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45

마음 전하기

나이가 들면 절로 글을 잘 쓰게 될줄 알았습니다 생각에는 여유가 생기고 그리움조차 관조할 수 있고 이별에는 무심할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모두 허튼 생각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의 이름도 깜빡깜빡해지는 이 나이에 이르러서도 나는 여전히 불멸의 사랑을 꿈꾸고 글을 쓴다는 건 영혼을 짜내는 일만큼이나 큰 고통이 따르니 말입니다 Victor Bauer 작품 험한 세상에 서로 어깨 빌려주고.. 뒷모습을 그린 그림의 구성이 다른 느낌과 여운을 남긴다.

선물 2020.09.02

내 안의 너

멀리 남녘엔 또다시 태풍소식. 바람에 밀려온 대기는 습기를 잔뜩 머금었다. 광화문 지하철역을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불과 5분거리에도 온 몸이 끈적거린다. 잔뜩이나 지치고 무거워진 삶. 잠시 허리를 펼 틈도 주지않고 계속 몰아세우기만 한다. 시절이 수상하니 자연도 수상한가 보다. 이 세월을 딛고 건너갈 징검다리는 무엇일까? 화요일. 밖에는 벌써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오늘, 내일 비소식. 행복은 아주 먼 곳에 있는 파랑새가 아니다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문자로나마 내 그리움의 일단을 전할 수 있다는 것 함께 마주앉아 호수처럼 맑은 눈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중에 최고의 행복은 내가 사랑을 받고 ..

선물 2020.09.02

처서(處暑)

공덕오거리 빌딩숲 너머 한결 높아진 쪽빛 하늘 결고운 바람 농익은 햇살 하늘 높이 맴맴 고추잠자리 어제가 처서 자연은 거짓이 없다 일상의 짐을 내려놓으면 세상이 이처럼 보이는 걸 마음이 또한 넉넉해지는 걸 삶을 무엇인가로 가득채울 필요는 없다 때론 무언가를 새로 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여 더 많이 비워버려야 할 수도 있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신종식 화백 콜렛션 1편 - 꽃, 풀, 과일

선물 2020.08.24

장마뒤에 찾아온 폭염

장마가 물러가니 폭염. 도시를 삼킬듯 맹렬하다. 파리처럼 집요하게 달려드는 더운 바람 끈적끈적 살이 녹는 열대야 더위는 이제 밤마저 삼켜버렸다 코로나사태가 더욱 난폭해지고 있다. 막연했던 걱정이 어느새 두려움이 되어 우리곁에 있다. 어설픈 대처에 서민들만 생고생이다. 햇볕은 구름에 가렸지만 오늘도 무더운 하루 저 구름따라 흘러흘러 어느 낯선 곳에 내리고 싶어 그곳에서 만날 옛길같은 새길 옛 얼굴 같은 새 얼굴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은 깊어만 가는가 Liu Yun Sheng 1937년 중국 산동성 출생 머리카락 하나에도 투과되는 빛을 그린 작가. 그 빛에서 아이들 미래의 희망을 본다.서북부 소수민족의 삶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선물 2020.08.19

동행

나의 첫 직장은 대한화재해상보험이다. 지금은 롯데손해보험으로 사명이 바뀌었는데, 이 회사에 1981년에 입사하여 2008년까지 무려 27년을 근무했다. 지금껏 보험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온전히 이곳에서 취득한 셈이니 실로 내 인생의 고마운 일터가 이날 수 없다. 직장생활 기간 중에 수많은 동료들을 만났지만, 이 가운데 나를 스스럼없이 "형"이라고 부르며 유별난 우정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나보다 1년 늦게 입사한 박영률이고, 또 한 사람은 2년 늦게 입사한 정진호다. 두 사람 모두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격들도 밝고 진솔하여 이들과의 만남이 항상 유쾌하고 즐겁다. 얼마전부터 이 두사람 외에 정진호와 사내결혼을 한 김양희씨, 그리고 역시 ..

선물 2020.08.14

마음 비우는 연습

새벽에 매미소리가 요란한걸 보니 비가 그친 모양이다. 매미의 속성을 살피게 되니 자리에 누워서도 날씨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얼굴을 내미는 모처럼만의 맑은 아침이다. 이런 좋은 날 마음 비우는 연습. 거울을 보며 씨익 한 번 웃어준다. 젖은 가슴 말려주는 따스한 태양의 손길에 감사하고 이마를 스치는 싱그런 바람의 속삭임에 감사하며 나의 마음을 소소히 풀어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음을 또한 감사한다. 그리하여 가슴에 안기는 밤하늘의 별빛 하나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도 눈물겨운 감동과 환희로 맞이할 수 있는 맑은 영혼의 내가 되자고 다짐해 본다 신종식 화가 作 - 남해 어느 포구에서

선물 2020.08.13

매미의 계절

비는 멎었지만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 젖은 몸, 젖은 잠, 젖은 꿈.... 퍼내도 퍼내도 자꾸 고이는 시름. 오늘은 수요일. 눅눅해진 일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말리는 평온한 하루가 되었으면. 비는 멎었지만 하늘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 그 짧은 틈을 비집고 이른 아침부터 소리높혀 울어대는 매미 땅속에서 7년을 기다려 겨우 보름동안을 살다가는 매미의 울음은 차라리 처절한 생존의 외침 중복을 지나 말복이 코앞이니 그 마음이 어찌 분주하지 않을까 일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을 골라 이슬만을 먹으며 검소하게 살다가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 자신의 본분을 다 한 뒤에는 더 이상 구차스럽게 삶을 구걸하지 않고 제 떠날 때를 아는 아, 이 여린 생명의 투명한 영혼이여 나는 기원한다 저 간절한 울림이 영겁으로 이어지는 새 생..

선물 2020.08.12

지리한 장마

태풍 장미는 영남지방을 살짝 활퀸 뒤에 지고 북쪽으로 올라갔던 장마전선은 다시 중부지방으로 하강 비에 잠긴 8월 어둠에 갇혀 쓸쓸해지는 시간 질펀한 고독이 가슴속 깊이 젖어든다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그립고 또 그리움에 늘 허기져 안타까운 무작정의 기다림 그 끝에 한 숨 한줌 후~욱 신종식 콜렉션 1편 ㅡ 꽃, 풀, 과일 감성수채화, 맑은색채 수채화를 그리는 신종식 화백

선물 2020.08.11

빗소리가 불러낸 기억들

밤새 비가 쉬지않고 내렸다. 벌써 힌 열흘째 계속되는 이번 장마는 심상치가 않다. 이럴 땐 낭만도 센티멘탈리즘도 잠시 접어둬야 할까 보다. 거리가 어둑하니 마치 초저녁같은 분위기. 비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빗소리는 아련한 기억들을 불러낸다. 나이 탓일까 지나온 세월이 문득문득 눈앞에 아른거려 늘 거닐던 그 길에 꽃은 지고 나무들도 낯설어 그런 시절이 정말 있기는 했던 것일까 기억마저 아련해 가슴속 깊은 곳 덖어진 흔적들 빛바랜 내 삶의 훈장 내가 아직 살아야 할 이유 한국적 추상화의 대가 민경갑 화가(1933 ~ 2018) 그의 그림에는 "산"이 등장한다

선물 2020.08.06

몸도 마음도 비에 젖다

밤사이 비가 그치고 나니 몸은 더욱 끈적거린다. 수요일. 몸도 마음도 비에 젖어 무겁다. 아침부터 심란하다. 이럴 땐 스스로 이런 주문을 넣어본다. 나와 함께한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하며 매사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별일 아닌 것에도 '즐거워'하기 그리하면 너와 네 주위가 모두 행복하리라 비에 젖은 도시 몸도 젖고 마음도 젖고 물먹어 더욱 무거워진 삶의 무게 어둠 속 숨죽이던 하늘은 오늘도 수상하다 더 깊은 곳으로 숨고 싶어 젖은 몸 추스리는 8월 아침부터 심란하다 이혜민 작가의 적품 - 고향 양평의 어린 시절 추억을 유화로 표현. 황토 담벼락을 배경으로 검정치마, 흰 저고리를 입은 소녀와 까까머리 동생 그리고 누렁이가 등장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선물 202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