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례데뷔를 했다. 2006년 인천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윤태모 군의 결혼식이었다. 우리 학교 박사과정을 이수한 최광호 선생을 통해 최초로 윤군의 주례를 의뢰받았을 때 극구 사양했지만, 윤군이 학교로 찾아와 강청을 하고 도움을 청하는 통에 마지못해 수락을 하였던 건이다. 2,3일 곰곰히 생각해 보니 대사를 앞에 두고 내게까지 주례를 부탁하였을 윤군의 숙고와 이런 경사스런 자리에 서 두 젊은이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느냐는 결론을 내린 터였다. 학교에서 내게서 지도를 받은 이 젊은이가 오늘을 살아가는데 되새길 가르침이 되고 있다니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주례를 수락하기에 앞서 두사람으로부터 만남의 계기로부터 결혼을 약속하게 된 결정적 이유와 향후 인생계획에 관한 인터뷰를 갖고서 "아, 이만하면 정신적으로도 잘 다듬어진 사람들이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주례를 수락하는데 힘이 되었다. 12시부터 예식이 시작되지만, 시간의 여유를 갖고 인천터미널과 접하고 있는 신세계컨벤시아웨딩홀에 도착하였다. 예식장 라ㅐ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여러 제자들이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보람에 교육자의 길을 걷는구나 싶다. 2006년, 2007년경에 졸업한 제자들인데도 강의시간에 익힌 그들의 얼굴들이 기억에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어떤 자세를 견지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새삼 되새겨 보게 된다.
오늘 결혼식이 있기까지 나름대로 몸가짐을 정갈히 하였고, 이들에게 들려 줄 주례사도 이리저리 고민해 보았다. 이미 선배 주례분들이 다듬어 놓은 말씀들이 많은 참조가 되었다. 고민하는 내게 만울님은 제발 장황하지 않게, 간결한 주례사가 되어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한다. 생각해보니, 맞는 지적이다. 주례사에 귀 기울일 청중이 몇이나 되고, 주례앞에 서 있는 이 두사람은 오늘 이 순간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보냐. 그런 사람들을 붙들고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야말로 정말 우스운 일이다. 백범 김구선생께서 함께 독립운동을 하던 동지의 자제분 주례를 서게 되었는데, 그 주례사가 걸작이다. "내, 너의 얼굴을 보니 네 아비생각이 간절하다. 모쪼록 잘 살거라. 이상." 이 보다 더 가슴 뜨거운 축하가 어디 있겠으며, 이 보다 더 엄중한 당부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단다. 기피 주례 1호가 '나이 많은 사람'이고, 2호가 '교수'라는데, 아마도 나는 이 2가지를 모두 겸하였으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식장에 입장하기 앞서 마지막으로, 오늘 예식의 사회자를 불러 식순과 진행에 대해 최종점검을 하고 서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였다.
주례석에 서서 예식을 진행하면서 하객들로부터 전해 오는 잔잔한 축하의 눈길이 내게까지도 느껴져 왔다. 이에 답하듯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두 사람의 굳은 의지가 예식 내내 이들의 눈빛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식은 잠깐사이에 마무리 되지만, 이 길지 않은 시간이야말로 우리들 인간사를 지탱하고 발전시켜 온 얼마나 성스러운 순간이었던가? 참으로 어울리는 한 쌍이고, 모쪼록 두 사람이 늘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영원토록 이어가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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