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등산, 여행 횟수를 정리해 보았더니 모두 16회였다. 골프 라운딩이 47회였으니까 등산, 여행의 횟수와 합하면 63회. 결국 닷세에 한 번꼴로 나들이나 골프를 한 셈이다.
북인도여행을 다녀온지도 벌써 1년5개월이나 되었다. 1년에 한 번은 이런 특별한 여행을 다녀오겠노라고 희망했지만 그 이후 아직껏 한 번도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말았다. 아쉬운 일이다.
그대신 한 차례의 세부여행과 15회의 등산, 여행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15회의 등산과 여행의 구성을 살펴보니, 백두대간 산행 3회, 여행사의 당일여행 참여 2회, 고등학교 동창모임인 63건강산악회 2회, 봉사활동 2회, 영평사 구절초축제 참여, 무등산 산행, 수종사 여행, 영흥도 방문, 오류동 뒷산 산보 2회 등이었다.
월별로는 단풍계절인 10월이 7번으로 절반이나 되고, 7월 3회, 8월과 11월이 각각 2번, 그리고 3월, 6월이 각각 1번씩이었다. 10월에는 골프가 3회가 있었으니까 무려 사흘에 한 번은 나들이나 골프를 했다는 말이 된다.
1) 3월17일 무등산 산행
광주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로 내려가 있는 이봉훈 교수를 찾아 유승식군과 함께 KTX편으로 광주까지 내려깄더랬다. 이교수의 소박하고도 깔끔한 아파트 방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날 이교수가 손수 끓여준 북어국을 먹고 무등산행을 나섰다.
무등산장(원효사)주차장 - 제철유적지 - 서석대(무등산 옛길 2구간) - 입석대 - 장불재(900m) - 중봉 - 중머리재(508m) - 새인봉 - 증심사 주차장까지 12jkm구간을 5시간여만에 주파했다.
무등산은 해발 1187m로 북한산 다음으로 탐방객이 많은 곳이란다. 금년 1월1일자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무등산에는 수달, 구렁이, 삵, 독수리를 비롯한 멸종위기종 8종과 원앙, 두견이, 새매, 황초롱이 등 천연기념물 8종도 살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주상절리대, 산봉, 계곡, 괴석 등 자연경관자원도 61곳이나 있는데, 특히 서석대와 입석대 등 주상절리대는 높이가 20 ~ 30m, 폭 40 ~ 120m에 달해 남한 최대규모로 꼽힌다. 보물 제131호인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 좌상 등 지정문화재도 17점이나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날 짙은 안개때문에 시야확보가 어려워 이교수가 공연히 미안해 했지만 정작 벗을 찾아 내려간 우리들에게는 그게 뭐 그리 크게 아쉬워 할 일만은 아니었다. 무등산은 계절마다 각기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거기 그대로 있을 것이고, 또 벗은 언제고 우리를 반가이 맞아 줄테니 생각날 때 다시 한 번 찾아 보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2)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늘벗 친구, 김영덕 사장은 서울대 CFO과정의 동기들과 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1년 반전쯤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 모임의 회장으로 젊은 그룹들과 산행을 통해 체력에 자신을 갖게 된 김사장의 권유로 나는 매우 무모한 용기를 내어 이 모임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몇몇 친구들은 '그러다 도가니 나가면 평생 고생한다'며 극구 만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발을 딛여놓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1년 반여 기간동안 호남정맥을 시작으로 금남정맥까지 백두대간을 거쳐 온 알짜배기 산꾼들의 뒤를 쫓는다는게 기실 두려운게 사실이었지만, 벌써 그러마라고 호기를 부려놓은 터라 그냥 물러서기도 애매한 입장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선 첫번째 산행은 6월16일 "이화령 - 하늘재" 18.36km 구간이었다.
이화령-조령산(1025m)-신선양봉(937m)-조령관(문경새재)-마역봉-평천재-탄항산-하늘재구간 곳곳에 펼쳐진 급경사의 암릉들에 걸린 밧줄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맡기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난코스 구간이었다. 생초보인 내게는 실로 무리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앞사람만 보고 기를 쓰고 쫓아갔다. 김사장이 뒤처지는 나를 위해 끝까지 보조를 맞춰준 덕분에 낙오는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첫번째 참여자로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룬 셈이었다.
"조령샘물에서 목을 축이는 길손이시여
사랑하나 풀어던진 샘물에는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한가닥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우리는 한 모금의 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니다." - 조령산 조령샘을 사랑하는 사람들 -
㉯첫번째 산행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룬 나를 달래려는듯 두번째 산행구간은 10월6일 "늦은목이(800m) - 선달산(1236m) - 박달령(1009m)"의 자투리 구간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해동 화엄종(華嚴宗)의 종조(宗祖)인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화엄종의 수찰(首刹), 부석사에 들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을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가슴에 가득히 담았다.
㉰11월3일 "화방재 - 수리봉 - 만항재(1330m) - 함백산(1572.9m) - 은대봉 - 두문동재(1268m)" 10.7km 구간
11월2일 밤 11시에 교대역에서 출발하는 무박산행. 두문동재는 "두문불출(杜門不出) 거칠현동(居七賢洞)"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니 그만큼 산이 깊은 오지였던가 보다. 함백산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화전동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데, '크고 밝은 뫼'라는 뜻으로, 산경표(山經表)에는 대박산(大朴山)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남으로는 태백산, 북으로는 매봉산,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를 이어가는 대간능선들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 함백산 정상에 올라 붉게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지켜보며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나에게는 너뿐. 내 사랑은 아무런 구김없이 웃음꽃이 활짝 피어야 한다. 정답게 이마를 대고 웃을 수 있어야 한다."
3) 6월6일 구룡령 옛길
여행은 다정한 벗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즐겁겠지만, 때로는 홀로 떠나는 여행길도 호젓하니 좋다. 이럴 때 교통편을 걱정하지 않고 떠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 여행사의 당일, 또는 무박여행을 따라나서는 일이다. 내가 가끔씩 애용하는 곳은 느낌여행사와 블루라이프여행사이다. 이들은 비교적 저렴한 경비에 버스내에서의 잡담까지 통제할 정도로 순수 트레킹을 지향하고 있어 참여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구룡령 옛길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 소재하는 양양과 홍천을 연결하는 옛날 도로다. 산세가 험한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보다 산세가 평탄하여 양양, 고성지방 사람들이 한양을 갈때 주로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상품교역로였고, 이 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러 한양으로 갈 때 용의 영험함을 빌어 과거급제를 기원하며 넘나들었던 길이었다고 한다. 원래 구룡령은 아홉마리 용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지쳐서 갈천리 마을 약수터에서 묵을 축이고 고갯길을 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숲속길을 따라 난 길의 중간중간에 길의 위치를 표시하는 횟돌반쟁이, 묘반쟁이, 솔반쟁이 등이 자리하여 옛길걷기의 흥미를 더해 주고 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등산, 여행 결산(3) (0) | 2013.01.25 |
---|---|
2012년 등산, 여행 결산(2) (0) | 2013.01.23 |
인도로 가는 길(기행18) - 에필로그 (0) | 2012.04.29 |
인도로 가는 길(기행17) - 델리 역사유적 관람 (0) | 2012.04.29 |
인도로 가는 길(기행16) - 델리(Delhi)로의 귀환 (0) | 2012.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