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비는 마음을 흔들고 커피는 가슴을 적신다

양현재 사색 2020. 8. 3. 18:52

빗소리가 요란하다. 이번에는 충청도 지역과 경기 용인지역에 물폭탄을 쏟아 부었다. 비는 당장 그치지 않을텐데 수해를 입은 사람들이 겪고있을 고생에 마음이 아파온다. 왜 그런지 비 피해는 늘 어려운 사람들 몫인 것 같다.

 

어릴적 이렇게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동네 아주머니들은 집이 다 떠내려가게 생겼다면서 한숨을 쉬셨다.

저녁 무렵 어머니 말씀에 좇아 우산을 들고 아버지 마중을 나갔으나 길이 어긋나서 혼자 풀이죽어 돌아와 나는 서럽게 울었다. 잠결에 들으니 어머니는 술 한 잔 걸치고 늦게 돌아오신 아버지께 그 날 일을 전하면서 이런 날은 좀 일찍일찍 집에 들어오면 안되냐며 원망이 가득 담긴 말씀을 드리고 계셨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계셨지만 나는 어둠 속에 누워서도 아버지의 난처해 하는 얼굴을 충분히 그릴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애가 빗속에서 제 아버지를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올 때의 실망감이 오죽했을까하는 짠한 마음이 드셨을 것이고, 때문에 아버지를 몰아부치는데 조금도 거침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후에도 실은 그 날 저녁 아버지 얼굴도 뵙지 못하고 우리 동네가 빗물에 떠내려 가게 생겼다는게 정말로 두렵고 슬펐다는 말씀을 옳게 드리지 못헸다. 

 

월요일. 비는 앞으로도 한 열흘간 더 계속될 듯하다. 습도가 높아 눅눅하니 몸도 마음도 자꾸 처진다.

 

비가 오는 풍경은
마음을 흔들고
마주한 커피향기는
가슴을 적신다

비오는 날
차 한잔을 들고 있어도
문득
먼저 떠오르는 사람
지금처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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