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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겸손의 미덕

아침 하늘이 참 곱다.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날고 있다. 아득히 먼 곳. 그곳엔 지금쯤 코스모스가 한창이겠지? 들판엔 땀의 결실들이 고개를 숙이고. 그리보면 남을 부려만 본 사람들은 웃자란 고개를 좀처럼 숙일줄 모르는 것 같다. 핏발 선 항변, 분이 넘치는 표정들... 그들을 저 들녘에 세워라, 허수아비곁에. 오늘은 금요일. 딱히 기다릴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반가운 날이다. 한 주일의 노동의 댓가로 찾아온 선물같은 날이다. 어둠을 밀치고 눈뜨는 아침 긴 장마에 삼세번의 태풍까지도 이겨낸 금빛 들녘 주렁주렁 늘어진 빛고운 사과 옹골지게 살이 차는 땀의 결실들 고개를 숙인다 익으면 고개를 숙일줄 아는 어김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법칙 비스듬히 서있는 허수아비 말없이 일러준다 이렇게 살라고 러시아 화가 Se..

선물 2020.09.18

화요일의 권태

자꾸 게을러지는건지.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 권태로운 일상. 여름인지 가을인지 분간하기 힘든 시절. 이번 주 월요일부터 스포츠센터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앞으로 2주간은 더 스스로 자가격리를 지속해야 겠다. 구름이 살짝 얼굴을 숨긴 햇살은 안개빛 잠귀 밝은 산비둘기 구구구구 새벽을 깨우면 솔가지 이슬 쪼던 참새 한마리 햇살 그림자에 놀라 푸드득 그제사 기지겨 켜는 숲 나이테 짙어가는 여름날의 끝자락 자벌레 종일 이파리재듯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화요일의 권태 황주리 작가의 작품.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그림을 시작해 해바라기 등 꽃 속에 사람들의 삶을 담아냄. 꽃같이 아름다운 삶, 해바라기같이 따뜻한 삶. 10여편의 사눈집도 출간.

선물 2020.09.17

음력 8월 초하루

어제 못다 내린 비가 아쉬워 아침 하늘은 비를 살짝 뿌렸다. 기온은 매우 선선. 계절의 변화에 예민한 거리의 여인들은 벌써 가을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이 음력으로 8월 초하루이니 그럴만도 하다. 조락(凋落)의 계절, 가을! 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은 늘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이 가을엔 떠나지 마옵시고, 오로지 사랑이 더욱 깊어지게 하소서. 당신이 떠난 빈자리에 한 그루 나무를 심는다 거친 바람에도 빛 더욱 고운 꿈 가슴에 담아 성글은 대지에 잎새 우거진 그 푸르는 날을 기도하리 우리 못다한 사랑 피어나라 노래로 부르자 스위스화가 Felix Vallotton 나비파 작가. 색채 분석에 의존하여 대상을 묘사하는 인상파에 반하여 화면을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재구성하는 나비파의 대표적 화가.

선물 2020.09.17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아침은 맑음. 익어가는 가을. 새벽녘 홑이불 두께가 아쉬워 몸을 웅크릴 때, 선풍기바람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그렇게 가을은 '불현듯' 우리에게 다가온다. 엊그제 가까운 친구, 김영주 군이 맑은 웃음만 우리 가슴에 남겨놓고 먼길로 영영 떠나갔다. 오늘이 발인식이다. 아침 출근 길에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빌었다. 영주야, 잘 가거래이~ 오후, 서울 하늘엔 눈물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내가 동기회장을 맡고 있을 때인 2015년 7월7일 보성63카페를 개설하고 스스로 카페지기를 맡아오면서 한번도 힘들거나 언짢은 내색을 않던 친구. 오히려 이 일이 가슴 설레고 재미있다며 63동창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이 일은 절대로 대충할 수 없다던 친구. 우리들 정기모임 때 공식식순에 들어가 있는 '먼저 간 교우..

선물 2020.09.11

마음 전하기

나이가 들면 절로 글을 잘 쓰게 될줄 알았습니다 생각에는 여유가 생기고 그리움조차 관조할 수 있고 이별에는 무심할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모두 허튼 생각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의 이름도 깜빡깜빡해지는 이 나이에 이르러서도 나는 여전히 불멸의 사랑을 꿈꾸고 글을 쓴다는 건 영혼을 짜내는 일만큼이나 큰 고통이 따르니 말입니다 Victor Bauer 작품 험한 세상에 서로 어깨 빌려주고.. 뒷모습을 그린 그림의 구성이 다른 느낌과 여운을 남긴다.

선물 2020.09.02

내 안의 너

멀리 남녘엔 또다시 태풍소식. 바람에 밀려온 대기는 습기를 잔뜩 머금었다. 광화문 지하철역을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불과 5분거리에도 온 몸이 끈적거린다. 잔뜩이나 지치고 무거워진 삶. 잠시 허리를 펼 틈도 주지않고 계속 몰아세우기만 한다. 시절이 수상하니 자연도 수상한가 보다. 이 세월을 딛고 건너갈 징검다리는 무엇일까? 화요일. 밖에는 벌써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오늘, 내일 비소식. 행복은 아주 먼 곳에 있는 파랑새가 아니다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문자로나마 내 그리움의 일단을 전할 수 있다는 것 함께 마주앉아 호수처럼 맑은 눈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중에 최고의 행복은 내가 사랑을 받고 ..

선물 2020.09.02

처서(處暑)

공덕오거리 빌딩숲 너머 한결 높아진 쪽빛 하늘 결고운 바람 농익은 햇살 하늘 높이 맴맴 고추잠자리 어제가 처서 자연은 거짓이 없다 일상의 짐을 내려놓으면 세상이 이처럼 보이는 걸 마음이 또한 넉넉해지는 걸 삶을 무엇인가로 가득채울 필요는 없다 때론 무언가를 새로 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여 더 많이 비워버려야 할 수도 있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신종식 화백 콜렛션 1편 - 꽃, 풀, 과일

선물 202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