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도정일 교수 세미나 참석

양현재 사색 2011. 6. 26. 16:03

월간 신동아 창립80주년 기념 릴레이 강연회, "한국 지성에게 미래를 묻다"가  지난 달 김지하시인에 이어 두번째로 도정일 교수가 초청되었다(6월22일, 수요일 오후 7시 ~9시;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23층 컨벤션홀). 도교수는 경희대 영어학부 명예교수이자 문화평론가이다. 전국에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을 기획하고 감독한 장본인이며,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상임대표, 문화연대 공동대표로 1980년대 말부터 사회, 문화에 관한 예리한 평론과 내실있는 담론을 활발히 발표하고 있다.

 

오늘 도교수의 강연주제는 "내일의 파도소리 : 다음 문명을 위한 인문학적 상상"

도교수는 '다음 100년을 주도할 국가/세력/문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답을 던진다. '미국, 중국, 이슬람 국가, 아니면 바퀴벌레, 두더지, 여우?' 바퀴벌레, 두더지, 여우라니 시작부터가 어째 엉뚱하다. 이어서 세계문명을 주도해 온 조류를 개관하고,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딜레마와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1. 서유렵 문명은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는가?

- 정치 딜레마 : 정교분리, 민주주의, 시민의 혁명

- 빈곤 : 산업혁명, 자유교환/시장

- 수명 : 역병제맙, 과학/기술

- 차별 : 인권의 발명

- 진리독점 : 교학분리

 

2. 사상의 힘 : 계몽주의 정신혁명

- 미신/미성숙으로부터의 탈출 : 칸트

- 관용과 자유, 도그마로부터의 해방 : 볼테르

- 자율성/이성의 법정 : 몽테스키웨

 

3. 서구문명을 해방시킨 아이디어혁명의 사상적 일면들

- 자연은 완성되어 있지 않다 : 프란시스 베이컨

- 모든 것을 의심하라 (모든 것을 떠나라, 네가 옳다고 판단한 것을 확신하라, 지식의 확실성 : 르네 데카르트

- 나는 내가 만든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러한 사상적 근대성을 한, 중, 일 동양 3국은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4. 거대한 이동

- 주인의 교체 : 신으로부터 인간으로

- 연속성의 교체 : 단절/불연속으로

- 전통의 교체 : 새로운 것의 추구로

 

5. 근대문명의 타락

- 제국주의, 식민주의, 강점과 수탈, 약육강식, 부국강병

- 문명의 논리 : 자연의 노예화

- 인간의 도구화

 

6. 근대문명의 불만들

- 머리와 가슴의 혼돈

- 인간 : 주인과 노예의 관계

- 我/非我의 대립

- 시민성(citizenship)인가 형제애(brotherhood)인가

-'신성한 것'의 휘발

 

7. 문명의 저승사자들

- 자연재난 (유성충돌, 화산, 풍수, 가뭄)

- 기근

- 역병

- 인구이동

- 국가의 실패

 

8. 인문학의 관점에서 본 문명의 문법 - 인간 경험의 항구한 조건들

- 유한성의 경험

- 악의 경험

- 억울함(정의 없음)의 경험

- 결핍/약탈의 경험

 

9. 현대문명의 딜레마들

- 기후변화

- 쓰레기

- 빈부격차

- 기술/윤리의 불균형

- 인지능력의 약화

 

10. 문명이란 무얷인가 - 인문학의 관점

- 의미추구의 과정

- 가치탐색과 구성의 과정

- 목적모색의 과정

 

11. 너는 이 지구에 왜 왔는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존재할 가치기 있는가?

 

12. 20세기 문명의 야만성

- 문명의 야만/익의 일상

- 이것이 인간인가?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13. 다른 문명을 위한 인문학적 사유

- 경쟁인가 상생인가

- 인간의 품위와 존엄 : 수단과 목적

- 공유 가능한 ()보편)가치/의미/목적

- 인간이라는 기준의 재구축

- 문명의 기본조건은 무엇인가?

 

14. 인문학 교육의 4대 책임

- 인간/사회/역사/문명에 대한 책임

 

15. 인문학 :관계의 건축술

- 나는 나를 어떻게 건축하는가

- 나는 너와의 관계를 어떻게 건축하는가

- 나는 남과의 관계를 어떻게 건축하는가

 

16. '관계'란 무엇인가

- 나를 나이게 하는 것

- 내가 나와 타자 사이에 피워 올리는 한 포기 신성한 꽃

- 나의 부처, 아의 예루살렘, 나의 최종적 사원

 

17. 시인의 노래

- "내가 너의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 다시 시작하라. 서리와 시련이 혹독한 곳에서 네 자신을 찾으리라"(쉐이머스 히니)

 

예정시간 보다 30분 이상 지연되어 시작된 강연회여서 제한된 시간내에 청중에게 충분한 의미를 전달해 내기에는 무리가 뒤따랐다. 강의자가 의도했던 의미를 좀 더 매끄럽게 이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화아티스트로서 축적해 온 지식을 한정된 시간내에 일견하겠다는 나의 옥심이 터무니 없는 것이겠지? 됴교수의 제자들인지 오늘 강연회에는 젊은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어쨌건 좋은 현상이다. 이 젊은이들이 다음 문명을 위한 사유를 해 보겠다고 마음 먹은 사실만으로도.

 

도교수의 저서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에서 저자는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횡횡하면서 전체주의적 사고가 생기고, 이에 연동해서 야기되는 문명의 야만적 특성을 꼬집고, 시장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중, 혹은 시민의 문화적 능력을 복원하여 비판적 시밈사회의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인문학이 해답이라는 것일께다. 나와 같이 형이하학분야에 종사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의 충족에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자로서는 참으로 가까이 다가서기에는 그 괴리가 너무 커 보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