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16박17일의 여정 중 나흘 째 아침. 쾌청!! 몸과 마음이 모두 가뿐하다.
아침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오늘 구성된 일행 5명은 호텔 옆에 있는 삼림보호구역(Forest Reserve)을 향해 나섰다.
이곳에는 특히 히말라야 전나무, 삼나무가 빽빽한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숲속을 들어서면 나무가 뿜어대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전신을 감싸 몸과 마음이 금방 맑아진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로,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효과 또한 으뜸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나무는 휘거나 썩지 않는 옳곧은 성질을 갖고 있어 하늘을 향해 장쾌하게 쭉쭉빵빵 뻗어있는 각선미와 멋진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듯시원하다. 이곳은 범 히말라야국립공원(Great Himalayan National Park)의 일부로 입장료로 5루피(Rs), 우리 돈으로 약 125원을 받는다. 우리 일행이 입장할 때는 보이지 않던 관리인이 늦으막한 시간에 공원내를 돌아 다니며 입장료를 거수한다.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
숲이 우거져서인지 원숭이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인도내에서는 야생 둰숭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숲속에서 뿐만 아니라 민가에도 원숭이들을 볼 수 있는데,나는 이곳에서 야생 원숭이를 난생 처음으로 대했다. 멀찍이 앉아 한가로이 원숭이들의 행동을 살펴본다. 집단내 서열이 매우 엄격한 동물인 것 같다. 서열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 어미 원숭이 한 마리는 바싹 마른 어린 새끼를 안은 채 서열이 높은 녀석이 먹기를 마치고 물러설 때까지 안타깝게 눈치만 살피며 주위를 맴돌 뿐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숲속을 느릿느릿 걷다가, 때론 바위에 걸터 앉아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그냥 마음을 놓아 버린다.가슴 깊이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인 뒤 '후 - !'하고 뱉으면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세속의 찌든 때가 모두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아쉬움을 간직한 채 어제 찾았던 바쉬쉿을 다시 방문했다. 어제 비가 와서 가 보지 못한 폭포(water fall)까지 올라가 볼 생각이다. 정상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하얀 물줄기가 아스라이 올려다 보인다. 신비함때문일까?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사이도 그렇던가?
바쉬쉿사원에서 1시간은은 족히 산길을 치고 올라야 하는 곳이지만 등산로에는 숲이 잘 우거져 있어 일행과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얼마를 갔을까? 폭포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산 굽이를 돌아서자 개활지가 나타나며 시원한 폭포가 눈앞에 다가선다. 이곳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이미 많은 서양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자연과 혼연일체가 된 듯 햇볕아래 몸을 누인 채 한가롭기 그지없는 자세들이다. 이번 북인도 여행 중 느낀 특이한 점은 여행코스 중에 만난 관광객은 대부분 서양인들이었고, 동양인은 십중팔구 한국인이고 그밖에 아시아인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인들은 이미 이곳을 쓸고 지나갔는가, 그 뒤를 이제서 우리가 잇고 있는 것인가?
일행 가운데 이번 여행에 앞서 주말마다 북한산 등산으로 몸만들기를 하며 단단히 준비를 해 왔다는 두 명의 모범생 일행은 기어이 산 정상까지 오르겠다며 75도 이상의 산비탈을 올라 타기 시작한다. 나는 감히 따라 나서지 못하고 물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그들의 등정 모습을 부럽게 올려다 볼 뿐이다. 산비탈이 워낙 가파라서 발걸음을 옮기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단한 열정이다. 이번 여행길을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트레킹코스에 텐트생활이 태반인 고행길인듯 잔뜩 부풀려 이야기 한 나는 이 엄살허풍을 조금이라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들과 함께 용감히 정상등정을 감행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산 아래에서 손을 휘이휘이 흔들어 이들을 성원하는 것으로 마음의 가책을 날려 버렸다.
얼마 뒤에 용감한 두 전사는 씩씩하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하산해 우리들 앞에 섰다. 한 분은 워낙 강골에 평소 등산으로 다져진 몸이라지만 다른 한 분은 무리가 되었을 법도 할 텐데 마냥 즐거운 표정이어서 쓸데 없는 나의 기우를 무색케 했다. 게다가 빈 손이 아니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오며 어느 틈에 만들었는지 소박한 들꽃 한다발이 그의 손에 들려 있다. 꽃보다 사람이 더욱 아름답다.
문득 머리를 들어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눈이 시리다. 우리들의 피안(彼岸)이 이곳이던가? 사실 마날리라는 이름은 인도의 전설인 '마누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는데, 마누는 성서에 나오는 노아와 비슷한 인물로 대홍수를 피해 도달한 산꼭대기가 오늘날 마날리(즉, 마누의 거처)가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전설속의 마날리는 이곳 어디쯤이 아니겠는가?
오늘 폭포에서의 시간은 매우 유쾌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떨치고 다음 행선지로 떠나야만 하는 것이 여행객의 슬픔이다.
오후에는 둥그리 사원(Dhungri Mandir)을 방문했다. 1553년에 세워진 사원으로 사원까지 가는 길 양쪽에 늘어선 침엽수림은 숲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어떤 이들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숲에 들어 온 기분이 든다고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둥그리 사원에서 초자연적인 어떤 힘의 존재를 느꼈다는 여행객들의 고백이 잇따르기도 한단다.
히말라야 신이 인간에게 내려 준 아름다운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었던 하루. 이곳 베이스캠프에서의 일정도 이렇게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날을 위해 특별한 만찬을 준비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존슨즈 카페(Jhonson's Cafe)! 150년 된 영국인의 별장을 개조한 곳으로, 넓은 정원을 기득 메운 히말라야의 야생 들꽃들이 아름다운 집이다. 여행 중 누군가에게 반해버렸다면 대시의 장소로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을 권하는 가이드 북(프렌즈 인도/네팔)의 표현이 은근히 여행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즉석에서 나무를 태워 구워 낸 피자와 이 지방 비아스강에서 잡아올린 송어(trout)구이가 이 집의 최고 별미란다. 그래, 가이드 북의 추천에 충실하게 따라 보자. 자리에 앉어 주문을 마치자 마자 공교롭게 정전이다. 테이블에 촛불을 밝히니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바라던 바가 아니었던가?' 자연히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음식맛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하기에는 자리 셋팅도 어수선했으나 오랫동안 이어 온 영국적 전통때문인지 종업원의 서브는 매우 정중하고 극진해서 앞의 아쉬움을 다소나마 상쇄해 주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거창한 만찬을 했고 일행들 모두 시끌벅적 행복해 하니 잘 된 일이다. 내일 새벽 일찍 이번 여행 일정 중 최고의 고행코스인 고산지역을 올라야 하니까.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 충분하다.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낮은 베개 높이 베고 누우면 그래! 이곳은 우리들의 천국.
삼림보호구역(Forest Reserve) - 전나무와 삼나무 숲이 장쾌하다
삼림보호구역에서 만난 야생 원숭이 무리 - 먹는데에도 서열이 엄격하다
폭포 가는 길에 만난 전통가옥촌
폭포 가는 길 중간에 한국식당 '정원'이 보인다
주택 뒤로 아스라이 폭포의 하이얀 줄기가 보인다
폭포가는 산길에서 내려 다 본 정경
폭포(Water Fall)가 눈 앞에 있다
폭포가 시작되는 정상부 - 정상부를 향해 오르는 전사의 모습이 파란 점으로 보일락 말락
천년을 이어 온 인연의 한 끝에 서서 애닯은 꽃이 되고 가슴 속 불꽃이 된다해도........
큰 차도이지만 소가 태평스레 누워 있다 - 사람이나 차가 피해 갈 뿐 소는 무심하다
둥그리 사원 (Dhungri Mandir) - 1553년에 지어졌다니 우리 임진왜란 이전의 건축물이다. 이 곳에서 초자연적인 어떤 힘의 존재를 느낀 여행객이 많다고 한다
시내에서 호텔로 가는 주택담에도 야생 원숭이들이 있다
마날리 최고의 로맨틱 레스토랑, 존슨즈 카페(Jhonson's Cafe) - 특별함은 특별함으로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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