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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

3월21일(월) 비내리는 풍경은 늘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뭔가가 있는듯 하다. 쏘옥 고개를 내민 새싹의 초록 덧니 코로나 확진자 폭증소식에 잔뜩 움츠러들어 봄을 기대할 여유도 없는데 부르지 않아도 봄은 이미 우리곁에 와 있으리 창밖 나무들은 아직 헐벗고 메말랐지만 곧 연두색 새순이 움트며 싱그럽게 물이 오르겠지 나는 이 봄을 기록해 두고 싶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오랜 친구처럼 3월22일(화) 누군가의 사무침에 꽃은 피어난다 보이지 않는 눈물 감추었기에 새싹은 나무가지 뒤에 숨어 수줍게 돋아난다 오랜 기다림 안으로 안으로 태우는 대지 지나온 세월의 흔적마다 고인 열망 구름으로 피어올라 이윽고 빗방울로 맺혀 마른 가슴 적시면 들녘에 흐르는 연두색 노래 그대는 듣는가 3월23일(수) 봄빛 그 찬란을 ..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2022-03(1)

3월4일(금) 바람결이 고와라 누가 빗질해 보냈는지 겨우내 길러낸 나무의 꿈 나이테를 돌아 나와 가지끝에서 움트고 있는 새 날을 기다리는 저 생명의 숨결 그 속에 당신도 있어요 가슴앓이는 아지랭이에 풀어버리고 바람을 부르자 탄생이 아픈 어느 봄날 3월11일(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 하늘은 어둡다. 한 낮의 기온은 18도. 오늘은 금요일. 이번 주말엔 비소식이 있다. 봄비가 대지를 적시면 자연은 새생명의 기지개를 켜고 나뭇가지엔 파란 봄물이 들것이다. 봄볕이 한 켜 쌓인 놀이터 작은 가슴 부풀어 오른 병아리들의 아우성 그 자리마다 새싹이 돋는다 봄의 속살까지 비추는 햇살 바람은 남녘 꽃소식을 나른다 다시 갈 수 없는 아련한 그 시절 고향의 봄이 그리워 꿈 속의 얼굴들도 3월14일(월) 간간히 뿌리는 비..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2022-02(2)

2월15일(화)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재래시장에 들러 오곡밥을 사다가 사골국에 맛나게 먹었다. 대보름. 맑은 하늘에 둥근달이 휘영청. 달님께 몰래 소원을 빌었다. 나이들면서 마음이 약해진 탓인지 겸손해진 것 같다. 정월 대보름 야트막한 야산 텅빈 논둑에서 불깡통 돌리며 보름달을 만들던 시절 매운 북풍도 잠니 넋잃는 세상은 보름달 천지 어머니는 집안 곳곳에 등잔불 밝히시고 거칠은 두 손 마주 비비며 가족들의 건강을 비셨다 눈썹셀까 졸음 쫓다 못이겨 잠들면 꿈속까지 따라온 휘엉청 보름달 2월16일(수) 입춘이 지났어도 춥다 서걱대는 가슴을 쓸고가는 성성한 바람 귀 기울이면 멍울진 외로움 쩌억 쩌억 울음을 삼키고 바람은 마을을 더 외딴 곳으로 몰고갑니다 시퍼렇게 날선 하늘 추워요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2월18..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2022-02(1)

2월1일(화) 설날 설날 무지개빛 색동옷 입은 손녀딸 잊고있던 고향이 추억의 커튼을 살며시 밀어 올린다 집떠났던 자식들과 둘러앉아 만두를 빚으며 저희들 어릴적 이야기 그 아련한 무지개빛 추억의 프리즘 유성이 흐르는 밤 고향이 온다 2월4일(금) 어느덧 立春! 봄기운이 그립다 못해 절실한 것을 보니 봄은 어느새 고개만 들면 보일만한 우리 마음 속 지근거리에 다가와 있는게 틀림없다. 산유화 노란꽃으로 시작해서는 개나리도 필 것이고, 목련에 매화에 벚꽃도 가득하겠지. 그리고 꽃잔디는 문득문득 번져가고 바위틈새로 언뜻언뜻 보이는 진달래며 철축은 실로 고울 것이다. 아직도 춥기만 한 겨울 가장자리에 한 발을 딛은 채로 봄풍경을 미리 꿈꾸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고 따뜻함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2022-01(4)

1월24일(월) 흘러가는 세월속에 마음 한 자락 풀어놓으면 뼈끝이 아리던 시련도 사라진다 흩어져 가는 날들 속 좀 더 머무르고 싶던 순간들도 떠나고 빛바랜 추억은 한 조각 희미한 기억으로 남는다 잊을 수 있을까 그 눈 빛 지울 수 있을까 그 이름 이 계절이 지나면 1월25일(화) 섣달 그믐 눈 대신 실비 창가엔 화분 하나 그리움으로 놓여있다 야윈 잎 갸웃 창밖을 살피고 있다 어디쯤 오고 있나요 당신은 아직 때묻지 않은 시간 저 너머에서 1월26일(수) 돌아보니 혼자 나무마저 떠나간 길 위엔 옷을 반쯤 벗은 겨울이 떨고 있다 빈 길에 서서 휘파람을 불어본다 이내 노래를 지우는 황사 나를 지우고 누군가의 꿈 속에 들어가 잠들고 싶어라 1월27일(목) 잃어버린 꿈 빛바랜 희망을 찾으려 허둥댄 한 해 그 시간이..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2022-01(3)

1월17일(월)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그리우니 시가 절로 쓰이고 노래가 슬프고 추억이 그림이 된다 기다림이 있다면 차라리 행복 그립고 그리운 당신의 뽀얀 얼굴이 안개 내려앉은 꽃으로 피어났다 1월18일(화) 너를 사랑하기엔 내가 너무 작고 나의 사랑이 너무너무 작기에 하늘이 너를 사랑해 꽃들이 너를 사랑해 하늘의 별들이 너를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 꼴깍 삼키고 안으로 안으로만 감춰야 했기에 비가 너를 사랑해 바람이 너를 사랑해 눈이 너를 사랑해 1월19일(수) 거꾸로 매달려 크는 고드름 그것이 설령 꿈이건 또는 사랑이건 한 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그 뜨거운 몸짓이 눈물겨워라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에겐 닿을 수 없는 하늘 겨울에 태어나서 더욱 눈부신 생명 거꾸로 피어나는 너는 겨울꽃 1월20일(..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2022-01(2)

1월8일(토) 나이 들수록 사소한 분노를 잘 다스려야 한다 누군가 너를 화나게 했는가? 그것은 네가 그것을 화나는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의 감정을 자극했는가? 그것은 네가 그 일을 기분 상하는 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지 외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 때문에 너의 감정에 불을 붙이고 습관처럼 그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지 말라.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사유의 기술』 1월10일(월) 흘러가는 세월속에 마음 한자락 잘 풀어놓으면 뼈끝까지 아리던 그리움도 일순 엷어진다 하지만 흩어져 가는 날들 속에서도 사랑의 흔적은 남는 법 눈 감으면 더욱 또렷한 그 눈빛 그 입술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좋은 사람 1월11일(화) 간 밤에 누가 왔었던가 저 잔설들 설국속으로 들어가 눈사람이 된 그 님의 이..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2022-01(1)

1월1일(토) 눈을 뒤집어 쓴 적막한 마을은 늦잠을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가족들 아침을 준비하시고 아랫목 네 형제들은 등을 비비며 게으름을 피웠지 눈오는 아침에 꽁꽁 언 새벽 그 고향집 메주뜨는 냄새의 그리움 하늘 나라 어머니는 오늘도 눈을 쓸고 계실까 새해 첫 날 무량한 하늘이 첫 닭 울음소리와 함께 열렸다 대지를 빗질하는 청량한 햇살 다시 꿈 속에 들어와 희망을 그린다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밝게 그런 나날이길 오라, 새 날이여 우리 모두 날개가 돋는 2022년 정월 초하루 1월4일(화) 눈을 뒤집어 쓴 적막한 마을은 늦잠을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가족들 아침을 준비하시고 아랫목 네 형제들은 등을 비비며 게으름을 피웠지 눈오는 아침에 꽁꽁 언 새벽 그 고향집 메..

오래된 이야기 2022.04.27

4월(2)

4-4 찻잔위의 벚꽃 함박눈처럼 바람에 날리던 벚꽃 그 아래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을 짓던 아름다운 당신 웃고 있는 그 모습이 꽃보다 더욱 눈부셔 수없이 입가에 맴돌던 그 안타까운 고백 이 세상 무엇을 다 준대도 당신에겐 못미쳐 당신만은 못해요 4-5 연두빛 수채화 새벽안개 빗질하는 4월의 바람 새 옷 갈아입은 연두색 풀잎 흔들어 봄날을 노래한다 미루나무 어린 가지에 일렁이는 소리없는 저 아우성 꽃잎 흩뿌려 마른 대지위에 꽃방석 수를 놓는다 내 가슴에 꽃여울 흘리는 그대 당신은 내 마음을 채색하는 계절의 수채화 4-6 봄날은 간다 지난 겨울 한파를 이겨내고 태어난 봄꽃 눈부신 한 세월을 내던지고 장렬히 진 자리에 어린 새 잎이 돋아나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그렇게 봄날은 간다 그래도 서러워 마라 가..

선물 2022.04.22

4월(1)

4-1 4월의 첫 날 4월의 첫날 너를 닮고 싶다 매화 추워도 향기를 팔지않는 일생 부끄러워라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나의 예순하고도 여덟의 삶 뻔한 길을 헤맨 안개속 세월 돌아보면 말은 빗나갔고 눈빛은 어긋났다 4-2 나도 그대앞의 한 잎 봄꽃이고 싶다 꽃뿌리며 찾아온 4월 나도 봄꽃처럼 나풀나풀 웃음짓는 한 잎 청초하게 피어보았으면 좋겠다 그 잎 잔잔하여 아지랑이 맨 끝 조롱조롱 매달린 그리움이 부스스 깨어나 봄바람에 날리고 아스라한 향기에 젖은 가슴 흔들리면 눈부시게 눈부시게 다가오는 그대 그대가 벌이라도 좋고 나비라도 좋고 지금 그대로도 좋아 나도 그대앞의 한 잎 봄꽃이고 싶다 4-3 아침 아홉시의 봄날 살포시 내려앉은 벚꽃위로 아침 햇살이 찬란하다 다시 바람을 부르는 새아침의 고요한 아우성 꽃은 ..

선물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