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5일(화)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재래시장에 들러 오곡밥을 사다가 사골국에 맛나게 먹었다. 대보름. 맑은 하늘에 둥근달이 휘영청. 달님께 몰래 소원을 빌었다. 나이들면서 마음이 약해진 탓인지 겸손해진 것 같다.
정월 대보름
야트막한 야산 텅빈 논둑에서
불깡통 돌리며 보름달을 만들던 시절
매운 북풍도 잠니 넋잃는
세상은 보름달 천지
어머니는 집안 곳곳에
등잔불 밝히시고
거칠은 두 손 마주 비비며
가족들의 건강을 비셨다
눈썹셀까 졸음 쫓다
못이겨 잠들면
꿈속까지 따라온
휘엉청 보름달
2월16일(수)
입춘이 지났어도 춥다
서걱대는 가슴을 쓸고가는
성성한 바람
귀 기울이면
멍울진 외로움
쩌억 쩌억 울음을 삼키고
바람은 마을을
더 외딴 곳으로 몰고갑니다
시퍼렇게 날선 하늘
추워요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2월18일(금)
대보름 지난지 사흘이나 되었는데 여전히 둥근달이 아파트 빌딩사이로 세상을 훤히 비추고 있다. 새벽공기는 차갑지만 낮부터는 차차 풀어진단다. 내일이 우수! 얼음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날이니 이 무렵부터 날씨가 많이 풀리고 나뭇가지엔 새싹이 돋기 시작할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다음주 화요일엔 16만명, 그 다음주3월1일엔 35만명까지 이른다니 그 어두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은 금요일, 무언가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지나온 세월 탓일까
듬성듬성 아른거린다
함께 걸었던 길도
늘 아른거리던 얼굴도
사라졌다 다시 떠오르고
어디로 가야 하나
매정한 무소식에 고이는
사랑했던 순간들이 빚어놓은
추억들만 아련
내일은 우수
2월21일(월)
지난 토요일 오후엔 눈이 펄펄 날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갔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린다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과거 속의 얼굴.
주말에 제법 포근한 날씨여서 이제 봄이 멀지 않았다고 했는데 오늘부터 다시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다리는 건 늘 애를 태우며 오나보다.
월요일. 오후엔 잠깐 눈발이 날린다네.
마른 풍경을 흔드는 삭풍
우수가 엊그제 였는데
바람은 세상을
더 추운 나라로 몰고간다
마스크사이로 보일락 말락
눈만 빼꼼히 내놓고
한기에 어깨를 움추린 채
종종 걸음치는 사람들
흔들리는 건 나무만이 아니다
따뜻한 방이 그립다
마른 가슴을 더듬어
마음을 만져보고 싶어라
2월22일(화)
어제만큼 차가운 바람
길 비켜라 겨울아
철 모르는 너
아직도 산으로 거리로
헤매고 있는가
보라
어김없이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들을 향한
저 간절한 마음들
차가운 손 거둬라
그리움 막지 못하리
출근길에 깔린 추위
도도한 발길에 바스러지면
구름 쫓아와 빗질 한다
2월24일(목)
어쩌다 만나면
영락없이 빠져드는
마법의 나라
사랑하기에
기다림조차 다정한 이야기가 되었다
사랑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된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에
어느 별 하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오직 하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축복
2월25일(금)
오늘 한 낮 기온이 영상9도까지 올라간단다. 그래도 바람이 있어 체감온도는 영하권.
어느새 금요일. 주말로 이어지니 마음이 느긋해진다.
그리움이 메아리쳐
눈앞에 아른거리는
얼굴
두 눈을 감아도 보이는
맑은 미소
헤어지고 만나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며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
그렇게 정이 들었지
손에 잡히는 듯
마음에 담아놓은 듯
다정한 흔들림에
가슴이 마구 떨렸다
목멘 그리움 속에
내 안에 살고 있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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