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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뒤에 찾아온 폭염

장마가 물러가니 폭염. 도시를 삼킬듯 맹렬하다. 파리처럼 집요하게 달려드는 더운 바람 끈적끈적 살이 녹는 열대야 더위는 이제 밤마저 삼켜버렸다 코로나사태가 더욱 난폭해지고 있다. 막연했던 걱정이 어느새 두려움이 되어 우리곁에 있다. 어설픈 대처에 서민들만 생고생이다. 햇볕은 구름에 가렸지만 오늘도 무더운 하루 저 구름따라 흘러흘러 어느 낯선 곳에 내리고 싶어 그곳에서 만날 옛길같은 새길 옛 얼굴 같은 새 얼굴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은 깊어만 가는가 Liu Yun Sheng 1937년 중국 산동성 출생 머리카락 하나에도 투과되는 빛을 그린 작가. 그 빛에서 아이들 미래의 희망을 본다.서북부 소수민족의 삶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선물 2020.08.19

동행

나의 첫 직장은 대한화재해상보험이다. 지금은 롯데손해보험으로 사명이 바뀌었는데, 이 회사에 1981년에 입사하여 2008년까지 무려 27년을 근무했다. 지금껏 보험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온전히 이곳에서 취득한 셈이니 실로 내 인생의 고마운 일터가 이날 수 없다. 직장생활 기간 중에 수많은 동료들을 만났지만, 이 가운데 나를 스스럼없이 "형"이라고 부르며 유별난 우정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나보다 1년 늦게 입사한 박영률이고, 또 한 사람은 2년 늦게 입사한 정진호다. 두 사람 모두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격들도 밝고 진솔하여 이들과의 만남이 항상 유쾌하고 즐겁다. 얼마전부터 이 두사람 외에 정진호와 사내결혼을 한 김양희씨, 그리고 역시 ..

선물 2020.08.14

마음 비우는 연습

새벽에 매미소리가 요란한걸 보니 비가 그친 모양이다. 매미의 속성을 살피게 되니 자리에 누워서도 날씨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얼굴을 내미는 모처럼만의 맑은 아침이다. 이런 좋은 날 마음 비우는 연습. 거울을 보며 씨익 한 번 웃어준다. 젖은 가슴 말려주는 따스한 태양의 손길에 감사하고 이마를 스치는 싱그런 바람의 속삭임에 감사하며 나의 마음을 소소히 풀어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음을 또한 감사한다. 그리하여 가슴에 안기는 밤하늘의 별빛 하나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도 눈물겨운 감동과 환희로 맞이할 수 있는 맑은 영혼의 내가 되자고 다짐해 본다 신종식 화가 作 - 남해 어느 포구에서

선물 2020.08.13

매미의 계절

비는 멎었지만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 젖은 몸, 젖은 잠, 젖은 꿈.... 퍼내도 퍼내도 자꾸 고이는 시름. 오늘은 수요일. 눅눅해진 일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말리는 평온한 하루가 되었으면. 비는 멎었지만 하늘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 그 짧은 틈을 비집고 이른 아침부터 소리높혀 울어대는 매미 땅속에서 7년을 기다려 겨우 보름동안을 살다가는 매미의 울음은 차라리 처절한 생존의 외침 중복을 지나 말복이 코앞이니 그 마음이 어찌 분주하지 않을까 일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을 골라 이슬만을 먹으며 검소하게 살다가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 자신의 본분을 다 한 뒤에는 더 이상 구차스럽게 삶을 구걸하지 않고 제 떠날 때를 아는 아, 이 여린 생명의 투명한 영혼이여 나는 기원한다 저 간절한 울림이 영겁으로 이어지는 새 생..

선물 2020.08.12

지리한 장마

태풍 장미는 영남지방을 살짝 활퀸 뒤에 지고 북쪽으로 올라갔던 장마전선은 다시 중부지방으로 하강 비에 잠긴 8월 어둠에 갇혀 쓸쓸해지는 시간 질펀한 고독이 가슴속 깊이 젖어든다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그립고 또 그리움에 늘 허기져 안타까운 무작정의 기다림 그 끝에 한 숨 한줌 후~욱 신종식 콜렉션 1편 ㅡ 꽃, 풀, 과일 감성수채화, 맑은색채 수채화를 그리는 신종식 화백

선물 2020.08.11

둔황 막고굴

아침 신문에 중국 간쑤성 둔황에 있는 '막고굴(莫高窟)'이야기가 실려서 한참을 흥미롭게 읽었다. 막고굴은 서기 366년부터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승려와 석공, 화가, 일반인들이 조성한 천불동인데, 일련번호가 매겨진 것만해도 492개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 가운데 17호굴에서 신라 승려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어 우리와도 인연이 있는 곳이다. 혜초 스님은 20대의 나이에 뱃길로 중국에 도착한 뒤에 육로를 이용하여 인도로 건너갔다. 스님은 약 4년간 오늘날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등 다섯 천축국의 8대 영탑(靈塔)을 두루 순례하고 파미르공원을 넘어 당나라 장안에 이르는 물경 2만km의 여정을 마치고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 옛날 오로지 구도(求道)를 위해 신라에서 이곳까지..

여행 2020.08.10

빗소리가 불러낸 기억들

밤새 비가 쉬지않고 내렸다. 벌써 힌 열흘째 계속되는 이번 장마는 심상치가 않다. 이럴 땐 낭만도 센티멘탈리즘도 잠시 접어둬야 할까 보다. 거리가 어둑하니 마치 초저녁같은 분위기. 비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빗소리는 아련한 기억들을 불러낸다. 나이 탓일까 지나온 세월이 문득문득 눈앞에 아른거려 늘 거닐던 그 길에 꽃은 지고 나무들도 낯설어 그런 시절이 정말 있기는 했던 것일까 기억마저 아련해 가슴속 깊은 곳 덖어진 흔적들 빛바랜 내 삶의 훈장 내가 아직 살아야 할 이유 한국적 추상화의 대가 민경갑 화가(1933 ~ 2018) 그의 그림에는 "산"이 등장한다

선물 2020.08.06

몸도 마음도 비에 젖다

밤사이 비가 그치고 나니 몸은 더욱 끈적거린다. 수요일. 몸도 마음도 비에 젖어 무겁다. 아침부터 심란하다. 이럴 땐 스스로 이런 주문을 넣어본다. 나와 함께한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하며 매사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별일 아닌 것에도 '즐거워'하기 그리하면 너와 네 주위가 모두 행복하리라 비에 젖은 도시 몸도 젖고 마음도 젖고 물먹어 더욱 무거워진 삶의 무게 어둠 속 숨죽이던 하늘은 오늘도 수상하다 더 깊은 곳으로 숨고 싶어 젖은 몸 추스리는 8월 아침부터 심란하다 이혜민 작가의 적품 - 고향 양평의 어린 시절 추억을 유화로 표현. 황토 담벼락을 배경으로 검정치마, 흰 저고리를 입은 소녀와 까까머리 동생 그리고 누렁이가 등장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선물 2020.08.05

비는 마음을 흔들고 커피는 가슴을 적신다

빗소리가 요란하다. 이번에는 충청도 지역과 경기 용인지역에 물폭탄을 쏟아 부었다. 비는 당장 그치지 않을텐데 수해를 입은 사람들이 겪고있을 고생에 마음이 아파온다. 왜 그런지 비 피해는 늘 어려운 사람들 몫인 것 같다. 어릴적 이렇게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동네 아주머니들은 집이 다 떠내려가게 생겼다면서 한숨을 쉬셨다. 저녁 무렵 어머니 말씀에 좇아 우산을 들고 아버지 마중을 나갔으나 길이 어긋나서 혼자 풀이죽어 돌아와 나는 서럽게 울었다. 잠결에 들으니 어머니는 술 한 잔 걸치고 늦게 돌아오신 아버지께 그 날 일을 전하면서 이런 날은 좀 일찍일찍 집에 들어오면 안되냐며 원망이 가득 담긴 말씀을 드리고 계셨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계셨지만 나는 어둠 속에 누워서도 아버지의 난처해 ..

선물 2020.08.03