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로 여행을 하다보면 일행들과 이런 저런 일로 감정의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특히 이런 갈등이 가까운 사이에 생기게 되면 더 큰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된다. 그것은 함께 여행하는 기간동안에 타인의 결점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도 이번 여행의 전체 일정가운데 70%가량을 소화한 시점에서 이런 경우를 가졌는데,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면 당사자인 두 사람뿐 아니라 다른 일행에게도 얹짢은 기분을 갖게 하여 여행분위기가 냉냉해지게 된다. 매사에 좀 더 삼가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도록 자기 자신을 꾸준히 단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잠무여행을 끝으로 J & K를 떠나 히마찰 쁘라데쉬(Himachal Pradesh)주(州)로 진입하였다.히마찰 뿌라데쉬주는 면적 5만 6,019평방킬로미터(대략 남한의 절반 크기)에 인구 608만명이 상주하는 지역으로 주도(主都)는 쉼라(Shimla)이다. 이 지역은 쉼라를 비롯하여 이번 여행의 첫번째 기착지였던 마날리(Manali)와 이날 방문하게 될 맥그로드 간즈(McLeod Ganj) 등의 도시들을 품고 있다.
맥그로드 간즈는 일반적으로 다람살라(Dharamsala)라고도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람살라는 아랫마을로 인도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고, 맥그로드 간즈는 윗마을로 티벳트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다. 다람살라가 맥그로드 간즈에 비해 훨씬 큰 일종의 읍내 격이라 대부분의 공영버스들은 다람살라까지만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맥그로드 간즈에서 다람살라까지는 개인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에 네고만 잘 하면 Rs 160(한화 4,500원 가량)정도를 지불하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다.(이 여행기에서도 편의상 맥그로드 간즈를 다람살라로 통칭키로 한다)
다람살라는 해발 1,750m이지만 잠무에서 이곳까지 가는 길에는 깊은 협곡들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저 진초록의 깊숙한 계곡마다에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반나절이 걸려 드디어 다람살라의 시내 중심지인 버스 스탠드에 도착하였다. 인구가 4,300명에 불과한 소도시이지만 거리에는 관광객들로 넘쳐나 번잡하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여행한 지역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런 활력때문인지 기분은 훨씬 상쾌하였다. 마날리에서 맺어진 인연이 바야흐로 이곳에서 한떨기 예쁜 꽃으로 피어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호텔(Karan Hotel)에서 각자 숙소를 배정받고 그동안 밀렸던 빨래감을 햇살에 말리기 위해 베란다에 널어 놓은 뒤 곧바로 시내관광을 나섰다.
잘 알려진대로 이곳은 1951년 중국에 의해 강제합병된 비운의 나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자 이 시대의 성인 중 한 사람으로 추앙되는 달라이 라마 14세가 살고 계신 곳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 일대는 영국인들에 휴양지였지만 1906년 이 일대를 휩쓴 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버렸던 곳이었다. 버려진 땅은 1959년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에 의해 망명지로 선택된다. 당시 인도 수상이던 네루는 우타란찰 주(州)의 머수리와 맥그로드 간즈 중 한 곳을 망명정부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하였다고. 인도정부와 네루수상의 인도주의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인도는 적어도 이런 인류의 보편주의적 정신의 고향이다.
당시 달라이 라마를 따라 망명한 테베트인들은 이제 망명 3세대까지 배출하며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티베트 본토보다 더 티베트문화를 잘 보존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중국 상해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독립을 되찾고자 일제에 치열하게 항거한 쓰라린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이곳 티베트인들에게 각별한 연민의 정을 갖게 되어서인지 한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내를 한바퀴 돌아본 뒤 점심식사는 오랫만에 매콤한 한식으로 입을 즐겁게 하기로 하였다. "일곱 언덕 도깨비(Seven Hills of Dokebi)"라는 좀 독특한 이름을 가진 한식당이다. 한식당이지만 요리사를 비롯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현지인들이다. 식당은 아래, 위 두개층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 일행 이외에도 한국에서 온 스님들과 신도들로 보이는 다른 여행객들로 매우 붐볐다. 순례자들일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음식은 푸짐하고 맛깔스럽웠다. 실로 오랫만의 포식이었다.
이 식당 이층 테라스에서 내다 보이는 앞산의 풍경은 마치 알프스에 와 있는듯 평화롭기만 했다. 입과 눈이 모두 호강을 했다.
식사 후에 마신 커피 향, 두 손에 머그 잔을 받쳐 들고 향을 음미하는 그림이 아련하다.
그동안 쌓인 여독을 한방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할 만큼 맘껏 게으름을 부려도 좋았다.
*잠무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길
* 다람살라에서의 숙소인 Karan Hotel
*호텔방에서 내려다 보이는 호텔 정원 - 원숭이들이 사람사는 곳까지 내려와 있다
*호텔 주변의 풍경. 산간지방인 관계로 도로의 경사가 무척 급한 편이다
*한식당, "일곱 언덕 도깨비",의 테라스에서 바라다 본 앞 산의 풍경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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