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광화문역 처마아래에서 비를 긋으며

양현재 사색 2020. 7. 22. 18:24

7월22일(수) 비

잔뜩 흐린 하늘, 그 인내를 기대하며 우산없이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가 기상변화를 전혀 쫓아가질 못한다.
사무실이 3층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2층으로 이사를 오고나니 자연의 소리가 들려온다.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대나무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아래층 일꾼들의 거친 외침...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선 아들녀석은 어찌 비를 잘 피했을까? 다 큰 자식 근심에 스스로 실소를 짓는다.
오늘은 우(雨)요일. 빗소리는 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반쯤 졸다 지하철을 내리니
예보에 없던 비가
발길을 막아선다
지하철입구 처마밑에 황망히 서서 무심한 하늘을 바라본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긴가민가 했는데
날씨는 내 편이 아니었나 보다

거리를 두고 함께 멈춰선
팍팍한 삶들
한 사람이 용기내어
빗속을 달리자
몇사람이 그 뒤를 따른다

도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도대체 도시의 어디에
기대어 사는 걸까

더욱 거세진 빗줄기
종종걸음으로 빗속을 달린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텅빈 공간
그 공허한 일상으로

 

 

Boris Kustodiev

러시아의 일상과 자연을 밝고 화사하게 그린 작가.결핵으로 인생 말년에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긍정과 사랑,행복과 즐거움 같은 주제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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