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 국제공항. 이제 이번 북인도 여행을 마무리 짓고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다.
인도에 첫 발을 내딛을 때 나를 맞이해 준 공항청사에 걸려있던 글귀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잘 했어요. 당신의 착한 업(業)이 당신을 이곳에 오게 했나니!"(Well done, your good karma brings you here!)
어떤 인연이 나를 이곳 인도까지 이끌었을까?
그곳을 향해 겁없이 떠난 지 벌써 9개월.
참으로 피곤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며 괴로워 하던 참에 불현듯 나선 여행길이었다.
선릉역 어느 건물,사각의 벽 속에 갇혀져 보낸 겨울, 봄, 그리고 여름. 온종일 낯선 목소리들이 윙 윙 거리며 내 목을 죄어 왔다.
벌거벗겨 내팽겨쳐진 듯한 끝없는 절망감, 세상을 향한 이유없는 분노, 잠 못이룬 불면의 밤.....
'나를 찾아 보겠노라고', '나를 잊어버리겠노라고' 그럴싸한 명제를 내걸어서라도 이 답답하고 감당키 힘든 현실로부터 뛰쳐 나오지 않으면 금방 숨이 막힐 것처럼 그렇게 절박했었다.
여행은 너무 행복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유스로운 영혼들과의 만남.
이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또 한 번 진한 행복을 반추할 수 있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아끼면서, 너무 아까워서.
여행기를 마칠 수 있어서 조금 후련하고 많이 아쉽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아름다운 봄 날이 가기 전에 이 숙제같은 짐을 내려 놓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여행길에서 만난 귀한 인연들- 히말라야의 바람소리, 설산, 황야, 오색의 룽타, 초르텐, 곰파,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난 이들에게 고백하듯 이 글을 이어왔다
이 고마운 인연들에게 동학사 오르는 길에 우연히 접한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전하며 여기서 이 여행기를 마무리 짓는다.
자, 그리고 또 새로운 출발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내게 가장 미더운 사람
내게 가장 따뜻한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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