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부터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기도시간을 알리는 수도승의 고함소리, '아잔'은 밤 늦도록 이어졌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아잔은 마치 천둥소리와 같이 저 멀리에서 나지막하게 시작되었다가 어느 틈엔가 바로 머리 위까지 몰려왔다가는 메아리처럼 저 멀리 어디론가로 아득하게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끊어질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낯선 외침은 왠지 영적으로 대단히 '눌린다'는 느낌까지 받게 해 주었다. 그 소리를 쫓다가 어느 틈엔가 잠이 들었나 보다. 따뜻한 물이 없으면 샤워를 못하는 룸메이트는 초저녁부터 몸을 뒤척이며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이제 제대로 이슬람문화권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지나 온 시간을 되짚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