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인도로 가는 길(기행2) - 출발 & Delhi도착

양현재 사색 2011. 8. 29. 00:30

8월2일(화) 드디어 출발이다. 준비물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본 뒤 '응차' 배낭을 앞뒤로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든호텔앞에서 인천공항행 버스를 탈 수 있으니 공항길이 참 편리하다.

 

나는 해외여행시 공항에는 늘 시간여유를 갖고 도착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비지니스출장시에는 비지니스라운지에서 간단한 식사나 음료도 한 잔 하며 느긋하게 여행객들을 살피는 것으로 여행길의 색다른 맛을 즐기곤 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길은 여러 면에서 전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이며, 이코노미클라스로 여행을 하는 일이며.....

 

우선 L보험사 데스크를 찾아가 여행자보험을 가입하고, 핸드폰의 데이터로밍차단조치를 하였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여행사에서 지정한 모임장소로 가니  이번 여행길의 일행들이 모여 있다. 처음보는 얼굴들이지만 앞으로 16일간 함께 할 동료들이다.다소 어색한 얼굴익히기를 하며 둘러보니 마치 전장으로 향하는 전사들인양 나름 긴장된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여행사에서 나온 안내자의 협조를 받아 짐을 탁송한 뒤 탑승권을 받아들고 출국장을 들어선다. 검색대통과, 출국심사, 셔틀트레인탑승, 면세점 기웃거리기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과정들이다.

 

에어인디어가 육중한 자기 동체를 하늘 높이 들어올려 힘차게 이륙해 오른다. 아무리 잦은 비행기 여행을 했다지만 이 순간만은 늘 짜릿한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13:50분 인천을 출발하여 홍콩을 들른 뒤 21:30분에 델리공항에 도착이다. 인도와는 3시간 30분의 시차가 있으니 짧지 않은 비행거리다.

 

홍콩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약 1시간 반가량 기착하게 되는데, 이 때 델리까지 여행하는 승객들은 기내에서 대기하여야 한다. 대기하는 중 공항안전요원들이 올라와  승객들의 수하물을 점검하고 스티커를 부착하고, 또 청소요원들도 올라와 구석구석 청소도 하는 등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다. 공항안전요원들은 승객명단을 일일이 대조하며 승객들의 탑승권의 제시를 요구하고 머리 위 수하물칸에 있는 개인 짐에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고 승객들 몸에도 스티커를 붙여 준다. 안전(security)점검에 문제가 없다는 표식인 셈이다. 청소요원들은 모든 좌석내 쓰레기를 수거하고 홍콩에서 내린 승객들의 좌석의 담요나 머리받침등의 용품들을 새것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이런 절차를 굳이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차의 번잡성에 비해 안전점검의 실효성에 대하여는 의구심이 들었다. 홍콩정부가 이런 비효율적 절차를 거치면서 부수의 수입을 챙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청소요원들이 청소를 하며 쓰레기등을 수거할 때 때로는 승객들의 소품들도 쓰레기로 착각해 거둬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점이다. 나의 경우 기내 슬리퍼를 담는 비닐봉지를 이들이 수거해 간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고, 어떤 분도 나와 비슷한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내 좌석 주변으로는 이번 인도 여행길의 일행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 오른쪽에 앉은 S씨는 친구분과 함께 이 일정에 참여한 분이다.  이 분과 실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음악도 함께 들으며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행길에 대한 기대를 한껏 키워 보았다. 감성이 매우 풍부한 분인 듯 하다. 어느 사이에 비행기는 델리공항에 도착하였다. 입국수속은 색다를 것이 없었으나 입국심사카드에 인도내 숙소의 주소를 기재하는 난이 있어 일행들이 많이 당황을 했다. 나는 숙소이름(Sterling Inn)만 기재하고 주소를 기재하지 않았더니, 입국심사데스크직원이 주소를 왜 기재하지 않았으냐고 지적하여 모른다고 했더니, 그러면 내 핸드폰번호를 대신 기재하라고 하여 그리 하였다. 그러나 다른 일행들은 의사소통도 용이치 않고,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을 해서 갈팡질팡들 하여 매우 안쓰러워 보였다. 내가 나서서 가까이 있는 분들께는  도움을 주었지만 우리 일행은 이로 인해 입국심사대에서 시간을 자못 지체하게 되었다.

 

델리공항은 최근에 현대식으로 개보수를 하여 생각했던 것보다는 깨끗하고 수하물 찾는 과정도 무난했다. 단지, 우리 인천공항과는 달리 항공티켓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은 공항청사내에 입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맞이하는 현지 안내자를 청사밖에서 만나야 하는 점이 색달랐다. 여행사소속의 직원들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서울 본사에서 파견나온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인도사람과 같은 의상들을 입고 있어 씩씩한 직업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곳까지 와서 자기 직분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대단한 젊은이들이다.

 

숙소로 가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는 대형버스까지 짐을 옮기고 싣고 하는 사이에 벌써 긴장감이 돈다. 어수선한 틈에 짐이나 귀중품을 분실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주위에는 벌써 어둠이 짙게 내려 있고, 우리를 실은 버스는 델리시내를 관통하여 어느 이름 모를 지역으로 마구 내달린다. 차창에 비치는 야경에 '아, 이곳이 정녕 인도인가?'하는  상념에 잠시 젖어본다. 어느 사이에 버스는 숙소가 있는 지역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숙소까지는 10분이상을  이곳에서 더 걸어가야만 한다. 버스에서 내려 짐을 찾고 하는 사이에 주위에는 인력거꾼들을 비롯한 낯선 사람들이 잔뜩 모여든다. 클락션소리와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소리,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개들, 구걸을 하는 걸인들의 손길 등등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행들은 일렬로 늘어서 숙소까지 이동한다. 등에 진 배냉무게도 어깨를 짓누르거니와 앞으로 맨 배낭이 시야를 좁혀와 영 불안한 걸음거리다. 여자분들이 많아 이 분들을 중간중간에 넣어 앞 뒤로 보살펴 주어야 하는 일도 신경을 써야 할 일이다.

 

웬만큼 걸어 간 뒤에 큰 길을 벗어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들어섰다. 지저분한 길이다. 인도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드디어 호텔(Sterling Inn)에 당도. 늦은 밤이지만 긴장탓이었는지 얼굴과 온 몸은  온통 땀으로 끈적거린다. 나는  K씨와 같은 방을 배정 받았다. 호텔방에는 에어컨, 천장 선풍기, TV와 같은 통상의 설비들을 갖추고 있고,  하얀 침대보가 정갈하게 덮혀진 침대등 한 눈에 보기에 제법 깔끔한 시설이다.  화장실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샤워시설이 따로 되어 있지 않고 물통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물을 끼얹어 몸을 씻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뭐 그리 불편할꺼야 없지만 샤워절차가 다소 수고스럽다는 점은 있다. (다른 호텔의 경우에 비록 샤워기가 부착되어 있는 경우에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

 

화장실에서 내가 겪은 어이없는 결정적 실수담 한가지. 인도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 대신 일을 본 뒤에 물로 항문을 닦을 수 있도록 물통이 비치되어 있는데, 더러는 곳에 따라 변기에 항문주변을 닦아주도록 분사용 노즐이 부착된 곳도 있고, 이곳 Sterling Inn의 경우처럼 밑을 헹굴 수 있는 샤워기를 별도로 설치한 곳도 있다. 나는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샤워기가 달려 있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마침 변기 옆에 있는 샤워기를 발견하곤 '옳거니, 이거구나'하고 잡았는데 줄이 너무 짧은 것이었다. '거, 참 이상하다, 왜 줄을 이렇게 짧게 했을까?'하면서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머리며 몸에 물을 뿌려 대고, 입안에도 물을 한 가득 넣어 입을 헹구기도 하며 긴 여행길의 때를 말끔하게 씻어내며 상쾌하게 샤워를 마쳤다. 그런데 샤워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며 잠시 생각끝에 '아뿔싸!, 그것이 항문세척기였구나.'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니더냐. 어쩌랴, 입맛만 쩝쩝 다실 수 밖에.(인도인들은 우리들 방식으로 손으로 밑을 닦는 것- 비록 휴지를 사용한다지만-을 매우 불결하게 생각한 다고 한다. 어떻게 음식을 먹는 손으로 더러운 밑을 닦느냐면서. 참으로 신기한 습성이 싶지만,.생각 하나 뒤집으면 그게 그게 아니가 싶다. 요즘 우리도 비데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는걸 보면 말이다.)

 

이렇게 인도 델리에서의 첫날 밤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홍콩에서 잠시 기착- 인전요원들과 청소원들이 기내 탑승

 

델리에서의 숙소 - Sterling Inn Guest House ; 442-45, Chandi Wali Lane, Main Bazar, Pahar Gang, New Delhi 110055

 

Sterling Inn 앞 도로 풍경

 

 

호텔 화장실 내부 - 변기옆에 항문세척 샤워기가 보인다. 플라스틱 물통도 보이고(더운물과 찬물 섞어서 샤워)

 

호텔 객실 내부 - 에어컨도 있고, 천장에는 선풍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