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45

비는 마음을 흔들고 커피는 가슴을 적신다

빗소리가 요란하다. 이번에는 충청도 지역과 경기 용인지역에 물폭탄을 쏟아 부었다. 비는 당장 그치지 않을텐데 수해를 입은 사람들이 겪고있을 고생에 마음이 아파온다. 왜 그런지 비 피해는 늘 어려운 사람들 몫인 것 같다. 어릴적 이렇게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동네 아주머니들은 집이 다 떠내려가게 생겼다면서 한숨을 쉬셨다. 저녁 무렵 어머니 말씀에 좇아 우산을 들고 아버지 마중을 나갔으나 길이 어긋나서 혼자 풀이죽어 돌아와 나는 서럽게 울었다. 잠결에 들으니 어머니는 술 한 잔 걸치고 늦게 돌아오신 아버지께 그 날 일을 전하면서 이런 날은 좀 일찍일찍 집에 들어오면 안되냐며 원망이 가득 담긴 말씀을 드리고 계셨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계셨지만 나는 어둠 속에 누워서도 아버지의 난처해 ..

선물 2020.08.03

7월의 마지막 날, 나는 나를 위로한다

어느새 7월의 마지막 날. 마침 금요일. 한 달을 마무리하며 애쓴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은 아쉬움일랑 접어두고, 새 달엔 더욱 영근 열매로 맺어지길 기대해 본다. 7월의 마지막 날 장마를 밀어내고 드러난 티없는 하늘 싱그런 햇살 일찌감치 새벽을 밝힌 태양은 주섬주섬 7월을 챙기고 엉거주춤 8월을 맞을 채비 지난 한 달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열매맺지 못한 약속들 새 달엔 더 고운 미소로 피어나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선물 2020.07.31

어쩌면 해피엔딩

하늘은 어둡고 마음마저 무거운 애매한 목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골프백을 옮겨싣는 남자들이 보인다. 밤잠을 설쳤을 그들이 라운드 내내 비를 피할 수 있기를 마음으로나마 빌어본다. 번개가 번쩍 천둥은 우르릉 꽝 그렇게 쏟아붓던 폭우는 오늘 잠시 숨을 고른다 장맛비에 젖는 것이 어디 대지뿐이랴 들과 밭보다 내 가슴이 먼저 잠긴다 삶 그 무거운 명제 우린 어쩌면 해피엔딩을 준비하는 건 아닐까

선물 2020.07.30

가슴으로 피운 꽃

어제는 중복! 마치 가을 날처럼 청명한 하늘. 어디론가 떠나고픈 아까운 주말. 지난 금요일에 어머니 제사를 모셨다. 어머니 가신 뒤 지나온 아득한 날들. 영정속 어머니는 엷게 웃고 계셨다. 비에 젖는 월요일 아침 그리움은 하염없는 비로 내리고 보고품은 무심한 강물에 흐른다 스치는 바람에도 일렁이는 이 마음 사랑하는 사람은 가슴으로 꽃을 피운다

선물 2020.07.27

늘벗 친구들

어제 저녁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길위에 넘치는 빗물을 첨벙거리며 압구정동의 어느 한정식집, 늘벗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 왁자지껄 각자 자기 말만 앞세우다 보니 공통의 대화주제는 여지없이 말허리가 잘리곤 한다. 늘 그러하니 그저 그러려니 한다. 그게 친구들이니까. 오랜 친구들 얼굴을 들여다보면 새삼 내가 나이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53년간 이어온 늘벗들이 모였다 우리들 영혼의 고향 문학적 소양의 텃밭 혜화동! 그곳 로타리에선 모두가 돌아나가고 분수대에선 시원한 물줄기가 고가너머로 솟구쳐 올랐다 저녁식탁위엔 웃음꽃 한 사발 빛바랜 추억이 또 한 접시 오랜 벗들과 마주하면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다가오고 내 삶도 별다른게 없음을 읽는다 비가 와도 즐거운 인생! - 따뜻하고 ..

선물 2020.07.24

창가의 대나무

일상을 변화없이 살다보면 문득문득 이 굴레로부터 벗어나고픈 욕망이 머리를 쳐들곤 한다.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작 내가 소망하는 자유로운 삶의 의미도 불분명한데 말이다. 목요일. 오늘도 종일 비! 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장독대 빈 항아리 고인 빗물위에 연신 떨어지는 빗방울의 규칙적인 몸짓이 경쾌하다 창문을 열면 창가에 웃자란 대나무 젖은 손을 내민다 안녕! 밤새 내린 장맛비로 온몸을 적신 푸르른 댓잎들과 아침인사를 곱게 나눈다 바람도 없는데 보일듯 말듯 나무가 손을 흔든다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자화상) : 강가와 습지,해질녁 들판을 넓은 붓질로 강렬한 색채를 만들어 자연의 영혼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는 교향곡이 들린다고 한다.(실제로는 종교화가로도 유..

선물 2020.07.23

광화문역 처마아래에서 비를 긋으며

7월22일(수) 비 잔뜩 흐린 하늘, 그 인내를 기대하며 우산없이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가 기상변화를 전혀 쫓아가질 못한다. 사무실이 3층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2층으로 이사를 오고나니 자연의 소리가 들려온다.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대나무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아래층 일꾼들의 거친 외침...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선 아들녀석은 어찌 비를 잘 피했을까? 다 큰 자식 근심에 스스로 실소를 짓는다. 오늘은 우(雨)요일. 빗소리는 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반쯤 졸다 지하철을 내리니 예보에 없던 비가 발길을 막아선다 지하철입구 처마밑에 황망히 서서 무심한 하늘을 바라본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긴가민가 했는데 날씨는 내 편이 아니었나 보다 거리를 두고 함께 멈춰선 팍팍한 삶들 한 사람이 ..

선물 2020.07.22

제비꽃 당신

7월20일(월) 안개비 안개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날 아침길을 나서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새벽에 가만히 눈을 떠 빗소리부터 챙긴다 밤새 내리던 비는 잠시 숨을 고르고 안개비에 우산을 써야할까 말까 이단접이 우산을 잡은 손이 혼란스럽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 말듯 새벽하늘을 낮게 날던 새들은 어디 처마밑에 숨어들었고 훅훅 습기 뿜으며 달려드는 동남풍 다시 빗방울이 듣는다 조용히 속삭이는 풀잎들 나는 네가 좋아 좋은 색감,다양한 소재,유머스런 일상! 폴란드 일러스트 작가 Uban과 함께

선물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