절한 보고픔에 턱괴고 눈을 감으면
어느덧 알 수 없는 떨림으로
괜스레 두 눈이 젖어 오다.
누구는 사랑이라고 하고
더러는 지독한 아픔의 시작이라고 하는
가슴 어디쯤 폭풍같은 환희로 눈뜨는
또 다른 나와의 만남!!!
모처럼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딱히 서두를 일도 없어 늦으막히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창밖이 찬란하다.
일행들과 그간 지나온 여정을 되짚어 보았다. "마날리 - 사추 - 레 - 알치 - 까르길 - 스리나가르 - 잠무 - 다람살라"
그런데, 내 룸메이트는 몇 번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스리나가르를 '쓰리- 나가리'로, 다람살라를 '다람쥐 살살'이라고 해서 모두들 배를 웅켜잡고 한바탕 웃었다. 웃자고 일부러 장난을 한 것이었다.
아침 식사 후에 동료와 둘이서 티벳 어린이 학교(TCV ; Tibetan Children Village)를 방문하였다.
TCV는 1959년 달라이 라마와 함께 티베트를 탈출한 어린이 난민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서 망명정부의 교육기금과 세계 각지에서 보내오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난민 어린이들에게는 무료로 교육과 기숙사가 제공된다고 한다.
오늘은 8월15일. 인도 독립기념일이다. 이 날을 기념하여 학교에서는 축제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학교 교정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았으나 교실내부 시설은 많이 열악해 보였다. 난방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아 추운 겨울날은 어찌 보낼까 걱정이 들었다.
드디어 강당에서 축제행사가 시작되었다. 강당안은 학교 관계자를 비롯하여 관광객들로 꽉 들어차서 입추의 여지가 없었으나 우리는 용케도 창가 벽면으로 배치한 의자에 나란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티벳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집단 무용공연을 하는데 하나같이 진지하게들 열중을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맨 앞줄에서 열심히 앙증맞은 손짓으로 무용을 하는 작은 여자 어린애는 그 무용솜씨도 예쁠뿐 아니라 전체를 리드해 나가는 세련됨도 나무랄데 없어 많은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에는 무용동작이 특별히 어설픈 남자 아이 하나가 끼어 있었는데 옆 친구들의 동작을 힐끗거리며 한 박자씩 늦게 쫓아하는 모습이 너무 천진스러워 오히려 관중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조국을 잃고 낯선 땅에서 조국광복의 꿈을 안고 전통문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들 어린이들이야말로 티베트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당국의 탄압을 피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험난한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 다람살라까지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티베트인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종 목적지인 다람살라까지 오기 위하여는 히말라야를 두 달간이나 횡단해야 하는 고난의 산행을 견뎌내야만 한다. 혹독한 추위에 피부는 벗겨지고 두 뺨은 햇빛에 그을려 검게 변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동상으로 손, 발가락을 잃거나, 때로는 중국공안당국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일만 피할 수 있어도 큰 행운으로 여기고 있단다.
이런 고행을 거쳐 네팔의 카투만두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다. 이곳에서 먼저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얻은 뒤 다시 최종 목적지인 다람살라행 허가를 기다려야 한다.
최근들어 네팔정부는 자국내에서의 반(反)중국 시위를 금지한 데 이어 망명을 시도하는 티베트인들을 중국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단에 몰린 티베트인들이 네팔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다람살라에는 2만 명의 티베트인들이 합법적인 난민지위를 얻어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망명정부를 중심으로 티벳의 독립쟁취를 위한 국제적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남갈사원(Namgyal Gompa) 앞 건물 외벽에 걸린 one People, one Nation!"의 구호가 애절해 보였다.
동료와 나도 오늘 티벳 어린이학교(TCV)를 방문하여 어린이들의 전통공연을 관람하면서 "하루 속히 티벳의 독립이 성취"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보았다.
*축제준비가 한창인 티벳어린이 학교(TCV) 교정
*행사 대기중인 어린이들
*어린이 학교 교실 내부
*율동에 맞춰 군무를 하는 귀여운 어린이들 - 오른쪽 줄 맨 앞의 여자 어린애의 무용이 너무 귀엽다
*찬조 출연한 인도 처녀들의 합창 - 어린이 공연에 비해 지루했다
*어린이들 공연 중간 티벳 청년들의 무용공연 - 힘이 넘쳤다
*맨 오른쪽 남자 어린이 - 무용은 서툴렀지만 마지막까지 진지하다. 우리 어릴적 친구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 남갈사원 앞에서 만난 티벳 독립 구호, one People, one Nation!"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로 가는 길(기행15-4) - 인도 속의 작은 티벳, 다람살라(맥그로드 간즈)5 (0) | 2012.04.14 |
---|---|
인도로 가는 길(기행15-3) - 인도 속의 작은 티벳, 다람살라(맥그로드 간즈) 4 (0) | 2012.03.19 |
인도로 가는 길(기행15-1) - 인도 속의 작은 티벳, 다람살라(맥그로드 간즈) 2 (0) | 2012.03.06 |
인도로 가는 길(기행15)-인도 속의 작은 티벳, 다람살라(맥그로드 간즈) (0) | 2012.03.05 |
인도로 가는 길(기행14)-잠무&카슈미르의 겨울 수도, 잠무(Jammu) (0) | 2012.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