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한화재 전직 임원들

양현재 사색 2011. 4. 20. 11:31

마포에서 대한화재 전직임원들과 점심약속이 있어서 오전에는 집에 머물며 이번 주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평가하다. 51명이나 되는 수강생들의 리포트를 매주 평가하는게 결코 녹녹치 않다. 그 주일에 강의한 내용 가운데 주요 핵심주제를 7개 정도로 추려 리포트를 작성, 제출하게 하고 있다. 이밖에도 강의가 끝나고 나면 그날의 강의내용에 대한 객관식 시험을 즉석에서 치루는데, 이는 학생들의 강의 집중도를 올리고 사고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렇게 한 주간의 강의가 끝나고 나면 제출한 시험문제와 리포트의 평가를 하게 되는데, 리포트의 경우 리포트의 구성은 물론 내용을 일일이 점검하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일이어서 아무리 서둘러도 하루가 꼬빡 소요되는 중노동이다. 그래도 이번 학기 들어 5번째의 리포트를 접해보니 많이들 향상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흐뭇하다. 걔중에 5, 6명 정도는 제법 수준급에 올라와 있어 마치 나무 심어놓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대하듯 신기하고 고맙기 그지없다.

 

오늘 점심모임은 최근에 롯데손해보험에서 퇴직한 이병규 상무를 위해 연락이 닿는 사람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 상무는 35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퇴직하였으니 서운해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같은 시절에 35년을 한 직장에서 마친 이 상무의 케이스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만큼 사람 됨됨이가 올바르고 또 열심히 살아왔음을 웅변하는 일일 것이다. 이 모임이라는 것이 딱히 명칭도 규약도 없지만, 대주그룹이 대한화재를 인수한 이후 경영권이 롯데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기간에 임원으로 함께 애환을 나눈 사람들끼리 연락을 취하고 종종 식사도 함께 하는 그저 편안한 자리다. 서득주 부사장이 모임의 좌장격이고, 10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연락이 닿고 있다. 모두들 현직에서 물러나왔지만, 영업일선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대리점을 개설하기도 했고, 자산운용사를 운용하기도 한다. 오늘 모임 자리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위사람들이 하는 일이 두루 번창해야 즐거운 일이다. 젊었을 때는 나의 영달만을 보고 달려 왔지만 이제는 주위를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의 성공과 그들의 기쁨에 박수를 보낼 수 있으니 이게 다 나이 먹은 값인가 싶다. 나이 먹으면서 배만 나와서 사고와 행동은 앞뒤가 꽉꽉 막힌 옹고집, 외통수가 되어서는 결코 아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