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하나씩 얹으면서 언제부턴가 건겅문제가 주위 사람들과의 주된 대화의 주제가 되고 있다. "구구팔팔이삼사"라던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잠깐 아프고 죽는게 꿈이라는 이야기. 소위 Well Being에서 Well Dying의 문제쪽으로 무게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나이대의 평균 기대수명이 구십 몇세니 하지만 정작 건강하게 자력으로 활동하면서 살 수 있는 기한은 잘해야 80세, 아니면 면 칠십 몇세가 아닐까? 나의 나이 기준으로 보자면 20년 내지 15년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초조할 수 밖에.
3년여 전부터 통상의 건강검진 수준을 정밀검진으로 전환하였다. 경제적 안정에 반비례하여 건강에 대한 자신감은 상실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년전에 삼성의료원에서 1박2일 과정의 검진프로그램을 받은 이후 이번에 제대로 된 검진을 받게 되었다. 친구 곽교수의 추천에 힘입어 할인된 가격으로 부부가 함께 검진을 받게 된 것이다.
정기검진이라는게 실제로 수검하는 당일보다는 준비과정, 검진 이후 결과상담이 더 신경쓰이는 일이다. 이게 영낙없이 피하고 싶은 시험을 치루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과 같아서 의사 앞에 선 나는 그렇게 다소곳하고 나긋나긋한 착한 학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31일 검진 받은 결과 상담을 위해 오늘 의사 앞에 앉았다. 나이에 비해 꼼꼼하게 설명해 주는 여의사가 믿음직스러웠다. 다행히 특별히 걱정할 만한 사항은 없었고 그렇게 또 통과의례를 거쳤다. 몸무게 좀 줄이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삼가고, 스트레스 줄이고.......
재검진 받자는 소리 듣지 않은 것만 해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혹사하고 무관심했건만 내 몸뚱이는 그렇게 잘도 버텨 주고 있는 것이다. 장하다, 내 육신이여! 정신은 황폐화해도 그것을 담고 있는 껍데기는 용케도 그 쓰레기 더미를 잘 보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저녁나절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다. 소위 면죄부를 받은 걸 자축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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