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마치고 일행 네사람이 택시를 한 대 빌려 시내관광을 나서기로 했다. 그 편이 오토릭샤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도 했고, 사실 그동안 여행의 피로로 체력이 거의 고갈되어 이 무더운 날씨에 더 이상 부지런을 떨 엄두가 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호텔 로비에 있는 여행안내 데스크직원과 협상이 잘 이루어져 비용부담도 적절했다.
1. 꾸뜹 미나르 유적군(Qutab Minar Complex)
자타가 이정하는 뉴델리 최고의 볼거리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다.
꾸뜹 미나르는 델리 술탄국의 첫 군주이자 노예왕조(Slave Dynasty)의 시조인 꾸뜹 웃 에이백(Qutab ud din aibak; ? ~ 1210)이 세운 높이 72.5m의 승전탑으로 인도에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탑 가운데 하나로, 힌두교 왕조를 멸망시킨 이슬람교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세워졌다.
유적군안에는 '이슬람의힘'이라는 뜻이 담긴 인도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 쿠와트 알 이슬람 모스크(Quwwat ul Islam Mosque)의 잔재가 보존되어 있다. 델리를 점령한 꾸뜹 웃 딘 에이백은 무려 27개나 되는 힌두교 사원을 파괴한 후 그 잔해 가운데 쓸만한 것들을 모아 이 모스크를 세웠다고 한다. 피비린내 나는 정복자의 잔혹함이 섬뜩하다.
모스크의 북서쪽에는 무덤처럼 벽돌을 쌓아 올린 또 하나의 승전탑인 알라이(Alai Minar)가 있다. 얼핏 보기에도 탑이라고는 할 수 없는 형상인데, 건설을 계획했던 왕이 고작 1층만을 완성시키고 암살되어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알라이 미나르 안쪽에는 왕의 후계자였던 일투트미쉬(Iltutmish)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유적군에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 약 4세기경에 세워진 쇠기둥. 철의 함량은 무려 99.99%로 현대 과학기술로도 주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약 1500년간 노천에서 비바람을 맞고 서 있으면서도 어떠한 녹도 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이 쇠기둥은 오파츠(Out of Place artifacts; OOPATTS), 즉 현대과학 문명으로도 해명이 불가능한 고대 출토물의 하나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일까? 이 쇠기둥을 양손으로 안아 깍지를 끼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지금은 철조 보호망에 싸여져 있어 마음으로만 '소원'을 빌어볼 수밖에 없었다.
장대하면서도 섬세한 유적들을 돌아보며 압도당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력으로 이민족을 점복하며 그 힘을 과시하기 위해 건조된 이들 유적들은 우리의 문화재와는 사뭇 다른 건축동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 바하이 사원(Bahai Temple)
우리나라에도 약 2만여 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하이교는 이슬람교의 한 분파로 시작된 신흥종교로서 전 인류의 형제화, 종교의 통일, 지구연방의 건설과 같은 꽤 흥미있는 주장을 하고 있는 종교다. 교리적으로도 부처, 에수, 공자 등의 모든 성인들을 하느님의 뜻을 알리기 위한 동등한 선지자의 하나로 본다. 물론 가장 마지막 현신은 바하이교의 창시자인 바하 울라(Baha Ullag ; 1817 ~ 1892)라고 하지만.
9라는 숫자를 신성시하는 교리탓에 바하이교의 사원은 모두 9각형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특히 델리의 바하이 사원은 피어나는 연꽃 모양으로 인해 로터스 사원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고 한다.
교리의 보편주의적 성격때문에 사원은 모든 종교신자들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 포대자루같은 곳에 담아 맡겨야 하는 낯선 수고로움 때문에 우리들은 사원 내부입장은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3. 후마윤의 무덤(HUmayun's Tomb)
무굴제국의 2대 항제인 후마윤의 무덤으로 페르시아 출신인 그의 부인 하지 베굼(Haji Begum)의 지시에 따라 1565년에 건설됐다.
후마윤의 무덤은 무굴양식 최초의 건물로서 90년 후 타지마할의 건축으로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 들어서자 마자 느껴지는 탁 트인 개방감, 밭 전(田)자 모양을 이룬 뒤 다시 수많은 작은 정사각형으로 쪼개지는 정원의 형태, 완벽한 좌우대칭은 타지마할과 거의 유사하다고 하니, 이번 여행길에 타지마할까지는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을 이걸로 나마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으면 이런 대단한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사랑이 아름다운 건 자신을 다 내던지는 그 무모함과 용기 그리고 목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 우리들 삶에 따스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 자루의 촛불을 켜고 마주 앉아보라
고요하게 일렁이는 불빛 너머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또한, 사랑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깝고 낮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웁거든
한 자루의 촛불을 켜두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라
제 한 몸 불태워 온 어둠 밝히는 촛불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두 손 모으다 보면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어느새,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당신의 마음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정하님의 "촛불" )
순수함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말 한마디 작은 행동에서부터 행복을 만들어 나가야 겠다.
꾸뜹미나르의 장대한 모습
기단 가운데쯤에 새겨져 있는 아라비아 글자, 코란의 한 구절
쿠와트 알 이슬람 모스크
일라이 미나르
쿠와트 알 이슬람 모스크의 안뜰에 있는 쇠기둥 - 현대과학문명으로도 그 해명이 불가능한 오파츠
바하이 사원- 9각형의 모습이 마치 피어나는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
후마윤의 무덤 - 타지마할의 전형
석관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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