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교수는 나의 대학동창이다. 학창시절 우리는 그를 牛步라고 불렀다. 하는 행동이나 사고가 좋은 말로 해서 소처럼 우직하고 느릿하고, 직설화법으로 말하자면 동시대에 좀 뒤떨어진 old fashion때문이었는데, 신기한 것은 개념이 현상을 만들어 나간건지 몰라도 이 별난 號에 딱 맞아떨어지게 이 친구가 그대로 특징화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강의실에 들어서면 교수님으로 착각하기 십상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친구는 학생으로는 좀체 어울리지 않는 정장차림을 즐겨 하고 다녔고, 뜸금없이 어디선가 가곡 악보를 구입해서 뭔가 새로 익힌 자신의 실력을 보일라쳐도 우린 한사코 '쌍권총' 노래를 부르게 해서 이 친구를 멋적게 하곤 했으니 우리 동료들이 이 친구의 또 다른 변모를 허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군대를 마치고 복학한 친구 환영회 자리에서 이 친구가 불렀던 쌍권총이라는 노래때문에 이 친구를 이 노래의 굴레를 뒤집어 쒸운 것이었는데 그는 우보의 호와 함께 그렇게 우리들 뇌리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광주에서 행정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이 친구가 어느날 웃음치료연구소장이라는 낯설고 개그같은 타이틀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건 친구들 사이에선 놀라운 사건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웃음치료연구소라는 것이 뭔고하니 대체로 노래도 하고 시도 읊고 우스개 소리도 하는 1인 만담이랄까(?) 하는 퍼포먼스 이었기 때문이다. 아예 명함까지 찍어서 자신을 내세울 뿐 아니라 몇 명만 모인 자리에선 이 웃음치료라는 쇼(?)를 해대는 것인데, 그 소재가 다소 진부하긴 해도 본인은 늘 진지했고 열정도 뛰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즐거이 박수부대가 되어주었다. 그의 대단한 변신에 놀라와 하고 또 그의 도전이 꼭 멋진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우보교수의 열정이 진지해지면 해질수록 우린 서서히 우려의 눈빛으로 그를 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요즘 말로 "소는 언제 키우냐? - 본업인 교수로서의 연구는 언제 하냐?"는 의구심과 함께 그 웃음치료라는 퍼포먼스가 상업적 대중 상품화되는데 대한 회의때문인 것이다. 쌍권총 친구의 변신으로는 박수쳐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아닌 일반인앞에 친구를 내세우기에는 영 불안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교수는 늘 우리들에게 당당하고 용감하다. 순진한 것인지 무지한건지 몰라도 나는 우보교수의 무한도전에 힘찬 성원을 보내고 싶다. 이 마당에, 그가 엊그제 친구아들 결혼식에서 펼쳐보인 새로운 개그 한마디. "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개구리가 소에게 물었다. 넌 무얼 먹고 사니? 소의 대답에 개구리는 '오우, 샐러드!' 하였다. 호랑이에게 물었다. 호랑이 대답에 역시 개구리 왈, '오우 스테이크!'" 그래, 이건 첨 들어보는 소재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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