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인도로 가는 길(기행4-1) - 북인도 여행의 베이스캠프, 마날리(Manali)

양현재 사색 2011. 8. 31. 00:56

"마날리(Manali)" - '인도의 스위스'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산간 휴양지. 해발 2,500m에 인구는 5천명에도 못미치지만 그 빼어난 경관으로 인해 '북인도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이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히말라야의 연봉들과 울창한 전나무 숲 그리고 봄, 가을마다 이 지역 전체를 아름다운 화폭으로 수놓는 사과나무꽃과 붉은 사과의 향연은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들의 가슴 속에  마날리를 두고두고 잊지 못할 아름다운 도시의 대명사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곳이다.(이상 "프렌즈 인도/네팔" 참조)

 

저녁 6시 델리를 출발한 Volvo 슬리핑버스는 16시간 만에 우리를 이곳 마날리로 인도하였다. 평균 해발고도 3,500m에 이르는 북인도 지역을 여행하기 앞서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체력과 각오를 다지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하게 된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이번 여행을 마치면서 전 여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일행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다시 돌아가 살고 싶은 지역으로 첫번째로 손꼽은 곳이 이곳 마날리였다. 그만큼 이곳에서의 이틀간의 시간은 아름답고 또 포근했다.

 

밤새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길을 꼬불꼬불 달려 마날리에 도착하니 심신이 피곤하다. S는 중간 휴게소에서 무리하게 먹은 저녁식사가 얹혔는지  멀미증세를 보여  애를 태웠지만 용케도 잘 참아내어 도착해서는 자기 짐이랑을 스스로 거뜬히 옮기는 장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기로 인하여 주위사람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한 야무진 분이다. 숙소는 Satkar Residency Hotel. 델리 Sterling Inn과 비슷한 수준의 호텔로 숙소앞으로는 시냇물이 힘차게 흘러내려 그 물소리가 여행객의 가슴을 한껏 뛰게 만들어 주었다.  짐을 푼 뒤 이번에도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겸 점심을 때웠다. 점심을 마치자 마자 곧장 길을 나섰다.시냇물소리며, 숙소 건너편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이 자꾸 발길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오토릭샤를 타고 제법 먼길을 달려 바쉬쉿(Vashisht)을 찾았다. 바쉬쉿 사원앞을 지나 잠시 언덕길을 오르면 45도의 뜨거운 노천 유황온천을 만나게 된다. 공동 우물로 사용되는 곳과 노천탕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온천탕에 몸을 담그려면 물이 뜨거운 건 둘째치고라도 상당한 용기도 필요하거니와 옷을 벗는 절차도 번거로워 감히 실행은 못하고 밖에서 손만 담구어 보는 정도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주변으로는 게스트하우스가 언덕 끝까지 한없이 이어져 있고, 거리의 대부분의 관광객은 유럽인들인 듯 싶었다. 이곳 마날리가 '히피들의 3대 성지'중의 한 곳이라더니만 유황온천의 희뿌연 수증기때문인지 곳곳에서 만나는 이들은 대마초를 피웠음직한 몰골들을 하고 있어 어쩐지 퇴페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었다.

 

바쉬쉿구경을 마치고 산길을 따라가니 전형적인 농춘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이 나타난다. 2층구조의 전통 목조가옥들로 1층은 외양간 용도로 쓰이고 2층에 사람이 기거한는 구조를 하고 있다. 덕분에 마을길 골목바닥에 발 디딜 만한 곳을 찾기 어렵게 소똥이 난무하고 냄새도 풀풀 풍긴다. 하지만 오래된 나뭇결이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오히려 정겨움을 더한다. 길가에서 소에게 먹일 꼴을 한 짐 메고 돌아오는 아낙들을 만나 카메라에 담으려 하니 단호하게 거절의 표시를 표한다. 아쉽긴 했지만 그들의 얼굴에 넘치는 범접할 수 없는자존심과 그러나 형언할 수 없는 평화로운 얼굴표정을 통해 많은 메세지를 전해 받기에 충분했다.

 

한참을 더 걸어 올라가니 한국식당겸 도미토리인 '정원'이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가 친정이라는 여주인은 이곳에 여행을 왔다가 역시 인도 여행 중이던 스위스 청년과 결혼을 해 이곳에 정착하게 된 분이다. 시우라는 이름의 두 살 가량의 아들은 사내아이답지 않게 낯가림을 많이 하는 편이었으나 우리는 이 아이에게 남다른 애정을 느꼈다. 이 아이가 크면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얼마나 가지게 될까?

이곳 '정원'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풍광이다. 이곳에 의자를 놓고 깊이 앉아 있으면 그냥 세월을 잊을 것만 같다. 마침 비가 쏟아져 아쉽지만 집안으로 피할 수 밖에 없었으나 이곳은 오래동안 잊을 수 없는 곳이 될 듯 하다. 

 

비가 제법 쏟아지며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의를 꺼내 입고 산길을 걸어내려 오니 다행히 빗줄기가 차츰 가늘어진다. 우리들 일행은 다소 먼 길이지만 호텔까지 걸어 내려가기로 하였다. 삼림보호구역을 끼고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걸으며 문득 준봉들을 휘돌아 감고 있는 운무의 움직임을 감상하니 그 운치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이 참에 김수희의 애모를 함께 읊조리며 여행길의 흥취에 흠뻑 빠져 보았다.

 

상쾌한 기분으로 마날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인도 레스토랑을 찾았다. 바삭한 갈릭 난도 고소하고, 탄두리요리도 일품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길에 처음으로 맛 본 인도맥주 '킹피셔'의 상큼함은 오늘 바쉬쉿 방문의 들뜬 기분을 고취시키에 그만이었다. S는 말한다, "인생 뭐 있어?" "사는게 뭐 별거여?" 아차, 이번 인도 여행길의 구하고자 하는 해답을 그는 벌써 내게 내보이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내 머리를 쥐어 박으며 자문해 본다. 그렇지 않은가? 

 

 마날리 호텔 - Satkar Residency ; New Club House Road, Old Manali 175 131 (Tel 01902 251261)

 

 

 바쉬쉿 온천과 주변의 게스트하우스촌

 

 

 Old Manali 농촌마을의 어린이들 - 바라보는 눈빛이 무척 맑고 예쁘다

 

전통가옥 - 2층구조로 1층은 외양간, 2층은 살림채, 집 뒤로 산 정상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줄기가 아스라이 보인다

 

 

 

바쉬쉿 사원

 

 

바쉬쉿 방문을 마치고 트레킹길에 만난 운무 - '애모' 한 소절을 흥얼거리며 걷노라면 어느새  나그네 마음은 두둥실 구름이 된다

 

 

 

 마날리 최고의 인도식당 - "Mayur" ; Kingfisher맥주 몇 잔에 삶의 의미는 힌낱 거품이 되다 "인생이 뭐 별거 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