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비 덕분에 창밖 나무가지의 푸르름이 신선하다. 오늘 보성63건겅산악회 월례 정기산행 참석여부를 결정짓지 않고 어정쩡하니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등산을 가서 이 봄철 싱싱한 기운을 친구들과 함께 즐겨볼까 하는 마음이 절반. 아니야, 오늘은 집에서 그동안 미루었던 일들을 처리하고 마음도 정리해야지 하는 망설임이 절반. 갈등이다. 화장실 가서 샤워 마치고 옷 갈아입는 동안에도 계속 갈등. 그런데, 그간의 경험상 '하여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경우에 대체로 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 안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집에서 밍그적거리다 "어휴, 갈껄"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등산을 갔다가 일처리의 차질로 인해 분주한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것이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가자!" 이렇게 결론을 내릴 때까지 20 ~ 30분. 가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자 마음이 바빠졌다. 10시까지 당고개역까지 가야한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전철역으로 달려가면서 시간을 재 본다. 빡빡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동대문역사박물관역까지 달린다. 내 마음이 급하고 보니 '주말 아침 이 시간에 뭔 자동차가 길을 메우고 있나 싶고, 운전기사는 어쩌다 이런 느림보 양반을 만났을까'하는 짜증과 초조함만 앞선다. 예정된 집합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
이번 산행에는 23명이나 모였다. 무엇보다도 위암치료를 받아 온 이지선군이 많이 건강해진 모습으로 참석. '아파보니 인생의 깊이와 의미를 새롭게 터득했다'는 지선이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 아침에 일어나 쾌변하고, 때 되면 배고픈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는 잊고 살고 있는 것이다. 씩씩하게 불암산 정상까지 동행하는 지선이의 모습이 고마워 얼핏 눈물이 고인다. 오랫만에 산행에 참석한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반갑다. 이준화군이 우리 건강산악회를 이끌고 있는데, 준화의 변함없는 성실함 덕택에 나이들어 가는 우리들 친구들이 이만큼 행복하다. 아무리 오랫만에 나타난 친구도 따지지 않고 반겨주고 오히려 더 따뜻하게 챙겨주는 준화가 있어 이 모임이 이렇게 격의 없이 즐거운 것이다. 각자의 일자리에서 30년 가까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친구들이 이제는 어린시절 친구들 앞에 돌아왔으니, 그들을 가리지 않고 보듬어 주는 게 진정한 친구가 아닌가? 중,고등학교 친구란 그래야 하는 것이다. 만나면 그저 즐겁고, 모두들 다정하니 이 얼마나 값진 우정인가? 이런 우정을 이제 새삼 어디 가서 구할 수 있으랴?
3시간여를 등산한 뒤, 헬기장에 준비해 온 간식들을 풀어 놓고 둘러 앉았다. 이 시간은 늘 즐겁고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땀을 흘린 뒤에 맛보는 음식 맛이란 꿀맛이 따로 없다. 각자 준비해 온 갖가지 음식을 네것 내것 없이 두루 나누어 먹으니 그 또한 큰 즐거움이다. 학창시절 점심시간이면 책상을 넘어다니며 빼앗듯 나누어 먹던 그 시절로 돌라가는 셈이다. 친구들 입에 음식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가슴뭉클한 기쁨이다. 모두 모두 이렇게 늘 건강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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