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날, 나는 나를 위로한다 어느새 7월의 마지막 날. 마침 금요일. 한 달을 마무리하며 애쓴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은 아쉬움일랑 접어두고, 새 달엔 더욱 영근 열매로 맺어지길 기대해 본다. 7월의 마지막 날 장마를 밀어내고 드러난 티없는 하늘 싱그런 햇살 일찌감치 새벽을 밝힌 태양은 주섬주섬 7월을 챙기고 엉거주춤 8월을 맞을 채비 지난 한 달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열매맺지 못한 약속들 새 달엔 더 고운 미소로 피어나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선물 2020.07.31
어쩌면 해피엔딩 하늘은 어둡고 마음마저 무거운 애매한 목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골프백을 옮겨싣는 남자들이 보인다. 밤잠을 설쳤을 그들이 라운드 내내 비를 피할 수 있기를 마음으로나마 빌어본다. 번개가 번쩍 천둥은 우르릉 꽝 그렇게 쏟아붓던 폭우는 오늘 잠시 숨을 고른다 장맛비에 젖는 것이 어디 대지뿐이랴 들과 밭보다 내 가슴이 먼저 잠긴다 삶 그 무거운 명제 우린 어쩌면 해피엔딩을 준비하는 건 아닐까 선물 2020.07.30
가슴으로 피운 꽃 어제는 중복! 마치 가을 날처럼 청명한 하늘. 어디론가 떠나고픈 아까운 주말. 지난 금요일에 어머니 제사를 모셨다. 어머니 가신 뒤 지나온 아득한 날들. 영정속 어머니는 엷게 웃고 계셨다. 비에 젖는 월요일 아침 그리움은 하염없는 비로 내리고 보고품은 무심한 강물에 흐른다 스치는 바람에도 일렁이는 이 마음 사랑하는 사람은 가슴으로 꽃을 피운다 선물 2020.07.27
김형석 교수, "백세일기"(2020. 4. 23일 김영사 刊)(3) 21. 100세, 나의 비결 은퇴 후에 철학적인 저서를 몇 권 남겼고 대학에 있을 때보다 더 성숙된 강의와 강연을 했다. 이론적 학문과 더불어 실천적 진실과 진리에 뜻을 모았다. 70대가 끝나면서 반성해 보았으나 내가 정신적으로 늙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90이 될 때까지는 그 정신적 위상을 지켜보자는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내 사상이 일을 만들고, 일이 지적 수준을 계속 유지해 주었다. 30대까지는 건전한 교육을 받는 기간이다. 60대 중반까지는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기간이다. 60대 분반부터 90까지는 열매를 맺어 사회에 혜택을 주는 더 소중한 기간이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22. 고마운 사람들, 아름다운 세상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 한평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독서 2020.07.26
김형석 교수, "백세일기"(2020. 4. 23일 김영사 刊)(2)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 13. 그래도 2분의 양심이 있군 생일은 삶의 기간과 함께 끝나지만, 기일은 쉬 잊히지 않는다. 생일을 지니고 살다가 기일을 남기는 사람도 의미있는 생애를 살았겠지만, 두 날 다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기억해 주는 사람은 감사와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14.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인가? 나말고 다른 이에게 갚아라! 피보다 진한 사랑! 15. 양심의 전과자로 만들지 말라 모든 부모는 자녀들을 운동경기장에 출전시킨 선수와 같이 대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애들을 위한 책임이다. 수능시험을 끝내고 나니까 자녀들을 데리고 입학 설명회에 참석하는 어머니들을 많이 본다. 나와 내 아내는 그런 모임에 가본 적이 없다. 요즘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고등학.. 독서 2020.07.26
김형석 교수, "백세일기"(2020. 4. 23일 김영사 刊)(1)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다. 평양숭실학교를 거쳐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 이후 7년간 서울 중앙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일했다.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퇴직한 뒤 만 100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줄곧 강연과 저술활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1. 머리말 나는 40이 되면서 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30까지는 가정의 보호와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30부터는 나 자신의 인격과 자아를 형성하고 싶었다. 40부터는 지금까지 내 삶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지키면서 .. 독서 2020.07.26
법정 스님, "스스로 행복하기"(2020년 5월20일 샘터사 刊) (2) 13. 두 자루 촛불 아래서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감명깊게 읽었다. 헬렌은 스콧 니어링을 만나 55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면서 덜 갖고도 더 많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그들 두 사람 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 자취는 남아있는 우리에게 빛을 전하고 있다. 백 살을 살면서 세상을 좋게 만들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죽음을 품위있게 맞이한 스콧 니어링, 그리고 그를 만나 새롭게 꽃핀 헬렌은 그들의 건강과 장수를 위한 태도 를 이렇게 말한다. "적극성, 박은 쪽으로 생각하기, 깨끗한 양심, 바깥일과 깊은 호흡, 커피와 술과 마약을 멀리함, 간소한 식사, 채식주의, 설탕과 소금을 멀리함, 저칼로리와 저지방,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음식물". 이것들은 삶에 활력을 .. 독서 2020.07.26
법정 스님, "스스로 행복하기"(2020년 5월20일 샘터사 刊) (1) 스님은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무소유의 삶을 살다 2010년 3월11일(음력 1월26일) 입적하였다. 1. 서문: 스스로 행복하라 겉모습 고친다고 예뻐지는 게 아닙니다. 안으로 예뻐지는 업을 익혀야지요. 가장 아름답고 착한 삶을 순간순간 이루어 나가야 그것이 밖으로 비추어 나오죠. 2. 지금 출가를 꿈꾸는 그대에게 (1) '당신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사람은 일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일거리가 있어야 그것을 통해 전체 삶에 탄력이 붙습니다. 일거리가 없으면 삶 자체가 시들하고 활기가 없어집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라면 그 일을 통해 자기 삶에 새로운 에너지와 탄력과 리듬이 붙게 됩니다. (2) 출가는 떠남이 아니라 돌아옴입니다 .출가는 본래의.. 독서 2020.07.26
늘벗 친구들 어제 저녁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길위에 넘치는 빗물을 첨벙거리며 압구정동의 어느 한정식집, 늘벗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 왁자지껄 각자 자기 말만 앞세우다 보니 공통의 대화주제는 여지없이 말허리가 잘리곤 한다. 늘 그러하니 그저 그러려니 한다. 그게 친구들이니까. 오랜 친구들 얼굴을 들여다보면 새삼 내가 나이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53년간 이어온 늘벗들이 모였다 우리들 영혼의 고향 문학적 소양의 텃밭 혜화동! 그곳 로타리에선 모두가 돌아나가고 분수대에선 시원한 물줄기가 고가너머로 솟구쳐 올랐다 저녁식탁위엔 웃음꽃 한 사발 빛바랜 추억이 또 한 접시 오랜 벗들과 마주하면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다가오고 내 삶도 별다른게 없음을 읽는다 비가 와도 즐거운 인생! - 따뜻하고 .. 선물 2020.07.24
창가의 대나무 일상을 변화없이 살다보면 문득문득 이 굴레로부터 벗어나고픈 욕망이 머리를 쳐들곤 한다.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작 내가 소망하는 자유로운 삶의 의미도 불분명한데 말이다. 목요일. 오늘도 종일 비! 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장독대 빈 항아리 고인 빗물위에 연신 떨어지는 빗방울의 규칙적인 몸짓이 경쾌하다 창문을 열면 창가에 웃자란 대나무 젖은 손을 내민다 안녕! 밤새 내린 장맛비로 온몸을 적신 푸르른 댓잎들과 아침인사를 곱게 나눈다 바람도 없는데 보일듯 말듯 나무가 손을 흔든다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자화상) : 강가와 습지,해질녁 들판을 넓은 붓질로 강렬한 색채를 만들어 자연의 영혼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는 교향곡이 들린다고 한다.(실제로는 종교화가로도 유.. 선물 202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