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가장 강력한 황사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평상시의 10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단다. 오후 4시경에는 서해 5도와 충청, 전라도, 제주도 등 수도권 이남지역에 황사주의보가 발효되었고, 나머지 지역에도 황사예비특보가 내려졌다.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가 올해 들어 가장 짙은 농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내일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괜스레 눈이 침침하고 목도 칼칼해 온다.
어제, 그제 천둥비가 내렸으니 원래대로라면 청량한 봄 날씨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어제 새벽 잠을 설친 후유증이 오늘까지 이어져서 그런지 몸도 무겁고, 마침 황사주의보도 내려진 터라 집에서 온종일 뒹굴다. 집안에서 내다보이는 하늘이 아침 나절은 그런대로 파아란 얼굴을 드러내더니 오후부터는 무거운 운무같은 것이 드리워지면서 하늘을 온통 재색으로 바꾸어 놓는다. 모두들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닿고 집안에 있으라는 방송멘트가 연신들려 온다. 그래서 그런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집앞 놀이터가 텅 비었다. 소리 지르며 뛰어 놀던 아이들은 오늘 하루 갑갑한 집안에서 어른들의 잔소리깨나 들으며 지냈을 것이다.
중국쪽에서 불어 오는 편서풍이 지난 번 일본 대지진 때는 방사능 물질을 우리나라 반대편으로 밀어 내주더니만, 봄철 황사는 꼼짝없이 뒤집어 쓰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이 모양이니 중국의 사정은 짐작이 된다. TV에 비친 북경시내의 모습이 생지옥이 따로 없는 듯 하다. 갈수록 황사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영국처럼 하루 한 차례씩은 비가 내려 이 먼지덩이를 씻어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두 딸들은 이런 날씨에도 온종일 밖에서 지내나 보다. 이 봄날을 집에서만 보내기에는 걔들은 아직 젊은 나이일 것이다.
TV여행채널에서 백두산 트래킹 영상을 시청하다. 온종일 집에만 갇혀 있어서인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씩씩해 보인다. 그들의 숨소리, 땀내음이 묻어 나는 듯 하다. 이번 학기를 마치고 나면 백두산을 오를 수 있을까? 3째 처남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형제처럼 늘 좋은 분이다. 함께 가면 즐거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