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제무역보험론 중간고사를 치루다. 수강인원이 51명인 관계로 한 강의실에서 시험을 치르기에는 너무 옹색하여 2반으로 나누어 시험을 치렀다. 학과사무실의 이선생이 시험감독을 도와 주었다. 이번 중간고사는 서술문제 2문제(각 20점), 약술문제 5문제(각 10점) 그리고 단답형 2문제(각 5점)로 구성했다. 늘 그래왔듯이 답안지를 추가로 요청할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답안지 분량을 여유있게 준비했지만 2매를 작성한 학생은 채 10명이 넘지 않는듯 하다. 학생들의 논술능력이 갈수록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리포트 작성을 통해 글의 구성이나 서술의 논리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시험시간을 90분을 배정했는데도 30분도 채 안되어 답안지를 제출하는 학생을 보면 절망감마저 든다.
요즈음 여자들이 전문직종에 진출하는 비율이 남자를 앞서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학교 강의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듯하다. 여학생들의 리포트 질은 보편적으로 남학생을 앞서고 있고, 오늘 시험에서 보듯이 마지막까지 답안작성에 매달리는 건 한결같이 여학생들이다. 여학생들은 집중력, 인내력면에서 뿐만 아니라 논리구성에서도 남학생들보다 탁월한 것 같다. 왜 그럴까? 때론 우리 나라 여성들이 인종학적으로 살펴 볼 때 우성의 DNA를 지니고 태어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제로 각종 스포츠경기 등에서 세계를 제패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모조리 우리 여자들이지 않던가? 이런 잠재력을 갖고 있는 한국 여성들을 꾹꾹 억압하지만 말고 진작에 자유롭게 풀어 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말이다.
시험 때마다 느끼는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평소 강의시간에 보던 학생들의 얼굴모습과 시험기간 중 이들의 얼굴모습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시험에 찌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화장을 하지 않은 쌩얼이라서 그런가? 많은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의 얼굴이 생소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시험이란 건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 가운데 하나지만, 나도 준비시간이 월등히 부족한 상태로 시험을 코 앞에 두고 있을 때는 '에이,밤새 학교에 불이라도 확 났으면 좋겠다'라는 아주 발칙한 상상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답안지를 메꾸는 학생들을 보면 답안의 내용이야 어찌 되었건 안쓰러운 생각이 우선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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