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상생활의 관성법칙

양현재 사색 2011. 4. 14. 20:21

뉴톤의 운동법칙 가운데 첫번째가 관성의 법칙이다. 운동상태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을 관성이라고 하는데,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는 자신의 운동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속성, 이것을 관성의 법칙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디 사물현상 뿐이랴. 인간생활도 이 법칙을 충실히 좇고 있으니 말이다. 내 생활의 요즈음의 모습이 이대로 이어서 하는 말이다.

 

다람쥐 챗바퀴 돈다고 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면 누가 부르는 것도 아닌데도 여전히 6시 30분이면 알람시계가 울려댄다. 자신이 세운 시간의 틀에 따라 사무실 도착하면 곧장 헬스장으로 향한다. 30분간 러닝머신에서 걷기, 맨손체조, 혈압체크, 샤워를 하고나면 11시가 훌쩍 넘는다. 조간신문 훓어보고, Seri에서 보내온 동영상 리포트를 확인한다. 이밖에 몇몇 이메일을 정독하고 나면 점심약속을 서둘러야 한다. 점심식사 마치고 들어오면 한 두건의 약속만남을 하거나 아니면 강의준비를 한다. 이러고 나면 어느덧 8시. 순서 하나 틀리거나 뒤집히는 법이 없이 반복 또 반복이다. 관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누구에 의해서, 아니면 어떤 외부적 상황에 의해 이게 흔들려 버리면 영 불편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짜증이 난다. 이 정도면 거의 집착수준이 아닐까? 

 

생활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걸까? 어제 만난 후배가 '매사 열정적이고 빈틈없는 내 생활'을 칭찬인지 나 듣기 좋으라고 언급한다. 이 친구에게 참으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44년 전에 만난 중.고등학교 친구들로부터 직장생활을 함께 한 동료에 이르기까지 이 평가는 대체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나는 이게 영 부담스러운 짐으로 느껴질 뿐이다. 난 이 굴레를 진정으로 벗어 던지고 싶다. 생각닿는대로 규칙없이 자유롭고 싶다. 그런데 진짜 더 큰 문제는 난 이게 썩 자신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괴물같은 관성의 법칙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의지부족의 문제 이전에 내면에 아주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몹쓸 기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에 생각이나 행동이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을 보면 경이롭고 부럽기 짝이 없다.

 

이 본성적 속성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난 언제쯤이면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럴 때 나는 내가 정말 넌더리가 난다. 아, 이 지겨운 관성의 굴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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